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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용 아리조나 역사이야기] 나바호 족의 '멀고도 먼 길' – 7천 스퀘어 마일즈 보호구역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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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호수라고 불리우는 라구나 네그라는  7월의 너른 황무지를 달려온 바람에 조용히  물결치고 있었다. 삼나무 그림자가 드리운 검은 물빛의 호수 위에는 한무리  물새 떼들이 물살을 가르고있다. 나바호 전사들과  보호구역 조약을 맺기위해 회담장이 마련된  라구나 네그라까지 달려온 메리웨더 뉴 멕시코 연방영토 주지사는 검은 빛깔의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붉은 사암투성이의  모래 등성이에 서서 호수위를 유유히 헤쳐나가는 물새들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긴 호흡으로 마음을 다스린 다음 삼나무 가지를 엉성하게 엮어 햇빛을 가린 회담장 안으로 들어섰다. 그곳에는 벌써 약 20여 명이 넘는 부족장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추장 라르가스 옆에  메리웨더 주 지사가 다리를 꼬고 자리잡자 이어 나바호 부족장들은 자신들의 옛 습관대로 긴 담뱃대를 돌려가며 깊게 연기를 들어마셨다. 이렇게  회담이 시작되면서 7천 스퀘어 마일이 넘는 나바호 부족들의 보호구역이 탄생하게 되었다.  


1855년 새해는 조용하게 그러나 무언가 불길한 일이라도 벌어질 것같은 음산한 겨울바람과 함께 밝아왔다. 지난 년말에는 디화이언스 요새의 수비병사가 나바호에게 살해당했으나 대추장 라르가스는 범인을 요새에 인도하면서 ‘백번, 천번 이라도 죽을 때까지 목을 매달라”고했다. 요새의 병사들과 나바호 전사들은 그런대로 별탈 없이 지내왔다.


“인디안들은 보호구역 내에서 살아라” 

1855년 3월16일 미 연방의회는 뉴 멕시코 연방영토 내에 거주하는 아파치 부족이나, 나바호 부족, 유타 부족들에게 부족의 영토를 인정하는 보호구역 법안을 의결했다. 그리고 뉴 멕시코 지사 메리웨더를 계약 당사자로 지명하고 필요경비로 3만달러를 지출하기로 의결했다.

7월5일 메리워더 지사는 아들 레이먼드와 연방영토 국무장관 데이비스(W.W.H.Davis), 그리고 2명의 직원을 대동하고 산타 페를 떠나 디화이언스 요새로 향했다. 메리워더 지사는 그곳에서 제 9주둔군 사령관 갈란드 장군과 만나 나바호 부족과 보호구역에 대한 조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지사 일행은 한 여름의 햇살이 이글거리는 붉은 빛깔의 황무지를 달려 출발한지 8일만에 디화이언스 요새에 도착했다. 그리고 한나절 여독을 달랜 후 다음날 아침 다즈 대리인이 회담장을 살피려 라구나 네그라로 향했다. 디화이언스 요새에서 북쪽으로 14마일 지점에 있는 라구나 네그라는 워싱턴 패스로 들어서는 서쪽 입구에 위치해 있었다. 검은 색깔의 뻘위에 호수가 있어 라구나 네그라라고 불리우는 호수 주변에는 붉은 바위사이에 모래둔덕이 있고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등성이에 삼나무 가지로 엮어만든 회담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조약을 체결할 회담장 부근에는 이미 활과 총으로 무장하고 말을 탄 천여 명의 나바호 전사들이 회담장 근처를 맴돌고 있었다.

메리웨더 지사는 오전 내내 다즈 대리인과 회담장에 미리 도착한 부족장들과 7월16일에 있을 조약체결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오후에 요새로 돌아왔다. 그날 오후 갈란드 장군이 도착하자 이웰대위의 용기병대는 요란한 예포로 그를 환영했다.  


병사들의 경호를 받으며 회담장으로 출발

16일 아침 메리웨더 지사와 데이비스 장관, 그리고 갈란드 장군은 이웰 대위의 용기병대 경호를 받으며 요새를 출발하여 라구나 네그라로 향했다. 메리웨더 지사 일행이 나바호 부족과 보호구역에 관한 조약을 맺는다는 소문 때문인지 일행이 회담장에 도착할 무렵에는 많은 나바호 부족들이 뒤를 따랐다.

회담장에 도착한 후  메리웨더 지사는 자신이 머물 텐트를 호수가에 세우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호수 주위를 돌며 회담내용을 다듬었다.

회담은 삼나무를 엉성하게 엮어 만든  초막에서 열렸다. 메리웨더 일행이 들어서자 회담 결과가 궁금한 나바호 부족들이 회담장 안으로 난입하여 좁은 초막은 당장 무너질 지경이었다. 그리고 회담장 밖에는 1천여명의 나바호 전사들이 완전무장하고 말을 탄채 회담장 주변을 맴돌았다.

지사가 입을 열기 전 나바호 부족은 자신들의 전통대로 지사일행과 함께 긴 담배대를 돌려가며 진지한 표정으로 담배대를 깊게 빨았다. 이어 지사의 연설은 두 사람의 통역을 통해 나바호 부족에게 전달되었다. 지사는 우선 이렇게 많은 나바호 전사들을 보게되어 반갑다고 인사하고 ‘이제는 나바호 족이나 백인이나 자신들의 영토 안에서 가축을 키우며 행복하게 살게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사는 미국 정부는 나바호 전부족에게 생활에 필요한 보조금도 지불하고 다른 부족이 나바호 영토를 잠식하지 못하도록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다. 지사의 설명에 나바호들은 그런대로 만족해햇다. 그날 오후 나바호들은 말달리기, 물물교환 등으로 축제처럼 즐겼다. 그리고  부족장들은 나름대로 머리를 맞대고 열띈 토론을 거친후 다음날 정식으로 조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이제 각자의 땅에서 행복하게 살자

다음날 17일 아침 회담결과를 기다리는 많은 나바호 전사들이 회담장 주변을 가득 메운 가운데 21명의 부족장들은 회담장 안에 모여들었다. 그러나 회의에 앞서 대추장 라르가스가 나이가 많아 더이상 전 부족을 통솔할 수 없다고 사의를 표했다. 그리고 추장의 권능을 상징하는 지팡이와 메달을 메리웨더 지사에게 돌려주었다. 부족장들은 ‘검은 잡초의 사람’ 이 라고 불리우는 우두머리 전사 하스틴 칠하힌을 라르고스의 후임으로 뽑았다. 그는 이후 마뉴엘리토(Manuelito)라고 불리우며 백인들과 많은 분쟁을 일으켰다. 

그러나 신임 대추장 마뉴엘리토는 추장의 상징인 라르고스가 사용하던 지팡이를 받을 수 없다고 고집을 부렸다. 나바호들은 추장의 권능을 상징하는 지팡이를 지니지 않으면 그의 권능은 부족에게 미치지 않고 추장을 상징하는 메달도 목에 걸 수가 없었다. 메리웨데 지사는 대신 자신의 철제 지팡이를 마뉴엘리토에게 전달하고 라르고스가 걸었던 메달을 신임 추장의 목에 걸어주었다. 이제 마뉴엘리토는 전 나바호부족을 다스리는 대추장이 되었다.

메리웨더의 수행원이 체결할 조약내용을 간결하게 정리하는 동안 마뉴엘리토는 메리웨더 지사에게 어제 회의장에 난입한 일부 나바호들의 무례를 “부끄럽다”고 사과했다. 이어 메리웨더 지사는 이자리에 참석한 부족장들은 신임 추장 마뉴엘리토의 결정에 무조건 승복하느냐고 물었다. 전 부족장들은 이의가 없다는 뜻으로 손을 들어 동의를 표했다.


보호구역 안에 부족의 성지가 빠져있다

메리웨더 지사가 보호구역 체결에 필요한 세부조항을 설명할 때마다 통역은 이를 나바호말로 전달했다. 

나바호들은 이의가 없을 때는 동의를 표시했다. 그러나 4번째 조항인 보호구역의 경계문제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했다.

본래 미 연방정부는 원래 나바호 부족의 영토를 기준으로 7천 스퀘어 마일즈 땅을 나바호 부족의 보호구역으로 설정했다. 미 연방정부는 나바호 전부족을 8천명-1만명으로 추산하고 21세의 성인 남자와 가장에게는 20에이커에서 60에이커의 땅이 돌아가도록 했다. 보호구역은 서쪽으로는 오늘의 카엔타 북쪽인 산 후안 강에서 체바론 크맄과 리틀 콜로라도 강이 합류하는 오늘의 홀부릌과 윈슬로우로했다. 그리고 동쪽은 포 코노 일대에서 캐논 라르고까지로 하고 산후안 강을 따라 주니 인디안 촌락의   동쪽과 남서쪽 주니 강까지를 경계로 삼았다. 또한 연방 정부는 나바호 부족이 자신들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차코 캐논 동쪽일대와 중앙에 있는 아구아 아줄 그리고 주니 부락의 남쪽 일대의 땅은 소유권을 주장하거나 앞으로도 주장하지 않기로조약에 명시했다. 통역으로부터 이같은 말을 전해들은 마뉴엘리토는 당장 이의를  제기하고 자신의 부족들은 정부가 제시한 보호구역보다 더 많은 땅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새로 마련된 보호구역에는 자신들의 중요한  성지가 많이 빠져있다며 재고를 요청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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