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원 목사 알수록 재미있는 성경 나눔] 타고난 최고의 싸움꾼 야곱 98

성경은 야곱이 조용하고 장막에 머물렀다고 표현한다. 여기서 조용하다는 말은 히브리어로 ‘탐(Tam)’인데 시끄럽게 떠들지 않고 조용하며 말 수가 적고 얌전하다는 뜻이 아니라 ‘단순한(Simple)’, 또는 ‘문명화된(Civilized)’의 의미로 번역된다. 에서가 털이 수북이 덮인 크로마뇽인 같은 원시인에 가깝다면 야곱은 현대 문명인또는 차가운 지식인의 이미지를 준다. 또 ‘탐’에는 한가지 일에 몰입하다 (Bent on one purpose)는 의미가 있다. 그는 필이 꽂히면 한 곳에 목숨을 걸 정도로 몰입하는 무서운 집중력을 가지고 있다. 발명왕 에디슨은 연구에 몰두하다가 종종 밥먹는 것을 잊어버리기 일쑤이고 팔팔 끓는 뜨거운 물에 달걀 대신 시계를 넣은 적도 있을 정도로 한 곳에 몰입하는 사람이었다. 선택과 집중이 성공의 중요한 요인이라면 몰입은 자기가 가진 능력의 한계를 뛰어넘어 기적을 만드는 힘이 있다. 영리하고 똑똑하며 무서운 집중력을 가진 야곱은 성공하기에 충분한 잠재적 가능성을 가졌지만 리브가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가 장막에 거했다는 말은 집 안에 틀어박혀 빈둥거리며 백수로 지냈다는 말이 아니다. 그는 집안 일을 도우며 아버지의 직업을 물려 받아 목축업에 종사했다. 성경에는가인의 후손 중 ‘야발’이 장막에 거주하며 가축을 치는 자의 조상이 되었다는 유사한 표현이 나온다. 에서는 직업의 특성상 미국대륙을 횡단하며 대형 트레일러를 운전하는 사람처럼 한번 집을 나가면 2주 또는 한달 후에 돌아와 며칠 휴식을 취한 다음 기약없이 다시 집을 떠났기 때문에 집안 일은 물론 영적인 문제나 종교에는 관심이 없었다. 야곱은 집 안에서 어머니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어머니로부터 깊은 신앙심을 물려받았다.
야곱은 두뇌가 명석하고 치밀하고 계획적이고 누구보다 승부근성이 강한 사람이다. 그의 이름은 히브리어로 “야아콥(Yaaqob)으로 “아켑(Akev)”이라는 단어에서 파생되었는데 아켑은 명사로는 발꿈치(Heel)라는 의미이고 동사로는 한계를 넘다 (Overreach) 또는 발꿈치를 잡다 (Grasping heel)는 의미이다. 또 그의 이름에는 대체하다 (Supplant), 속임 (Deceipt), 교활한 (Cunning)의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야곱은 투쟁과 갈등을 빼고는 그의 삶을 이야기할 수 없을 만큼 타고난 최고의 싸움꾼이었다. “자네가 빨리 출세하기를 원한다면 이미 부자이거나 부자처럼 보여야 하네. 부자가 되려면 선풍을 일으켜야 하지. 그렇게 못한다면, 뭣하지만 사기라도 쳐야 해. 자네가 뛰어들고 싶은 백 가지 일에서 재빨리 성공하는 사람이 열 명쯤 있을 걸세. 세상은 그들을 도둑놈이라고 부르지. 인생이란 부엌보다 나을 것도 없으면서 썩은 냄새는 더 심하다네. 인생의 맛있는 음식을 훔쳐먹으려면 손을 더럽혀야 하지. 손 씻을 줄만 알면 돼. 우리 세대의 모든 윤리가 거기에 있네.” ‘고리오영감’이라는소설에 나오는 말이다. 남에게 지는 것을 싫어하고 밖에서 남에게 맞고 들어오면 분하고 억울해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야곱에게 근면과 성실은 나약한 자들에게나 어울리는 사치스러운 말에 불과하다.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 그에게 거짓말과 속임수는 이기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싸움의 기술이었다.
한 때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야인시대에는 과거 주먹깨나 쓴다는 사람들이 대거 등장한다. 종로의 주먹황제 김두한, 동양 최고의 주먹 시라소니, 평양 박치기로 유명한 명동의 이화룡, 자유당의 끄나풀 역할을 하던 이정재 등 거물급 주먹들이 서로 세력을 키우며 최고의 주먹을 가리기 위해 벌이는 한판의 승부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전설적인 주먹의 주인공인 김두한은 안개 낀 장충단 공원에서 몇 명 안되는 부하들을 데리고 일본에서 날아온 60명 이상의 사무라이들과 맞짱을 떠 12척의 배로 133여척의 일본 수군 함선을 물리친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방불케 하는 엄청난 대승을 거두었다. 그의 대결장면을 담은 동영상은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고 이 싸움으로 그는 올림픽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처럼 확실하게 자기 입지를 굳히고 국제적인 명성을 얻어 졸지에 유명인사가 되었다. 야곱에게는 김두한처럼 한방에 적을 제압하는 강한 주먹이나 허공을 가르고 날아가 상대방의 턱에 정확하게 꽂히는 현란한 발차기 기술은 없었지만 빠른 두뇌회전과 바둑에서 수읽기를 하듯 상대방의 수를 정확하게 읽는 능력이 있었다. 그는 대기업의 종합기획실에서 일하는 핵심 브레인처럼 상황 파악이 빠르고 기획능력이 뛰어난 데다가 승부근성으로 무장한 꿈이 있었다. 야곱과 에서가 피 터지게 싸우다가 이제 싸움은 끝났다고 에서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엄마 뱃속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잠깐!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으니 꼼짝 말고 기다려!”하고 소리치며 야곱은 그의 발꿈치를 잡고 최후의 일격을 가했다.
정기원 목사 (602) 804-30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