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김 원장 라이프칼럼] 한식의 세계화

한국음식도 때로는 변해져야
가능하면 하루에 한번씩은 한국음식을 먹는 편이지만 때로는 그것도 물릴 때가 있다. 석달 이상을 김치를 만들어 먹지 않아도 별로 김치없이는 밥을 못 먹겠다 하는 적도 없다. 그나마 하루에 한 번 먹는 한식도 좀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차츰 들면서 좋아하는 이탈리안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식품점에 갔다가 파스타 종류, 토마토 소스, 그리고는 제일 좋아하는 허브들 가운데 조그만 화분에 심어놓은 베이질, 오레가노에, 싱싱한 파슬리를 한 웅큼 사서 집에 들여 놓기 시작했다.
깜찍한 주먹만한 화분의 베이질을 웬만큼 다 음식에 쓰고는 혹시나 하고 계속 물을 잘 주었더니 이게 웬일? 앙상했던 가지에 새로운 잎이 파랗게 돋아나고 있었다. 이렇게 예쁜 잎을 따서 먹으려니 미안해서 난감하지만 싱싱한 향이 좋아 어쩔수 없었다. 이제는 서서히 입맛이 변하는가 보다.
한식은 과학적이고 건강한 음식
우리 선조들이 추운 겨울, 무더운 여름, 잘 견디면서 건강하게 먹도록 준비해 준 발효음식들이 역시 지금까지도 끊이지 않고 우리 식탁에서 환영받는 것을 보면 선조들이 얼마나 현명한지 새삼 놀랄 때가 많다. 언제나 자랑하는 김치, 영양가 높은 콩으로 만든 된장, 고추장 등 우리의 발효음식은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음식이 되었다. 발효식품에서 발생하는 발효균은 우리 몸의 노폐물을 제거해줘 건강에 좋을 뿐 아니라 깊은 맛으로 입맛까지 돋우어 준다.
김치속에 들어가는 그 많은 영양가 높은 생선, 굴, 새우, 밤, 대추 등의 재료들은 누구나 높이 살 만하다. 2005년, 미국의 건강잡지 “헬스”라는 잡지는 전세계의 가장 건강한 음식으로 한국의 김치를 5위 안에 뽑았다. 특히 4계절의 기운을 받고 땅에서부터 자라나는 각종 나물들은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귀한 비타민, 무기질 등이 풍부한 야채로서 우리의 입맛을 지켜왔다. 들기름을 약간 넣어서 무치거나 볶아 먹는 우리의 식습관은 가히 과학적이고 건강음식으로 보는데에도 인색할 필요가 없다.
한식의 세계화는 왜 더딜까?
어떤 분야에서건 우리는 늘 한국, 중국, 일본과 경쟁한다. 지리적으로 같은 지대에 속해 있는데다 이들 삼국은 많은 부분의 역사도 함께 공유하고 있는 탓이기도 하다. 인구도 더 적고, 땅도 더 적고, 자원도 없는 한국이 이제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세계 2대 강국으로 변했으니 거대 중국과 맞서는 일이 쉽지 않다.
이제 음식문화에서도 한국음식을 위해서 세계로 향하고 있는데 빨리 고지에 오르지를 못하고 있다. 중국음식, 일본음식은 이미 세계를 점령하고 있는데 한식은 아직까지 세계화의 수준에는 못 미치고 있다. 한국의 고급호텔에서도 중식, 일식, 불란서, 이태리 음식점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한국에서 한식당 갖기를 외면한다니 답이 나올 법도 하다. 까다롭고, 종류 너무 많아 직원을 더 써야하는 고충이란다.
세계인들이 좋아하기에는 너무 멀어
우리 음식에는 우선적으로 국물요리가 많다보니 한국인이 아닌 다른나라 사람들에게는 함부로 접하기가 매우 어렵다. 우리야 그렇게 먹고 살아 왔으니 자연스럽겠지만 우선 거리감을 먼저 갖게되어 있다. 함께 먹을 때는 예의상 맛있다고 하지만 그들이 혼자 가서 먹으려면 절대로 시켜먹지 않는다. 조그마한 접시에 담겨져 나오는 반찬들도 그들에게는 꺼림직한 한 요소가 되지 않을까. 함께 먹는 사람들의 젓가락이 들락날락 하니 보는 사람들까지 염려스럽게 보인다. 개인접시에만 먹던 사람들이 용납하기 어려운 분야다.
아무리 정부에서 한식세계화를 외치면서 세계인의 입맛을 잡으려 해도 갈길은 멀다. 미각과 시각, 거기에 모양새까지 갖추려니 예쁘게는 보일지라도 정작 한국음식 같지가 않은 이상한 음식을 내놓고 한식이라고 하려면 안하는 것만 못하다. 우리 본연의 순수 한식을 맛을 조금만 변형시켜서(예를 들어 너무 짜고, 달고, 매운것) 세계에 내놓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한동안 매운 것으로 한식을 매료시켜 보려고 떡볶이를 들고 세계에 나갔다는데 어떻게 매운 떡볶이로 한식의 세계화를 부르짖을 수가 있는가. 조금 더 통일된 메뉴로 정갈하고 품위있는 한식을 들고 나가려면 머리도 더 쓰고, 생각도 좀 더 많이 하는 세계를 향한 눈을 가져야겠다.
2. 28. 2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