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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원 목사 알수록 재미있는 성경 나눔] 타고난 최고의 싸움꾼 야곱 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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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곱은 싸우기 위해 태어난 싸움꾼이었다. 누구에게서 배웠는지 모르지만 그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싸움을 시작했다. 그리고 세상 밖으로 나올 때에도 이미 전세가 기울어 항복할 수밖에 없는 진 게임에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싸움을 포기하지 않고 에서의 발꿈치를 잡고 매달리는 근성을 보여주며 냉철한 승부사의 면모를 과시했다. 그는 어린시절에 성장하면서 만나는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협력과 상생을 도모하기보다 그들을 경쟁자로 여기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 이기려고 애를 썼다. 그에게 중요한 건 결과로 드러나는 싸움의 전적과 화려한 승리였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이 있는 곳에는 사랑이 꽃을 피울 수가 없고 사랑이 메마른 땅에는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가 세워질 수가 없다. 극도의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경쟁과 갈등을 부추긴다. 명문대학에 들어가려면 혹독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좋은 직장에 들어가 고속승진을 하기위해 열심히 일하며 직장동료들과 경쟁을 계속해야 하는 사회구조에서는 아무도 다른 사람에게 내 자리를 양보하고 경쟁에서 처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나보다 빨리 성공하는 사람들을 옆에서 응원하고 흔쾌하게 박수를 보내기보다 그들을 부러워하고 질투하는 감정에 휘말려 곱지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뒷담화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야곱은 경쟁에서 이기는 법을 터득해 개인플레이를 위주로 하는 경기에서는 탁월한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팀워크를 기초로 하는 단체경기에서는 영락없이 낙제점수를 받았다. 축구시합을 하면 혼자 볼을 몰고 골대 앞까지 가서 다른 선수에게 패스를 하지않고 직접 마무리 슈팅까지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선수들이 단독 드리볼을 좋아하는 그에게 패스하기를 꺼렸고 그에게 볼이 오는 경우가 많지않았다. 화려한 개인기를 뽐내고 슈팅능력이 뛰어나며 스피드가 좋은 그가 히딩크 감독을 만났다면 팀을 먼저 생각하지않는 사람은 아무리 자질이 뛰어나도 필요없다며 대표선수 선발에서 그를 제외시켰을 것이다. 감독의 꾸지람과 잔소리에 진저리가 난 그는 축구에 흥미를 잃고 그만두었다. 러닝 인구가 늘고 전국적으로 “러닝 열풍”이 불자 그는 종목을 바꾸어 마라톤에 도전했다. 혼자 달리기만 잘하면 쉽게 우승도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겉보기와는 달리 마라톤도 만만치 않았다. 함께 훈련할 팀이 있어야 하고 실제 경기에서도 누군가와 보조를 맞추며 달리는 협조자가 필요했다. 따지고 보면 그는 언제나 혼자였다. 아무도 가까이하지 않는 구두쇠 스쿠루지 영감처럼 그의 주변에는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없었다. 그는 혼밥과 혼술을 하고, 혼자 노래하고, 혼자 영화보고 낄낄거리고, 혼자 사무실에서 밤 늦게까지 일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아내와 자식들이 있었지만 그는 언제나 외롭고 고독했다. 죽음보다 무서운 외로움이 사람을 병들고 고통스럽게 만드는 불행의 주범이다.  

정체불명의 사람과 밤새도록 계속된 싸움은 그가 경험했던 수많은 싸움에 종지부를 찍는 마지막 승부였다. 이번 싸움은 이전의 싸움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는 이미 수많은 실전을 통해 상당한 노하우를 가진 싸움의 달인이었지만 자신이 가진 싸움의 기술과 능력으로는 도저히 상대를 제압할 수 없었다. 더구나 그의 나이가 100세를 바라보는 97세였으니 아무리 평생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여 근육질의 단단한 몸을 가졌다하더라도 나이를 속일 수는 없었다. 같은 나이 또래 사람들은 주름살이 푹 패이고 백발이 뒤덮인 쭈글쭈글한 얼굴에 걸음도 제대로 걷지못해 지팡이 신세를 지는 일이 많았다. 그 나이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누군가와 일대일 결투를 벌여 이기기를 바라는 건 벼락부자가 될 것을 믿고 로또를 산 뒤 열심히 김칫국을 퍼 마시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순간 그는 본능적으로 싸움의 상대가 예사롭지 않다는 걸 직감했다. 신과 인간의 싸움은 자신의 능력이나 속임수가 전혀 통하지 않고 이기려고하면 할수록 질 수밖에 없는 이상한 싸움이다. 우리는 돈 버는 법을 배우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하지만 정작 돈 쓰는 법은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열심히 일해서 많은 돈을 모았는데 돈을 관리하고 쓰는 법을 잘 몰라 한순간에 전 재산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싸움에서 이기는 법을 배우는 데 집착하지만 정작 싸움에서 지는 법을 모른다. 그저 손들고 항복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야구를 보면서 “인생은 지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 수많은 싸움에서 항상 이길 수가 없기 때문이다. 패자는 실패하면 도전을 포기하고 돌아서지만 승자는 성공할 때까지 실패를 거듭하며 도전한다. 실패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는 자만이 성장할 수 있다. 실패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좋은 운명을 만든다. 
                           

정기원 목사 (602) 804-30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