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위덕 문학칼럼] 시간의 마디

종일
대나무가 하늘을 향하여 마디를 세고 있다
마디마다 얇은 고막은 바람에 귀를 열고
뿌리에서 뽑아 올린 수액은
물오르는 길 따라 파문의 문양을 새긴다
족제비 털 같은 햇살을 받으며
모든 인간의 연약함이 아래로 흐르는데
가장 섬세한 공간을 벌리고 삐져나온 마디가
사람들을 향하여 말을 걸어온다
군말 따윈 버린지 오래인 듯
초록빛 짙은 저 ! 직필들 !
허공에 움찔 솟는다
해설
속도전의 바쁜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에서 돌아보면 격세지감이 아니 들 수가 없습니다. 거침없이 탄탄대로를 달리며 오로지 목적지만을 향한 승승장구를 꿈꾸는 현대인들은 과거의 느려터진 답답한 교통수단에 대하여 시인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시인은 산역에서 차를 버리라고 권합니다. 목적지만을 향해 질주하는 속도에 마비될 게 아니라 발이 부르트도록 종일 느리게 걸으면서 느긋하게 둘레의 풍경들에 감동할 것을 원합니다. 복사꽃 숲 나오면 들어가 낮잠도 자고 소매 잡는 이 있으면 하룻밤쯤 여유로운 삶의 회복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사람은 문득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될 때가 있습니다. 날아가듯 달려가도 자신을 기다리는 것은 같은 풍경 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하며 목적 달성을 위한 삶에 회의를 느끼게 될 때가 있습니다. 바람에 몸을 맡기고 아무 곳에나 떨어져 몸을 묻은 곳에서 발하는 풀씨들이 저토록 푸른 산을 이루고 강물은 저리도 반짝이는데 내 삶은 무어냐는 것입니다. 인생의 목표란 대체 무엇이고, 과연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무얼까 생각합니다. 하늘을 향하여 꼿꼿이 올라가는 대나무의 직립, 그러나 그들은 결코 서두름이 없습니다. 대나무가 마디를 만들지 않는다면 얼마 올라가지 않아 휘어지고 말 것입니다. 인생에게도 마디가 있습니다. 쉬어서 갈 때마다 마디를 만들어야 합니다. 옛날 지혜로운 할머니들은 바느질을 하다가 중간 중간 마디를 만듭니다. 혹시 실밥이 터지더라도 마디 그 이상은 터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일의 실패가 오더라도 오늘의 마디를 튼튼히 쌓는다면 미래의 쓰나미를 막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는 초록빛 짙은 저! 직필들! 허공에 움찔 솟는 스릴, 그것을 느끼며 오늘 하루에 보람 있는 삶이 이룩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