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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원 목사 알수록 재미있는 성경 나눔] 타고난 최고의 싸움꾼 야곱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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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곱이 아무리 주위를 돌아보아도 테라핌을 훔칠만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두 아내가 아버지가 애지중지하는 신을 도둑질 할 리가 없었다. 테라핌은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탐을 내 훔칠 정도로 값비싼 물건이 아니었고 전당포에 갖다주어도 받지않고 그대로 돌려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집의 수호신으로 알려진 소중한 물건이 없어졌으니 주인이 잃어버린 물건을 찾으러 온 것은 당연했다. 그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리 봐도 라반의 자작극은 아닌 것같고 그렇다면 우리들 중 테라핌을 훔친 사람은 누구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물건을 찾아도 문제고 못찾아도 문제였다. 만약 물건을 찾았다면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당사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고 법정구속을 한 후 그가 대신해서 정중하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야 했다. 만약 물건을 찾지 못했다면 다시 집으로 돌아가 비대위를 구성한 후 비대위원장을 임명해 누가 한 짓인지 철저하게 조사해서 끝까지 범인을 찾아내자는 당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집을 떠나 이동중인데 그는 가던 길을 멈추고 앞으로 갈수도 없고 뒤로 돌아갈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어쨌든 이 사건은 어물쩍 그대로 넘어갈 수가 없고 그가 책임을 져야하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가 입을 열었다. “누구에게서 찾든지 테라핌을 훔친 사람은 살지못할 것이다”라고 그는 폭탄선언을 했다. 그런 중대선언을 해야 자신의 결백을 입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누구를 막론하고 살인과 같은 중범으로 간주해 북한식의 총살형에 처할 것이라는 말에 사람들은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공포의 분위기에 휩싸여 웅성거리며 동요했다. 사람들은 “설마 너는 아니지?”하고 서로 확인하는 눈빛을 주고받았다. 테라핌을 훔친 라헬은 몹시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러나 아이큐가 높고 영리하며 순발력이 좋은 그녀는 도둑질한 것이 발각될 위기상황에서 침착하게 행동했다. 가방이나 옷보따리에 숨기면 금방 발각될 것이고 숨길 곳이 마땅치 않자 그녀는 테라핌을 말 안장에 깔고 앉았다. 갑자기 기발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녀는 말 안장에 앉아 생리 중이라 움직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것은 위기를 모면할 수 있는 신의 한수였다. 성경은 가족을 지키고 보호하는 수호신인 테라핌이 도둑을 맞아 홈리스처럼 길거리를 방황하다가 여자의 엉덩이 밑에 깔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해 제발 살려달라고 부르짖는 것처럼 경멸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테라핌이 사람을 지키는 신이 아니라 아무 가치가 없는 물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하기 위해서이다. 여자 엉덩이에 깔려 신음하는 신이 누구를 구원할 수 있겠는가? 라반이 사람들을 풀어 반나절이 넘게 일행의 소지품을 샅샅이 검사했지만테라핌을 찾지 못하자 이번에는 야곱이 “내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내 뒤를 추격해 나를 죄인으로 취급하고 샅샅이 수색까지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하고 따졌다. “만약 우리 일행 중 누군가가 테라핌을 훔쳤다면 그 물건이 여기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잃어버린 물건을 왜 여기와서 찾아요?”

지난 20년의 세월이 눈 앞에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며 설움이 북받치자 그동안 애써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겨울의 매서운 눈보라를 맞으며 피어나는 인동초처럼 그는 오랜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참고 또 참으며 고난의 시간을 버텼다. 누구나 인생의 길을 걷다 보면 수많은 장애물을 만난다. 그러나 장애물 앞에서 주저앉고 포기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장애물을 뛰어넘는 사람이 있다. 위기 앞에서 몸이 얼어붙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더 강해져 죽기 아니면 살기로 정면돌파를 시도하는 사람이 있다. “운명은 용기있는 자 앞에 약하고 비겁한 자 앞에는 강하다”는 말이 있다. 시련과 위기를 만났을 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 그는 숱하게 많은 장애물을 통과하면서 세상 일이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닫고 겸손을 배웠다. 그는 믿음이 없이는 어떤 장애물도 통과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벧엘에서 만난 하나님을 가슴에 품고 살았다. 하나님이 이번에는 어떻게 역사하실지를 기대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설렘과 열정이 사라진 믿음은 춥고 냉냉하고 틀에 박힌 관습과 제도만 남는다. 하나님이 그와 함께 계셨기 때문에 그는 시련과 고난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는 라반과 20년을 함께 살았지만 이기주의와 탐욕으로 꽉찬 그의 삶의 방식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가 하란에서 받은 가장 큰 교훈은 속임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남을 속이고 거짓말하는 것이 얼마나 큰 죄인지를 모르고 살았다. 이기기 위해서 속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라반에게 번번히 속임을 당하면서 그는 심한 배신감과 좌절과 깊은 상처를 경험했다. 
                           

정기원 목사 (602) 804-30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