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김 원장 칼럼] 그립다 그 시절

벌써 7월 하순을 넘어가는 더위가 덥기는 참으로 덥다. 어쩌다가 뜨거운 햇볕아래 걷는 일이라도 있으면 새로운 도전이나 마찬가지다. 실내에 있을 때는 전혀 못 느끼다가 110도의 날씨를 밖에서 체험한다는 것은 하나의 고통이 된다. 미국에 와서는 한국에서 경험해 보지 못했던 실내 냉방장치는 우리나라의 가난한 수준이 어떠했는지를 실감케 해 주었다. 박정희 대통령도 전기값 아끼려고 삼복 더위에도 부채를 썼다는 청와대의 생활 이야기를 듣던 시절.
살다보면 문득문득 가슴에 묻고 살았던 그리움들이 쏟아져 나온다. 바쁜 생활에 또 고향을 떠난지 오래 되었으니 언제 지나간 그리움에 묻혀 살아갈 시간조차 없는 현실의 생활이 안타까울 뿐이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 처럼 살다가도 갑자기 그리움이 몰려 오면 참고 살아 왔던 가슴이 폭발하듯 눈물이 쏟아질 때도 있다. 인생길이 나그네 길이라고 하는데 너무 빨리 만 달리기 보다는 나그네의 걸음처럼 쉬엄 쉬엄 주위의 소리도 들어 가면서 살아 가는 것도 똑같은 한평생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빨리 달려 간다고 해서, 쉬엄 쉬엄 간다고 해서(게으름을 뜻하는 것이 아님) 한평생이 더 길어지는 것도, 짧아지는 것도 아니다.
사람이 감당할 만큼의 시련을 주신다는 그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감당하기 힘든 건강상의 아픔도 다 지나 가고 나니 이 말이 얼마나 옳은 말인가를 절절이 깨닫는다. 성경말씀 에서는 “모든것이 헛되고 헛되니 헛되고 헛되도다.” 했고, 불교에서는 “인생은 고해 (苦海)와 같다.”고 하였다.
살아 오면서 늘 가슴에 간직하고 사는 나의 생활 좌우명이 있다.
誠敬直[성경직] 성실하고, 공경하고, 정직하게
訥言敏行[눌언민행] 말은 조심하고, 행동은 바르게 하는 것
德不孤 必有隣 [덕불고 필유린] 덕이 있는 자는 좋은 이웃이 따른다는 것. 특히 이 말은 아버지가 써 주신 붓글씨가 유품이 되었다. 그래서 더 애착이 간다.
온 나라와 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한 세월호 참사의 주인공 유병언이 시신으로 발견되었다는 최근의 한국소식이 말문을 막히게 만든다. 옛날 우리가 고향에서 살던 시절에는 유병언 같은 욕심쟁이가 없어서 참 좋았다. 조금만 가지고도 이웃과 나누어 먹고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 예쁘기만 했다. 그 시절에는 모두 반공사상만 뚜렸했지 좌파 친북 종북 이런 말들이 없어서 참 좋았다. 5천년에 한 번 나올까 하는 나라와 국민 만을 생각한 박정희 대통령. 지금처럼 쓰레기, 저질 국회의원들이 없어서 참 좋았다. 그립다 그 시절이.
마른 풀잎을 넣고 편지를 쓰겠다고 방학동안에 수집해 놓은 단풍잎, 코스모스 꽃잎, 등을 모아서 책갈피에 꽂아 놓고는 친구에게 편지 쓸 때 그 예쁜 꽃잎을 하나씩 끼어서 보낸다. 그리고는 괜히 기분이 좋아서 노래도 불러보고 거울을 보면서 웃어도 본다. 풀잎 하나 넣고 쓴 편지에 왜 그리 기분이 좋았을까?
제일 싫어하던 것이 곤충채집을 해 오란다. 정말로 싫었다. 송충이를 잡아 오라니 개미도 못 잡아서 쩔쩔매는 아이 보고 송충이, 그 허리뼈도 없는 꿈틀대는 송충이를!!! 송충이는 못 잡았지만 풀잎 편지 보내던 그 시절이 너무 그립다.
비가 오지 않는 사막지대에 살고 있으니 정말로 비를 맞으며 걷고 싶다는 생각을 가질 때가 있다. 젊은 시절에는 멋으로 걷고 싶다고 했지만 지금은 이만큼 살아 온 나의 모습을 돌아 보면서 기쁨, 슬픔. 행복, 추억, 그리움, 이 모든 삶의 모습이 범벅이 되어 어깨 위에 내리는 빗방울처럼 씻어 내리겠지. 오래전, 나성에 갔다가 아침에 피닉스로 돌아 올 준비를 하는데 주룩주룩 비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바닷가를 먼저 찾았다. 바다 위에 떨어지는 굵은 빗줄기를 보면서 저 태평양 너머에는 따뜻한 가슴이 있는 사랑하는 가족, 그리운 친구, 나를 아껴주던 귀한 사람들, 그리고 가난했지만 우리가 믿고 있는 나의 조국이 있음을 감사하면서 빗줄기 처럼 가슴을 흔드는 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그 모든 시절이 그립다.
어려움과 아픔이 따르고 상처를 가득 안고 살아 가는 모습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부족 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고, 폭풍우에도 쉽게 쓸어지지 않는 잡초 처럼 끈질긴 인내력을 갖고 살아야 겠다.
07. 21. 2014
아리조나 한국문화원장
602-361-3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