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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김 원장 라이프칼럼] 생각버리기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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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뜨거운 여름이 오기전에 차고를 정리하고 옷장 안에 있는 오래된 옷들도 정리하겠다고 마음먹고 우리부부는 일을 저지르기로 했다. 지난 겨울에 한다고 했다가 못하고, 봄에 해야지 하고는 또 못하고 이제는 사생결단까지는 아니지만 어떻게 해서라도 정리는 하자고 결심을 했다.    


푹푹찌는 여름까지 가지고 가기는 정말로 싫은 것이 이유다. 그렇지 않아도 뜨끈한 차고속에 불필요한 물건들까지 있어 온도를 높일 필요가 없겠지. 정말 해마다 청소해 왔던 것 맞나 싶게 또 청소가 필요했다. 더 쓰기 싫은 크리스마스 트리와 장식품, 쓰지도 않으면서 해마다 남겨 놓은 오래된 양탄자, 잘 쓰지도 않는 공구들, 간이용 의자, 테이블들, 심지어 옛날에 신었던 스케이트 셋트, 대형 부엌용품들, 이건 좀 너무하다.   


한 인생 살아가는데 무슨 살림들이 이렇게까지 필요했을까? 그것도 치우고 또 치우고 하면서 평생을 살아 왔으니 자조(自嘲)와 한심스러움이 절로 나온다. 한참을 다 치우고 보니 좀 더 넓어지고 시원해진 차고속이 이렇게 좋은 것을 왜 진작에 못했던가 기분이 상쾌해졌다.  

 

이런 기분으로 머릿속에 넣어 둔 복잡한 계획들도, 마음속에  쌓여있는 잡다한 생각들까지도 정리정돈하고 다 비우고 정리하자. 머리도 마음도 빈 공간을 넉넉하게 만들어 놓자.  

  

늘 쓰는 하이스피드 컴퓨터가 속도가 좀 느려졌다는 남편의 말을 듣고 “아, 역시 왔구나”하고 마음 속으로 알아 차렸다. 무엇을 그리도 많이 저장해 놓았는지 수천개의 내용물들, 거기다 수백개씩  앉아있는 이메일들, 또 필요할 때 바로 꺼내 쓰려고 저장해 놓은 메시지들(stored messages), 남편의 말이 있기 전에부터 이 많은 것들을 정돈해야겠다고 벼르고 있던 참이었다.  며칠 동안을 데스크용 컴퓨터와 노트북을 할 수 있는 한 다 지우고 정리해 보았다.  스피드가 훨씬 달라졌다.    

역시 무엇이나 빈 공간이 좀 있어야 돼. 차고 속도, 옷장 속도, 머리도 마음도 심지어 컴퓨터도 모두모두 빈 공간이 있어야 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쓰다보니 코이케 류노스케 스님의 “생각버리기 연습”에서 법정스님의 “버리고 떠나기”까지 두 스님의 이야기가 나를 가르쳐준다.   


생각해 보니 법정스님이 열반에 드시기 전 남겨놓으신 글에 그동안 출판되었던 스님 책들의 절판을 선언한 것은 얼마나 깔끔한 결정이었던지 역시 완전히 버리고 떠나셨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많은 저서들을 각 출판사에서 또는 연고자들이 서로들 내것입네하고 출판권을 가지고 싸울 생각을 왜 안하셨겠는가.  어찌 그리도 앞을 보고 절판 선언을 하셨는지 버리고 떠나기를 가르치면서 몸소 본을 보여주시고 가셨다.     


류노스케 스님은 일본에서 “생각버리기 연습”이라는 책을 써서 생각을 버리는 법에 대해 강연을 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그의 책은 책의 제목 그대로 복잡하고 쓸데없는 생각들이 실패를 불러오니 그 생각들을 버리는 연습을 하라고 가르친다.  왜 이렇게 많은 생각들을 멈추기가 힘들까?


머리를 아프게 하는 수많은 생각을 멈추고 싶어도,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복잡하고 쓸데없는 생각일수록 내 의지대로 컨트롤 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를 괴롭히는 ‘생각병’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온갖 잡다한 생각 들을 과감히 버리고 어지러운 마음을 다스리려면, 구체적이고 제대로 된 연습이 필요한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버리고 싶은 것 중에는 나쁜 것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을 짓누르고 있는 잡다한 생각들 중에는 중요한 것도, 꼭 해야 하는 일에 대한 것도, 자신만 아는 은밀한 고민도 있지요. 그래서 우리의 뇌는 쉴 틈이 없지요. 늘 생각하고 또 고민하고 또 생각이 강요되고 싫어도 생각을 해야 하고 이런 악순환의 반복이지요.”  

  우리 모두에게는 버리는 것에 자신이 붙지 않았을까 싶다. 6.25 전쟁을 겪어본 세대는 간단한 짐만 가지고도 피난처에서 살아 보았고, 한국의 부모형제를 뒤로하고 미국 땅에 짐가방 몇 개 들고 와서 정착하고 살았으니 버리는 것도 쉽게하면서 살아왔다.   


가끔씩은 방안의 전기불도 다 끄고 좋아하는 오페라 아리아를 들으면서 눈을 감고 조용한 곳으로 내 자신을 던져본다.  생각버리기 연습을 하는 곳으로 자신의 인생을 이끌어 가면서 살고 싶다.  


6월6일 201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