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타임즈
칼럼
KAZT 어드민
KAZT 어드민

[이범용 아리조나 역사이야기] 그 산에는 아직도 황금이 있을까(3)-'슈퍼스티션' 산에서 전멸한 광부들의 이야기

new1.jpg


톱니처럼 날카로운 바위 기둥이 하늘을 향해 뻗쳐있다.거친 황야 한복판에 우뚝 선 산 봉우리에서 검은 연기가  구름 한점없는 옥빛 하늘로 솟아올랐다. 하늘에 오르는 검은 연기를 따라 독수리 한마리가 유유히 날고 그러기를 몇차례. 먼데서 ‘둥,둥,둥’ 북소리가 울렸다. 분명 아파치들이 무언가 서로 신호를 보내고 있음이 분명했다. 자신들의 영역 안에 있는 성지 슈퍼스티션 산을 모독하는 무법자들을 보고 야바파이 추장 ‘나니차디’는 분노했다. 이들 외지인을 몰아내는 것은 이산을 지키는 ‘천둥의 신’ 뜻이라고 생각한 추장 ‘나니차디’는 처음에는 “도움”을 청하는 봉화불을 올리고 연이어 “급하다”라는 신호를 보냈다. 얼마 나 시간이 흘렀을까, 먼곳에 있는 아파치로부터 ‘알았다’ 라는 응답의 봉화불이 오르면서 출발을 알리는 북소리가 요란스레 울렸다. 슈퍼스티션 산을 둘러싼 홤무지는 이처럼 긴박하게 돌아가는데 황금에 넋이나간 페랄타와 멕시칸 광부들은 정신없이 땅을 뒤지기에 여념이 없었다.


봉화불로 신호를보내는 아파치


페랄타는 우선 슈퍼스티션 산 서쪽에 야영지를차리고 광석을 캐기시작했다. 페랄타는 틈틈이 산을 오르면서 오늘의 ‘위버스 니들’에 ‘페랄타’라는 자신의 이름을 칼끝으로 새겨놓고 근처 바위에는 스페인 사람들이 보물을 상징하는 햇살모양의 문양을 새겨놓기도 했다. 또한 페랄타는 뾰족한 바위기둥을 보고 이를  ‘신의 손가락’ 이라고 이름지었다. 페랄타 일행이 아파치들의 성지를 훼손하는동안 이곳을 지키는 아파치들은 거리를 두고 이들의 움직임을 살폈다. 백인들의 가공할 무기인 대포의 위력을 아는 아파치들은 적를 두고 신중하게 대처했다. 우선 충분한 병력으로 조상의 성지를 더럽히는 무뢰배들을 포위한 다음 신의 이름으로 처단하고 이들의 말이나 말안장, 그리고 도구는 빼앗고 노새는 모두 잡아먹는다는 것이다.

‘나니차디’의 요청에 따라 근처 아파치 ‘드히리키네’ 추장과 ‘트차놀헤이’ 추장이 많은 전사들을 데리고 달려왔다. 소노라 북쪽 지역 솔트 강변은 스페인 세력이 떠난 후 멕시코 땅이 되었으나 실제는 멕시코의 공권력이 미치지못하는 아파치들의 세상이었다. 1830년대 말 솔트 강변에서 금을 캐던 라미레즈는 소노라 지사에게 ‘아파치들의 횡포로 더 이상 금을 캘 수가 없다’라고 호소하고 ‘적절한 대책을 요구했다.’ 슈퍼스티션 산에서 금을 캐는 페랄타도 실은 소노라의 은광이 아파치들의 횡포로 문을 닫자 대신 먼 북쪽지방 슈퍼스티션 산을 찾은 것이다.

페랄타 일행의 동정을 살피며 살찐 노새를 잡아먹을 궁리를 하는 아파치들은 곧 페랄타 일행의 멕시칸 광부들의 눈에 뛰었다. 아파치들의 이상스러운 움직임에 놀란 페랄타는 지금까지 캐낸 광석을 가지고 소노라로 되돌아 가기로했다.가죽가방에 가능한 많은 광석을 담아 노새등에 싣고 말안장에도 담았다. 그리고 상자에도 가득 채운 후 산비탈에 세워둔 마차에도 실었다. 당장 가져갈 수 없는 광석은 근처 으슥한 곳에 굴을 파고 묻었다. 그리고 아무도 알아볼 수 없게 굴 입구를 위장해 놓았다. 페랄타 일행이 철수준비를 하는 사이 먼데서 달려온 전사들은 슈퍼스티션 산 근처로 몰려들었다.


3일간 전투끝에 거의가 전사


아파치들은 페랄타 일행보다 움직임이 빨랐다. 페랄타 일행이 짐을 싸는 사이 ‘나니차디’ 추장은 페랄타 일행이 작업하던 슈퍼스티션 산 북서쪽 오늘의 퍼스트 워터 랜츠 주위를 완전 포위했다. 이들은 페랄타 일행이 전면을 치고 탈주할 것에 대비하여 전사들을 길목에 몇 겹으로 배치했다. 그리고 암벽이 드리워져  천연의 요새같은 후면에도 많은 전사들을  매복해 놓았다. 페랄타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완전 무장한 광부들을 적에게 노출되지않는 지점에 배치했다. 신의 분노같은 괴기스런 침묵이 한 동안 슈퍼스티션 산을 감돌았다. 다만 뜨거운 사막의 햇살만이 사정없이 주위를 달구었다. 한 순간이 지나자 ‘나니차디’ 추장의 손이올랐다 그리고 고요를 깨는 고함소리가 온 산을 울렸다. 이어 ‘둥,둥,둥’아파치들의 북소리와 수많은 전사들의 함성이 바위투성이인 계곡에 메아리쳤다. 곧이어 빗줄기처럼 많은 화살이 광부들을 향해 날아왔다. 광부들 사이에서 처절한 비명이 울렸다. 페랄타의 명령에따라 광부들의 화승총에서도 산을 울리는 굉음과 함께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매캐한 초연이 금방 계곡에 가득했다. 페랄타 측에서나 아파치 모두가 유리한 지점에 은페물로 몸을 가려 승패는쉽게 나지않았다.

사막의 하루는 이처럼 지나갔다. 아파치들은 거리를 두고 밤새 화톳불을 핀채 고함을 지르거나 이상한 주문을 외우면서 광부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도 아파치들은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3일째 양측에서는 전면전을 벌였다. 공격해 내려오는 적을 향해 광부들도 필사적으로 대항했다. 16세의 페드로도 총을 움켜잡고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광부들은 수없이 밀려오는 적들의 공격에 한 사람, 한 사람 땅에 몸을 누이기 시작했다. 매여있는 말이나 노새는 총소리, 고함소리에 놀라 미친 듯 울부짓으며 하늘로 몸을 솟구쳤다. 은폐물로 몸을 가리고 목청껏 소리치며 호령하던 아버의 페랄타의 목소리도 이제는 들리지 않았다. 동생 라몬도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페드로는 본능적으로 몸을 숨겨야 겠다고 생각하고 재빨리 근처 바위사이에 나있는 깊은 협곡으로 돌을 굴렸다.


격전지에서 발견된 가죽가방에는 황금이 가득


한편 몇몇 광부들은 아파치들이 몇겹으로 지키고 있는 전면을 향해 말을 몰고 달려나가 탈주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매여있던 노새나 말들도 밧줄을 끊고 달아났다. 말들이 날뛰면서 등에 실었던 가방에서는 황금광석들이 줄줄이 흘러내리고 광석을 가득 넣었던 가방도 협곡으로 굴렀다. 전면을 치고 나가는데 성공한  몇몇 광부들은 지금의 골드필드쪽 벌판으로 내달았다. 그러나 그곳에도 벌써 한 떼의 아파치들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광부들은 은페물이 전혀없는 너른 황야에서 신의 저주 때문인지 아파치들에 의해 한 사람 한 사람 씩 거친 황야에 몸을 뉘었다. 이렇게 누대에 걸친 인디안들의 성지를 훼손하며 황금에 탐닉하던 페랄타와 멕시칸 광부들은 슈퍼스티션 산 깊숙한 곳에서 태초 이래로 잠들어 있는 황금을 지키는 ‘천둥의 신’의 저주를 받고죽어갔다. ‘나니차디’를 도와 분전하던 아파치 추장 ‘드히리키네’는 성지 근처에서 장렬히 전사했다. 승리한 아파치들은 매여있는 말이나 노새, 그리고 쇠붙이로 된 연장이나 기구 말안장 같은 것은 챙기고 필요없는 황금광석은 멕시칸 광부들의 시신이 나뒹구는 산자락이나 황야에 버렸다. 이들이 버린 황금덩이나 광석은 이후 슈퍼스티션 산에서 황금을 찾아헤매는 노다지꾼들에 의해 발견되고 그후 수많은 사람들이 아파치들이 버린 황금을 주우러 근방을 누비게된다.


한편 깊은 협곡에 몸을 숨기고 분노한 아파치들이 사라지기를 기다리던 페드로는 며칠을 그곳에 은신했는지도 모른다. 주위가 조용해졌을 무렵 협곡에서 나온 페드로는 무턱대고 남쪽 고향으로 달렸다. 몇달 며칠을 걷고 또 걸어 소노라의 목장까지 도착한 그를 보고 그의 가족은 경악했다. 이후 페드로는 본향  바하마에서 지내다가 소노라로 다시 돌아왔다. 1860년대 초 그는 우연히 제이컵 왈츠를 만나 황금을 찾아 슈퍼스티션 산에 갔다 간신히 살아난 이야기를 담담히 털어놓았다. 한편 일부 광부가 탈출했던 골드필드에서는 이후 황금이 주머니에 가득 든 말안장이 발견되고 결전장이었던 퍼스트 워터 랜츠에서는 황금이 든 가죽가방, 수십구의 유해, 두개골이 발견되었다. 이 처럼 전설로 내려오는 양측 간의 싸움은 아주 어릴적 봉화불과 출전하는 전사들을 지켜 본 아파치 ‘잭’이 불리우는 아파치와  페드로의 후손 린다 페드로에 의해 사실로 밝혀졌다. 

(계속)


new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