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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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두 무리는 그간 겪었던 엄청난 모험과 가혹한 시련을 한숨과 눈물로 나누면서 서로를 위로했다. 이제 두 무리는 근 80여명이 되었다. 이 작지않은 무리를 누가 지휘하는가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대두되었다. 총독은 '디 바카'에게 자신은 더이상 대원들을 통솔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나 총독과 엔리케즈 사이에는 그래도 미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총독과 엔리케즈는 자신이 지휘하던 뗏목의 대원에게만 지휘권을 행사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총독은 감사관 엔리케즈가 자신을 배제하고 제3자를 자신의 자리에 앉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할 만큼 그는 허약해졌다. 그러나 옛날처럼 태도는 오만했다.
총독이 잠들었던 뗏목 바다로 날아가다
어느 날, 두 무리는 바닷가 해변에서 야영했다. 토착민들의 습격에 대비해서 엔리케즈는 주위에 보초를 세웠다. 총독은 자신과 상의도 없이 단독으로 지휘권을 행사하는 엔리케즈가 못마땅했다. 그는 키잡이와 연락병을 데리고  뗏목에서 잠을 청했다. 한 밤중 토착민들의 공격이 있었다. 전 대원들이 정신없이 싸우고있을 때 총독이 잠든 뗏목에 돌풍이 덮쳤다. 돌풍에 휘말려 뗏목은 바다 한가운데로 밀려갔다. 그러나 토착민들과 교전중이던 대원들은 누구도 총독이 자고있던 뗏목이 바다로 휩쓸려 들어가는 것을 알지못했다. 총독이 자고있던  뗏목에는 식수도 한웅큼의 옥수수도 없었다. 신대륙을 정복하려던 야망의 사나이 불사신 총독 '디 나르바에즈'는 엉성한 뗏목에 의지하여 너른 바다를 떠돌다 생을 마감하는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었다.
엔리케즈와 대원들은 계속 서쪽을 향해 나아갔다. 텍사스 해변에 겨울이 오면서 매서운 추위가 대원들을 괴롭혔다. 앞을 가리는 눈보라와 차가운 바닷바람에 대원들은 한발자욱도 나가지못했다. 가재와 게를 잡아먹던 작은 여울도 꽁꽁 얼어붙어 이제는 먹이마저 구할 수 없었다. 엔리케즈는 땔감을 구하기 쉽고 마실 물이 넉넉한 숲속에 임시 거처를 잡았다. 이곳에서 겨울을 나고 날이 풀리는 봄이 오면 다시 파누코를 찾아 길을 나서기로 했다.
땔감과 식수가 넉넉한 곳에 겨울을 날 거처마련
텍사스의 겨울 추위는 대단했다. 하루 내내 내리는 눈은 한길이 넘도록 쌓였다. 쉴새없이 불어대는 눈보라로 먹이를 구하러 나갈 수도 없었다. 겨울바람과 쉬지않고 내리는 눈발은 앞을 헤아릴 수 없었다. 바람을 막아주는 엉성한 움막에 몸을 웅크리고 바람을 피하던 대원들은 추위와 허기를 견디지 못하고  서서히 죽어가기 시작했다. 아직 목숨을 다하지 못한 살아있는 대원들은 얼마 전까지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 가자고 다짐하던 죽은 동료를 먹으며 눈물을 흘렸다. 실종된 총독의 살아있는 대원과 엔리케즈의 대원들은 텍사스에서 겨울을 나면서 이렇게 죽어갔다. 아직 살아있는 대원들은 동료가 죽어가면 시체를 토막냈다. 그리고 바람과 햇빛에 말려 상하지 않게 보관했다가 아껴 먹으면서 생명을 연장했다.
추위와 굶주림으로 전 대원 서서히 죽어가다
1529년 3월1일 한 토착민이 해변가 숲속을 지나다가 우연히 낯선 움막을 발견했다. 토착민은 움막속에서 짐승처럼 머리와 수염을 산발한 사람이 시체를 저미는 것을 발견했다. 짐승같은 사람은 스페인 바다호즈 출신의 헤르난도 디 에스퀴발로 밝혀졌다. 그는 얼마전까지 이 무리의 지휘자였으며 자신과 함께 마지막으로 살아있던 소토마이어가 죽자 그를 져머먹고 있었다. 이렇게해서 총독이 인솔하던 뗏목에 탔던49명의 대원과 감사관 에리케즈가 인솔했던 49명의 대원 그리고 테레즈 대위와 페나로사 대위가 인솔했던 47명의 대원 총 3척의 뗏목을 타고 출발했던 145명 중에서 디 에스퀴발 한 사람만 살아남고 모두 떠났다.
 외딴 섬에 표류한 '디 바카'와 대원들
'디 바카'가 모래톱을 때리는 파도 소리와 시끄러운 새소리에 눈을 떴을때 11월의 해는 중천에 매달려 있었다. 대원들이 게으른 짐승처럼 멀리서 어기적거리며 움직이는것이 눈에 들어왔다. 눈길이 간 모래 사장 한편에는 반은 모래에 뭍힌 뗏목이 웅크리고 있었다. 아직까지 살아서 함께 난파되어 섬까지 떠내려온  대원은 대략 40여명 정도였다.
'디 바카'는 대원들을 불러모으고 우선 불을 지폈다. 그리고 뗏목에서 건져낸 날 옥수수를 불에 끄슬려 허기를 달랬다. 어느정도 기운을 차린 '디 바카'는 아직까지 기운이 있어 보이는 디 오베이도에게 높은 나무에 올라가 '도대체 이곳이 어디인가' 살펴보도록 했다. 얼마후 나무에서 내려온 디 오베이도는 이곳은 폭 1마일 반, 길이 15마일 정도의 섬같다고했다. 그리고 도처에 짐승들의 발자욱과 작은 오솔길이 보였다고 했다.
어지러운 발자욱 따라 정찰에 나서다
빈 들판에는 발자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사람의 발자욱인지 짐승의 발자욱인지 구별이 안되었다. 오비도의 이같은 보고를 받은 '디바카'는 발자욱의 정체를 확인한 후 앞으로 살아갈 길을 마련하기로 했다. 오비도에게 발자욱을 따라 내륙으로깊이 들어가 주변을 살펴보도록 했다. 오비도는 발자욱 같은 흔적을 따라 약 1마일 정도 더 들어갔다. 우거진 잡목사이로 몇 채의 토착민 초옥이 나타났다. 빈 초옥을 지키던 강아지 한 마리가 요란하게 짖어댔다. 초옥은 비어있었다. 초옥 안에는 요리한 송어가 놓여 있었다. 오비도는 근처에 있는 옹기에 숭어를 쓸어담았다. 그리고 재빨리 초옥을 나섰다. 강아지가 사납게 짖으면서 오비도의 뒤를 따랐다.
활을 들고 오비도의 뒤를 쫓는 토착민 전사
한참을 달려도 강아지는 계속 짖어대며 뒤를 따라왔다. 강아지 뒤에는 벌거벗은 토착민 전사 3명이 활을 잡은 팔을 흔들며 달려왔다. 토착민들은 계속 무어라고 소리쳤다. 오비도가 대원들이 머무는 곳에 도착한 지 얼마되지 않아 토착민 전사들이 들어섰다. 이들은 대원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수척한 조난자들과 마주했다. 그리고 아무말도 건네지 않았다. 잠시후 요란한 괴성이 울리면서100여명의 벌거벗은 토착민 전사들이 활과 몽둥이를 들고 들이닥쳤다. 이들은기력이 다해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조난자들을 둘러쌌다. '디 바카'를 비롯하여  5, 6명만이 일어서서 이들을 대했다. 갑자기 둘러싼 토착민 전사들이 두렵고 일어설 기력조차 없는 대원들은 주저앉은채 눈망울 만굴렸다. '디 바카'와 몇몇 대원이 토착민 앞에 나섰다. 그리고 유리 묵주알 몇 개와 작은 구리종 몇 개를 토착민에게 전했다. 선물을 받은 토착민 전사들은 '디 바카'에게 화살 몇 대를 선물했다. 이제 양편사이에 적의는 사라졌다.
불쌍한 조난자에게 음식을 제공한 토착민들
재무관 ''디 바카'는 토착민에게 그간의사정을 몸짓으로 설명했다. 재무관 '디 바카'의 몸짓을 이해한 토착민들은 조난자들의 딱한 처지를 동정하며 내일 새벽 해가 뜰 무렵 음식물을 가져오겠다고 몸짓으로 말하고 떠났다. 이제 조난자들에게 토착민에 대한 공포는 사라졌다.
해맑은 태양이 바다 끝에서 붉게 솟아 올 무렵 토착민들이 약속대로 요리한 물고기와 바다속에서 어렵사리 채취한 삶은 쇠뜨기 뿌리를 가져왔다. 대원들이 처음 먹어보는 쇠뜨기 뿌리는 삶은 밤맛과 비슷했다. 녹말이 제법 찐득한 것이 그런대로 먹을만 했다.
(*필자주: 쇠뜨기 뿌리는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린다. 뿌리는 흑색 또는 짙은 갈색. 소가 잘 뜯어먹어 쇠뜨기라는 이름을 얻었다. 생식줄기 끝에 붙어있는 포자낭 수가 뱀의 머리를 닮아 '뱀밥'이라고도 불리운다. 여러해살이 풀로 밭의 뚝이나 하천에서 잘 자란다. 뿌리줄기를통해 뱀밥이라는 순과 싹이 나온다. 이뇨와 장출혈에 좋다고 알려졌다. 또한 일부 시골에서는 나물로도 먹는다.) 
'디바카'의 경우 지난 5월 약간의 비스킷과 베이컨을 먹은 이래 처음 대하는 음식이었다. 재무관은 탐험과 유랑도중 도축한 말고기는 차마 입에 댈 수 없었다. 그리고 물고기도 입에 대지않고 오직 옥수수 알이나 나무 열매로 연명했다.
 < 다음호에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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