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원 목사 알수록 재미있는 성경 나눔] 타고난 최고의 싸움꾼 야곱 137

하나님이 야곱에게 메신저들, 즉 천사들을 보낸 것처럼 야곱은 세일 땅 에돔 들에 있는 에서에게 선발대인 메신저들을 보냈다. 신명기에 세일(Seir)은 호리 사람들이 거주하는 땅이었는데 에서의 자손이 그들을 멸하고 차지한 곳으로 기록되어 있다. 에서는 야곱이 외지에서 20년의 세월을 보내는 동안 세일 땅을 정복하고 군사적인 세력을 확장했다. 세일은 털이 많은(Hairy) 상태를 의미하는 단어로 에돔 땅과 같은 동의어로 사용되었다. 그는 메신저들에게 에서를 만나면 이렇게 말하라고 구체적인 내용을 지시하면서 “내 주(My master) 에서” 그리고 “주의 종(Your servant) 야곱”으로 에서를 주인으로 높이고 자신을 에서의 종으로 낮추어 표현했다. 상대방을 높이고 자신을 낮추는 것이 당시에는 손님을 예우하는 관습이었지만 야곱의 경우는 달랐다. 그는 에서를 형으로 생각하기 보다 자신보다 못한 사람으로 깔보고 무시하기 일쑤였다. 에서를 경쟁 상대로 여겨 장자권을 가로챈 뒤에는 자신이 집안을 대표하는 장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에서를 만나기에 앞서 그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그는 에서를 자신의 주인으로 인정했다. 이는 인간적인 방법으로 장자권을 탈취한 것에 대한 반성과 후회 그리고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표현이었다.
또 그는 “내 주께 은혜받기를 원합니다”라고 자신의 심정을 고백했다. 이는 단순히 상대방의 환심을 사고 마음을 돌리기 위한 술책이 아니었다. 평소 같았으면 그는 상대방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마음에 있기도 없는 말을 태연하게 했을 지 모른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그의 말에는 속임이나 거짓이 없는 진심이 담겨있었다. 그는 에서의 은혜를 구하고 자신을 받아 주기를 간청했다. 그는 할 수만 있다면 자신이 빼앗은 장자의 권리와 아버지에게 받은 축복을 되돌려주고 모든 것을 없었던 일로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자신의 지나친 욕심으로 화를 키웠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그가 자신을 에서의 종으로 표현한 것은 에서를 장자로 인정하고 기꺼이 에서의 동생이 되겠다는 고백이다. “나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마음을 비웠으니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하라”고 겸손하고 솔직하게 행동했다. 우리 주변에는 자기 밥그릇을 잃어버릴까 노심초사하여 권력자의 비위를 맞추고 줄서기에 바쁜 정치인들이 너무 많다. 배울만큼 배웠음에도 자기 목소리를 내고 소신있게 행동하지 못한다. 자기에게 돌아올 불이익을 걱정하고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권력과 지위에 대한 달콤한 욕심이 눈을 가리고 눈 앞에 이익 만 생각하는 비겁자를 만든다. 그러나 죽음을 각오한 야곱의 태도에는 극우파 지자자들 뒤에 몸을 숨기는 비열함이나 졸렬함이 보이지 않는다.
야곱은 입술이 바짝 타 들어가는 조바심으로 마음이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무릎을 꿇고 하나님에게 기도하기 시작했다. 이는 그가 처음으로 마음을 기울여 하나님에게 드린 기도였다. 그의 기도는 기도의 대상인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시작해 고백과 간구로 이어진다. 그는 아브라함과 이삭을 축복하시고 그들과 맺은 언약의 하나님을 믿고 신뢰했다. 무엇보다 그는 고향을 떠날 때 나타나셔서 고향으로 돌아가면 은혜를 베풀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을 기억했다. 이어서 그는 하나님께서 베푸신 모든 사랑과 신실하심을 감당할 수 없다고 고백했다. 그는 에서에게 자신을 낮춘 것처럼 하나님 앞에 자신을 낮추고 자신의 한계를 인정했다. 돌아보니 그의 삶의 구석구석에 하나님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삶의 고비마다 위기와 어려움이 도사리고 외롭고 고통스러운 시간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지내온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다. 항상 불평 불만이 많았지만 그런 것들은 문제 해결에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다.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꾸려면 절대적인 감사가 필요하다. 그는 하나님에게 살아있음을 감사했다. 잠잘 곳이 있고 먹을 것이 있는 것에 감사했고 아내와 자식들이 있고 돌아갈 고향과 가족이 있음에 감사했다. 그는 자신의 부끄러운 삶을 반성하고 어두운 내면을 깊이 성찰했다. 바로 이 순간이 평생 변할 것 같지 않은 돌 덩어리처럼 딱딱하고 고집이 세고 남의 말을 듣지 않는 그의 내면에서 변화의 불길이 조용히 타오르는 순간이었다. 기도의 목적은 하나님에게 내가 원하는 것을 달라고 생떼를 쓰는 것이 아니라 나의 욕심을 버리고 하나님의 생각과 뜻이 나의 생각과 뜻이 되도록 나를 바꾸는 데 있다. 그는 “네 씨로 바다의 셀 수 없는 모래와 같이 많게 하리라”는 하나님의 축복을 상기하며 따뜻한 온기가 목구멍을 통해 몸 안으로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지금까지 자신을 보호하고 인도하신 것처럼 지속될 하나님의 도우심을 믿었다. 그것은 긍정적인 마인드로 무장한 자기 암시가 아니라 깊은 믿음에서 우러난 확신이었다.
정기원 목사 (602) 804-30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