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김 원장 라이프칼럼] 아련한 옛 이야기

어느날 거울을 보다가 너무 놀랐습니다. 평시에는 그 얼굴이 그 얼굴이려니 했지만 이 날은 “거울 속의 저 여자 진짜 나 맞아?”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큰 실망을 합니다. 아니 믿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 그리고 이렇게 만든 세월이 야속하기도 했습니다. “아, 그래서 여자들이 나이를 먹으면 거울을 멀리 한다 했구나.”
그런데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습니다. 1968년에 시카고에 오신 저의 시어머님은 84세로 하늘나라에 가시기 몇 달 전까지 머리를 단정하게 만지시고 곱게 펴 바른 화장에 향수까지 뿌리며 늘 거울과 함께 하셨습니다. 자식들에게 추한 모습 보이기 싫고, 손주들에게 할머니 지저분 하다는 말 들을까 싶어 열심히도 가꾸셨습니다. 한국에서는 늘 일주일에 2~3일은 교회 목사님, 전도사 님과 함께 심방을 다니시면서도 얼굴에 화장을 하는 것은 상상도 못하던 일이었지요.
누구에게 특별히 예쁘게 보이기 위해서 라기 보다는 “나”를 가꾸면 스스로 기분이 좋아지고 남에게도 깨끗한 인상을 보여주니 시어머님의 경우에는 모두에게 기분좋은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미국식당에 가보면 깨끗하게 꾸민 70~80대의 할머니들끼리 점심하러 나온 모습을 보면 어쩐지 흐뭇한 정경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나보다 12살 위의 인물 좀 하던 언니는 겨우 30을 갓 지났는데 거울을 볼 때면 이마에 주름이 생길려고 한다, 눈가에 주름이 잡힐려고 한다 하면서 미처 자리 잡지도 않은 주름타령을 엄마 집에 와서는 곧잘 늘어 놓았지요. 여자는 왜 자기 얼굴에 주름살 질려고 하는 것까지 친정엄마에게 하소연 해야 하는지 참으로 한심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스무살도 채 안된 제가 언니에게 “나는 이 다음에 커서 언니처럼 늙지도 않고 주름도 안 잡힐거야” 하면서 언니 속을 더 부채질 해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랬던 저도 이제 보는 저 거울 속의 제 모습에 스스로 놀라는 인생의 나이테를 가지게 되다니!! 무엇이 그리도 급해서 뒤를 돌아 볼 새도 없이, 또 뒤를 돌아 보며 연연해 할 시간도 없이 시간을 흘려 보냈는지 아무리 이성적으로 생각을 해 보아도 답이 없습니다.
내 머리에 흰머리가 생겼다해도 눈가에 주름이 잡혔다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새카맣고 수북했던 머리가 빠지고 팽팽하고 자신만만 했던 얼굴에 주름진 남편의 얼굴을 바라보면 그것은 제 마음을 몹시도 아프게 만듭니다. “인생이 이렇게 가는 것이었구나.” 인생을 가르쳐 주는 선생님은 없는가 봅니다. 막을 길 없는 세월 보내면서 혼자 겪고, 책을 통해 혼자 배우는 것임을 알게 될 뿐.
지난 5월에 나온 책중에 “인생의 절반 쯤 왔을 때 깨닫게 되는 것들”(Richard J. Leider, David A. Shapiro 지음)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아직 구입은 못했지 만 빨리 사서 읽고 싶은 책입니다. 책 제목이 지금 꼭 읽고 싶습 니다. 서평을 읽어보니 저자가 주고 싶은 메시지는 “보통 사람은 너무나 많은 짐을 어깨에 이고 살아가기 때문에 삶이 고통스럽고 버겁기만 할 뿐이다. 인생을 절반 밖에 살지 않은 사람들에게 그렇게 부담을 느껴가며 인생을 어렵게 살지 말고 그 짐을 좀 내려놓고 다시 꾸려 남은 날 인생을 편하게 여행하듯 살아갈 것을 제안하고 있다.”고 합니다.
주름이 생겼다고, 머리가 빠졌다고 서러워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우리는 모두 같이 인생의 종착역인 한 길을 향해 걸어 갈 뿐 입니다. 이제 안타까워 하기 보다는 이왕에 사는 인생이라면 아름다운 마무리를 만들어 가야 되겠습니다. 간소하고 단순하게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떠 오릅니다. 물건더미에 눌려 살 필요가 없겠지요.
건강하게, 재미있게, 보람되게, 배려하는 삶으로. 진정 아끼는 친구들과 아련한 먼 옛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것이 바로 행복한 삶이 될 것입니다.
7월5일 2011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