아리조나 타임즈




아리조나 문인협회

치자꽃 설화

조회 수 306 추천 수 0 2016.08.12 18:50:48
박규리 *.251.9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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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자꽃 설화 >... -박규리- 

 
사랑하는 사람을 달래 보내고 돌아서 

돌계단을 오르는 스님 눈가에 

설운 눈물방울 쓸쓸히 피는 것을 

종탑 뒤에 몰래 숨어 보고야 말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법당문 하나만 열어놓고 

기도하는 소리가 빗물에 우는 듯 들렸습니다 

 

밀어내던 가슴은 못이 되어 오히려 

제 가슴을 아프게 뚫는 것인지 

목탁소리만 저 홀로 바닥을 뒹굴다 

끊어질 듯 이어지곤 하였습니다 

 

여자는 돌계단 밑 치자꽃 아래 

한참을 앉았다 일어서더니 

오늘따라 엷은 가랑비 듣는 소리와 

짝을 찾는 쑥국새 울음소리 가득한 산길을 

휘청이며 떠내려가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멀어지는 여자의 젖은 어깨를 보며 

사랑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인 줄 알 것 같았습니다 

 

한번도 그 누구를 사랑한 적 없어서 

한번도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야말로 

가장 가난한 줄도 알 것 같았습니다 

 

떠난 사람보다 더 섦게만 보이는 잿빛 등도 

저물도록 독경소리 그치지 않는 산중도 그만 싫어, 

나는 괜시리 내가 버림받은 여자가 되어 

버릴수록 더 깊어지는 산길에 하염없이 앉았습니다 

 

 

-박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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