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김 원장 칼럼] 인간의 참 모습

날씨가 점점 더워지는 것이 이제 서서히 뜨거운 여름이 오는 것을 예고해 주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여름이 되면 창문마다 더운 바깥 공기를 차단하기 위해 꼭꼭 닫아 놓는 그 생활이 너무도 싫다. 햇볕을 조금이라도 더 막으려고 커튼마다 블라인드 마다 다 내려놓고 닫아 놓아야 하니 더더욱 싫다. 더워지기 전에 하루라도 더 창문을 열어 아침공기를 집안에 불러 들이고 싶어 방마다 창문을 열어 놓았다. 아직까지는 서늘한 아침공기가 큰 숨을 들이 쉬면서 맑은 공기를 가슴 그득히 받아 넣기에 흡족한 날씨다.
통역에다 번역까지 해 주어야겠다는 타주에서 온 급한 연락을 받고 갑작스럽게 출장을 다녀 왔더니 비행기 소리도 싫고 비행장에서 오래 기다리는 시간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곤해서일까 집에 도착한 다음날 괜히 조용한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망중한(忙中閑)을 즐기고 싶었다. 자연이 주는 선물, 햇볕도 마음껏 쐬고 싶고 맑은 공기도 듬뿍 마시고 싶었다.
뒷뜰에 나가보니 지난 초봄에 내린 비로 잡초가 무성해진 것을 남편이 애써 다 손질해 없앴는데 어느 틈에 또 잡초가 여기저기 머리를 기웃뚱 내밀고 있다. “아이고, 이 잡초야, 일거리만 만들어 줄 뿐 아무 쓸모도 없는 너는 어찌 눈치도 없이 틈만 나면 머리를 내미느냐?” 혼자 중얼거려 보았다. 뒷 마당에 있는 장미꽃 덩쿨에서 봉우리가 여러개 매달려 아름다운 장미꽃을 보여주기 위해 준비하고, 나뭇가지에서도 벌써 새파란 잎들이 돋아 나고 있었다. 아! 자연의 힘, 역시 자연은 변함이 없구나.
온갖 힘을 다해 봉우리를 맺고 싱싱하고 새파란 잎이 솟아나는 저 자연의 치열한 생명력을 보면서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몸살을 앓고 있는 조국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깝고 뉴스를 보면서 흐르는 눈물을 막을 길이 없었다. 그 어린나이의 풋풋하고 싱싱한 젊음이 부실한 어른들의 잘못으로 한 순간에 돌아 올 수 없게 된 불쌍한 영혼들!!.
온 나라에 씻을 수 없는 비극을 안겨주는 현실을 보면서도 이국 땅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우리의 무능함은 무엇으로 말 할 수 있을까. “자리를 지키고 있으라”는 방송만 믿고 우리를 보호해 주는 말이겠지 하고 믿었던 그 순진하고 아름다운 그들의 순수함이 더더욱 우리를 슬프게 만든다. 이 어린 생명들을 뒤로하고 제일 먼저 자기들의 통로로 탈출했다는 선장이나 선원들이 어찌 이리도 잔인할까. 자식들을 일시에 잃어버린 부모의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그 흐느낌을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으며 어떻게 위로할 수 있단 말인가.
항상 국민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생각하는 박 대통령이 가족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진지한 모습에 위안을 받았다. 악천후 속에서도 진심어린 마음으로 현장을 방문하며 민원청취에 진두지휘하는 대통령의 모습에 누가 뭐라 할까.
구조된 교감 선생님은 모든 것이 내 책임이라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 학생들을 먼저 피신시키느라 끝까지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다 결국 희생한 젊은 여 승무원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책임감이 무엇인가를 배우게 해 준다. 이들의 영웅적인 이야기와는 반대로 어린 생명들 보다 먼저 살겠다고 탈출한 선장이나 선원들의 무의미한 삶을 보면 인간의 참모습이 이렇게도 다르게 보여 주는가 싶어 우리의 마음을 씁쓸하게 만든다.
더욱이 꼴불견의 인간들은 사회가 혼란한 틈을 타 본색을 드러내기 마련 인가 보다. 희생자의 가족들도 아니면서 조금이라도 불만이 보이면 반정부 선동을 일삼는 인간들은 어느 나라에 속한 인간들일까. 사망자 명단을 뒤로 하고 기념사진을 찍겠다는 정치인들, 비탄에 젖은 가족들을 찾아가 위로하는 척 하면서 닥아 오는 선거를 대비해 눈도장을 받아 놓겠다고 찾아 간 정치인들. 기회주의자들의 대표들이다.
뜻밖의 사고로 희생자 가족들은 물론 국민 모두가 침통한 분위기에서 헤쳐 나오기 힘든 상황임에도 서로를 탓하고 정부를 탓하기 보다는 서로 위로할 줄 알고 정부의 대책을 믿을 줄 알고 재난을 벗어 날 수 있도록 이성을 찾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도할 뿐이다.
04. 22. 2014
아리조나 한국문화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