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원 목사 알수록 재미있는 성경 나눔] 로마서 – 깊게 천천히 오래 보기 30

바울은 로마서 4장에서 아브라함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아브라함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했을까? 우리가 아브라함을 단순히 믿음으로 의롭게 되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로 이해한다면, 바울이 의도하는 바를 무시하고 지나치는 우를 범하기 쉽다.
아브라함은 누구인가? 유대 전승에 따르면 아브라함의 아버지 데라(Terah)는 달의 신을 숭배하는 제사장급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고위직에 있었거나 적어도 고위층과 연결되는 인맥을 가지고 있어 세무 조사와 같이 골치 아픈 문제도 전화 한 통으로 쉽게 해결할 정도의 힘이 있었다. 그는 우상을 만들어 파는 일을 했는데, 나름대로 돈벌이가 쏠쏠해 먹고살고 자녀들 뒷바라지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는 모든 재산을 처분하고 가나안으로 이주하기로 결정했다. 그곳에서 편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왜 불확실한 미지의 세계를 향해 떠나기로 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의 세 아들 중 하란이 그곳에서 죽었다.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심적인 영향을 미쳐 가족의 이주를 결정한 동기가 되었을까? 아니면 아버지가 하는 일을 극구 반대한 아브라함의 경고 때문이었을까?
아브라함은 아버지가 우상을 만들어 파는 일을 반대하여, 우상을 모아 둔 창고에 들어가 나무로 깎아 만든 우상들 중에서 가장 큰 우상 하나만 남겨 두고 나머지 우상들의 팔과 다리를 부러뜨리고 부숴 버린 뒤 해머를 큰 우상 옆에 세워 두었다. 다음 날 아버지가 팔·다리가 부러진 우상들을 보고 격노하여 아브라함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그 이유를 물었을 때, 그는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리더의 자리를 놓고 우상들 간에 큰 싸움이 벌어졌는데, 그중 가장 힘세고 키가 큰 우상이 나머지 작은 것들을 해머로 사정없이 내리쳐 단번에 제압하고 왕의 자리에 올랐어요.”
아버지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펄쩍 뛰면서, 움직일 수 없는 우상이 어떻게 말을 하고 해머를 이용해 싸울 수 있느냐고 따졌다. 그러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생명이 없어 말도 하지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우상을 왜 믿어요?” 하고 되물었다는 일화가 있다. 아무튼 데라는 아브라함과 사라, 그리고 조카 롯을 데리고 갈대아 우르를 떠나 하란에 도착했다. 잠시 숨이나 돌리고 간다는 게 그곳에 정착하여 살다가 숨을 거두는 장소가 되고 말았으니, 이 무슨 얄궂은 운명의 장난인가?
하이웨이(highway) 또는 교차로(crossroad)를 의미하는 하란은 아브라함에게 고향과 같은 곳이자, 인생을 방황하며 어디로 가야 할지 교차로에 서서 고민하던 중 하나님을 만난 뜻깊은 장소였다.
하란은 우상숭배가 판을 치는 환락의 도시였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을 잘 모르는 이방인이었고, 아직 믿음이나 신앙심은 없었다. 그러나 그는 도덕과 윤리가 사라지고 개인주의와 욕망이 지배하는 하란에서 공허한 삶을 경험하고, 그곳에서 탈출하기를 원했다.
만약 하란이 없었다면, 그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어둠 속에서 필사적으로 출구를 찾기 위해 움직이지 않았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물질문명의 노예로 전락하여 절망과 고통이 지배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무질서와 혼란에 익숙한 삶을 거부하며, 보이지 않는 세계에 마음을 열고 진정한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만이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다.
그는 75세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하나님은 왜 젊은 청년이 아니라 75세의 노인을 선택하셨을까?
아버지에게 순종한 그는 아버지를 도와 우르에서 하란으로 함께 이주했다. 아내 사라는 오랫동안 자식을 갖지 못했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대를 이을 자식을 갖기 위해 쉽게 다른 여자를 취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한 아내의 남편으로 지낸 신실한 사람이었다.
하나님이 모든 것을 버리고 고향을 떠나라고 명령하셨을 때, 기다렸다는 듯 그는 주저함 없이 길을 떠나지 않았던가? 그는 모험심이 있고 도전적인 사람이었다.
신체적 나이보다 중요한 건 정신적인 나이다. 꿈과 희망을 잃어버리고 무기력한 삶을 사는 사람이 정신적으로 노쇠한 노인이다. 세상에는 20대의 젊은 노인이 있는가 하면, 70대의 노인 청년도 있다.
영혼이 살아 있는 아브라함은 여전히 변화와 혁신을 꿈꾸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며, 진정한 자유를 갈망하는 영원한 청년이었다.
지금 당신에게는 아침마다 당신을 흔들어 깨우고, 가슴 벅찬 설렘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하는 꿈이 있는가? 당신의 심장을 뜨겁게 달구는 꿈이 있는가? 불꽃처럼 타올라 한 줌 남김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태우고 가려는 뜨거운 열정이 있는가?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최후의 승자는 특별한 재능이나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다고 믿고 행동하는 사람이다.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 믿음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축복의 선물이다.
정기원 목사 (602) 804-30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