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원 목사 알수록 재미있는 성경 나눔] 타고난 최고의 싸움꾼 야곱 144

야곱은 하나님을 만나 밤새 씨름한 그날에 오랫동안 소식이 끊어졌던 에서를 만난다. 그는 에서가 왜 세일(Seir)로 이주하여 정착하게 되었는지, 지금도 여전히 들판을 뛰어다니며 사냥꾼으로 살고 있는지, 아니면 사냥꾼 생활을 청산하고 번듯한 사업가로 변신하여 잘 살고 있는지, 아직도 원한을 품고 그를 만나면 죽이려고 칼을 갈고 있는지, 이방인 여자를 4명이나 아내로 맞아들이고 그들을 따라 이방인이 되어버린 그가 지금은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리 인터넷에 접속하여 검색을 해보아도 에서의 나이와 출신학교 등 기본적인 인적사항 외에 자세한 내용은 찾을 수가 없었다. 에서가 친구들과 골프를 즐기거나 큰 저택에 딸린 수영장에서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진들이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에 올라온 것을 보면서 나름대로 여유 있는 생활을 하는 것 같아 안심이 되었다. 현재 저렇게 잘 살고 있는데 굳이 과거에 얽매여 복수를 하겠다고 달려들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필요가 있을까? 과연 에서는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성격이 급하고 불같이 화를 내는 사람에서 느긋하고 이해심 많은 사람으로 변화되었을까? 그는 20년의 세월이 그들을 갈라놓아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경계심을 늦출 수가 없었다. 그는 에서가 자신을 향해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과연 이것이 그에게 기쁜 소식인지 아니면 불길한 소식인지 알 길이 없었지만 나름대로 대책을 세워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는 사람들과 선물을 먼저 에서에게 보내고 자식들을 나누어 앞에 두고 레아와 그의 자식들은 그 다음에 그리고 라헬과 요셉을 맨 뒤에 두었다. 자신이 가장 아끼는 사람들로부터 시작해서 레아를 제외하고는 지위와 계급에 따라 뒤에서부터 앞으로 배치했다. 마치 전쟁터에서 군인들을 배치하듯 지휘관들이 후미에서 지휘를 하도록 배치하고 그 앞에 일반 병사들을 세운 뒤 가장 신체조건이 뛰어나고 용감한 특수부대 요원들을 죄전선에 배치해 필요하면 돌격대 역할을 하도록 했다. 그리고 총 사령관인 자신은 지프 차를 타고 이동하며 군인들 사이를 누비며 그들을 독려하고 후미에 있는 지휘관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는 그렇게 배치해야 예상치 못한 공격을 받더라도 급히 손을 쓸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을 벌 수 있고 사전에 준비한 계획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행동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에서가 400명을 데리고 노는 것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 무엇보다 400명이라는 많은 숫자에 압도되었다. 지금으로 치면 몇 천명에 해당하는 엄청난 숫자이다. 대통령이나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특별 사절단을 대동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오랫동안 소식이 끊긴 동생을 만나는데 400명의 인원을 대동할 필요가 있을까? 순간 복수의 칼날을 갈며 만나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복수를 맹세했던 에서가 무장 군인들을 출동시켜 복수를 하기 위해 오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길한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마음을 놓고 한가롭게 음악감상을 할 때가 아니었다. 적어도 건장한 청년들이 선두에 서서 길을 막고 시간을 버는 동안 두 아내와 아이들이 도피경로를 따라 몸을 피하도록 해야만 안심이 되었다.
그러나 하나님을 만난 후 그의 태도는 완전히 바뀌었다. 그는 자신을 체포하기 위해 체포영장을 들고 다가오는 에서와 그가 대동한 400명의 정예요원들을 피해 달아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열렬한 지지자들이 차량통행을 저지하고 버스로 길을 막아 세운 차벽이나 인간방패 뒤에 숨기를 거부했다. 굳이 피할 수 없다면 정면으로 부딪혀 정면돌파를 해야 한다는 각오로 맨 뒤에서 일행을 따라가던 그는 에서가 오는 것을 보고 일행을 제치고 앞으로 나갔다. 그는 더 이상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는 3비(비겁-비열-비루)형 인간이 아니었다. 이스라엘 백성이 공포에 떨고 주눅이 들어 아무도 칼을 들고 거인 골리앗과 싸우려고 하지 않았을 때 갑옷도 걸치지 않고 칼 대신 매끄러운 돌 다섯 개를 모아 가방 안에 넣은 뒤 돌팔매와 양치기 지팡이를 들고 혈혈단신으로 골리앗 앞에 선 다윗처럼 그는 홀로 에서 앞에 섰다. 그는 자신이 입을 손해를 계산하여 약삭빠르게 행동하는 기회주의자가 되는 것을 거부했다. 사람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 만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되어 죽는 한이 있어도 거대한 세상과 홀로 맞서는 영웅의 길을 선택했다. 그에게는 자기 잘못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비겁하게 목숨을 건지려고 몸을 피하지 않는 남자다움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모든 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에서를 속이고 열받게 한 뒤 먼 곳으로 줄행랑을 쳤으니 에서를 만나면 무슨 변명을 늘어놓고 핑계를 댈 건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과거에 얽매여 미래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 어떤 대가나 희생을 치르더라도 과거를 청산한 뒤 새로운 미래를 향해 첫발을 내딛기를 원했다.
정기원 목사 (602) 804-30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