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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원 목사 알수록 재미있는 성경 나눔] 로마서 – 깊게 천천히 오래 보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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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하나라도 진심과 인내를 담아 그리라”고 말한 영국의 평론가 존 러스킨은 그의 저서 ‘도로잉’에서 보는 것에 관한 주의 깊은 관찰과 훈련을 강조하며 대상을 오래 주의깊게 바라보라고 했다. 깊게 천천히 오래 보기는 대상을 온전히 보기 위해 타인의 시선을 배제하고 내 눈으로 보는 것 그리고 오직 그 대상에만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겉모습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의 의미나 본질을 파악하려는 시도를 뜻한다. 그는 눈의 순수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하며 눈 먼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시력을 되찾았을 때 사물을 다시 바라보는 방식에 비유했다. “빨리 빨리” 문화에 익숙해 서론을 빼고 결론만 듣고 싶어하고 열심히 지름길을 찾는 사람들에게 시간을 내어 깊게 오래 보기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필자가 아는 지인이 프랑스 여행을 하다가 우연히 한 카페에 들러 차를 마셨는데 알고 보니 그 카페가 노인과 바다로 유명한 소설가 헤밍웨이가 생전에 즐겨 찾던 곳이라는 말을 듣고 나서 무심코 지나칠 뻔했던 장소가 새롭게 눈에 들어왔다. 호기심이 발동한 그는 헤밍웨이가 앉았던 테이블에 앉아 기념사진을 찍고 SNS에 올려 자랑을 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 시인의 유명한 시 “꽃”에 나오는 시구처럼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관심이 없이 바라보면 평범한 꽃에 불과하다. 그러나 관심을 가지고 볼 때 그 꽃은 나에게 의미가 있는 특별한 꽃이 된다. 대상을 깊게 오래 천천히 보는 것은 그냥 지나치지 않고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대상에 집중하는 행위이다.

예수님이 초대를 받고 마르다의 집을 방문했을 때 마르다는 집안 청소와 음식준비로 바빴다. 그녀는 동생 마리아가 예수님 앞에 앉아 말씀을 듣는 것을 보고 “나를 도와줄 생각을 안하고 지금 뭐하는 거야?” 울화통이 나서 예수님에게 중재를 부탁했다. 그러자 예수님은 “네가 많은 일로 염려하고 근심하나 몇 가지만 하든지 혹은 한 가지만이라도 충분하다”고 말씀하셨다. 마르다는 많은 일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어 무엇을 위해 바쁜 것인지 목적과 대상을 잃어버렸다. 그녀는 바쁘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가장 중요한 일에 집중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해야할 일을 하는 것과 하고싶은 일을 하는 것은 다르다. 해야할 일만 하면 하고 싶은 일을 놓친다. 식당에 가서 식사하는 사람들을 보면 서로 대화를 나누기 보다 각자 휴대폰 보느라 정신이 없다. 휴대폰 중독에 걸린 사람들이다. 하루 종일, 아니 몇 시간이라도 휴대폰을 끄고 자신이 하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을까? 따지고 보면 중독증에 걸린 사람들이 많다. 일 중독뿐 아니라 술, 도박, 돈, 섹스 등 중독에서 빠져 나오지를 못한다. 세례 요한은 복음 사역을 위해 광야로 가서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다”고 외쳤다. 그는 왜 아무도 살지 않는 광야로 갔을까?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어 발 디딜 틈이 없는 쇼핑몰이나 주일 날 예배시간에 대형교회를 찾아가든지 너튜브 방송을 통해 메시지를 알리는 게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었을까?

우리는 세상의 소음에 파묻혀 귀를 막고 산다. 주식으로 벼락부자가 되는 법을 알려준다면 모를까 영적인 문제에는 관심이 없다. 세례 요한은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광야로 가야만 했다. 인터넷과 휴대폰이 무용지물이 되고 세상의 소음이 완전히 차단된 광야에서만 복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음침한 적막이 흐르고 야생동물이 으르렁거리며 달려들 것 같은 두려움과 공포의 장소에 홀로 설 때 잃어버린 나를 찾고 절대자를 바라보게 된다. 돌 밭이나 가시 밭에 씨를 뿌리는 농부는 없다. 예수님은 말씀의 씨를 뿌리기 위해 30배, 60배, 100배의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기름진 땅을 열심히 찾으셨다. 예수님이 우물가에서 만난 사마리아 여인은 보기 드물게 기름진 옥토였다. 그녀는 메마른 땅에 비가 내리면 대지가 무섭게 물을 빨아들이듯 말씀의 씨앗이 떨어지자 기다렸다는 듯 복음을 받아들였다. 그녀에겐 이렇게 생을 마감하고 싶지 않다는 간절함이 있었다. 그런 간절함과 절박함을 가진 사람이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고 천국을 경험할 수 있는 사람이다. 지금 당신의 관심은 어디에 있는가? 사물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깊이 생각하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냥 많은 것들을 의심하지 않고 살아가는 게 편하기 때문이다. 인기있는 드라마에 관한 이야기나 자기 자식을 자랑하는 데는 시간 가는 줄 모르지만 딱딱하고 어려운 주제는 지루하게 여긴다. 프랑스 소설가 폴 부르제는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생각하는 삶과 깨어 있는 삶을 강조했다. 
                       

정기원 목사 (602) 804-30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