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타임즈
칼럼
KAZT 어드민
KAZT 어드민

[미셸김 원장 라이프칼럼] 우리들의 자화상

michelle.jpg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보면 정말 세상살이가 쉽지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사람들, 가진 것을 감사하며 살 줄 모르는 사람들, 어떻게 하든 조금 더 가지려고 욕심 부리는 사람들, 세상살이가 쉬운 줄만 알고 객기를 부리다가 넘어지는 사람들, 인생이라는 멀고도 짧은 길을 걸어 가면서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삶이 때로는 안갯속 같기도 하고, 가던 길이 눈 앞에서 딱 끊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아직도 창창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만 맥없이 더 갈 수 없을 때, 절망과 고통에 빠지기도 한다. 요즘 친구가 길을 많이 걷는다고 한다. 전에 해 보지 못했던 길을 많이 걷다보니 건강도 좋아졌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지금까지 살아 온 날들보다 앞으로 살 날이 더 짧게 남았다는 것을 생각하니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떼는 것이 더 소중 하더란다. 걸으면서 감사한 생활을 생각하고, 걸으면서 앞으로 더 걸어야 할 길을 어떻게 행복하게 걸어 갈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다. 안갯속 같아도, 끊어지는 길 같아도, 아프고 절망스러운 고통이 있더라도 내 앞에 가야 할 길, 걸을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이 행복한 인생이다. 때로는 어리석은 자들의 더러운 입김에 맞을 때도 있고, 때로는 돌뿌리에 넘어질 때도 있고, 인생의 회오리 바람에 산산조각이 나는 것 같은 아픔이 있어도 걸을 수 있는 힘이 있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할 일이고 행복한 사람이다. 넘어졌으면 일어나고 더러운 입김에 맞았으면 그 보다 더한 입김으로 복수하면 되고 산산조각이 났으면 다시 부치면 되고 이것이 우리가 안고 가는 인생이다. 


오래간만에 시카고에 있는 손아래 두 올캐들과 전화로 그동안 밀린 이야기들을 쏟아 냈다. 큰 올캐는 항상 시원시원하고 싹싹하고 투덜대고 싶은 얘기가 있어도 거침없이 하소연한다.  예쁜 두 딸을 하나는 건축사로 만들더니 너무 힘들다고 자기 스스로 경영학 석사를 마치고는 은행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작은 딸은 유명한 존스 합킨스 의대를 마치고 아동 두뇌암 전문의로 일하고 있어 자랑이 많다. 작은 올캐는 자기는 신세대라며 하고 싶은 말을 잘도 한다. 큰 아이는 수학전공으로 컴퓨터 회사에서 일하고 작은 아이는 약사공부를 하고 있다. 그럼 나는 뭔가? 손아래 올캐들이라고 그동안 못 들어 준 얘기들을 다 하고 나는 들어주면서 토닥거려주고 그래서 이내몸은 항상 지는 편에 서 있는가 보다.


큰 올캐: 형님, 속 상해서 미쳐요.


그건 또 무슨 말?, 여태까지 잘 살았잖아. 착한 남편에 착한 아이들에 무슨 걱정?


큰 올캐:  애들은 속 안 썩여요. 애 아빠가 항상 자기는 하늘같은 남편이래요.  조금만 허술해도 ‘하늘같은 남편한테 이러기야?’ 하고 서운해해요.


올캐야, 동생이 간이 크다.  요즘이 어느 시대라고 ‘하늘같은 남편 운운이야?’ 


작은 올캐: 형님, 저도 속상해요. 남편이 작은 애 한테는 무조건 다 해 주려고 해요.

버릇없게 만드는 데에는 일등이에요.  그러니까 애가 제말보다 아빠 말만 들으려고 해요.


그래 원래 동생이 작은 애 한테 너무 집착 하더라. 그애가 어렸을 때 심한 병을 앓고 나니까 무조건적으로 뭐든 다 해 주고 싶다는 말을 들었어. 그러니 어떡하니?


그러고 보니 너희들 둘다 손위 시누이한테 남편 불만들이 많구나. 가끔씩 만나서 둘이 점심도 한다더니 내 사랑 하는 동생들 흉만 보는 것 아니냐, 아서라, 그 만한 남편들 요즘에 만나기 힘들다. 그렇게 티격태격해도 이 만큼 아이들 잘 키워주고 남편 잘 받들어 주었으니 고맙다, 올캐들아.  


그래, 그렇게 사는거야. 막힌 길 없이, 꿋꿋하게 지켜온 너희들의 모습이 장해.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것이 아닌데 어리게만 보았던 너희들이 이 만큼 지내 왔으니 아이들은 이제 더 걱정 안해도 되고 너희들 부부, 더도 덜도 말고 지금 처럼만 건강하게 살아다오 . 


내가 나이들어 가는 것은 잊어버리고 동생들이 아웅다웅 사는 모습들이 사랑스럽기만 하다.


03. 11. 2013

아리조나 한국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