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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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래전 어느 추운 겨울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직항 비행기가 없어 눈이 수북이 쌓인 하바롭스크 공항에 내렸는데 그곳은 시골 기차역을 방불하게 하는 작은 공항이었다.
공항 관계자에게 언제 비행기를 갈아탈 수 있냐고 물었더니 내일 오전에 다시 와야하고 만약 그 때 비행기가 없으면 다음날 다시 와야 한다고 했다.
헐, 뭔 항공사가 정해진 스케쥴도 없이 비행기를 운행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황당한 일을 당한 후 할 수 없이 공항을 빠져나오는데 서투른 한국 말로 잠잘 곳이 필요하냐고 묻는 생면부지의 아주머니를 만나 담배냄새와 악취가 코를 찌르는 집에서 군용 담요를 뒤집어쓰고 하룻밤을 뜬 눈으로 보낸 뒤 다음날 목적지에 도착했다.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추운 날씨에 귀가 떨어져 나갈 것 같아 겨울을 버티려면 꼭 있어야 한다는 러시아 털모자 샤프카를 사서 눌러쓰고 며칠간 돌아다니며 여러 부류의 사람을 보게 되었다. 아침부터 보드카를 옆에 끼고 아직 술이 깨지 않았는지 길에서 큰 소리로 떠드는 사람, 장갑도 끼지 않고 공원 벤치에 앉아 신문을 읽는 사람, 그들이 좋아하는 한국의 초코파이를 길바닥에 수북이 쌓아 놓고 파는 사람, 얼음을 깨고 앉아 낚시하는 사람, 카지노에서 노름하는데 정신이 없는 사람, 현지에 있는 평양식당에 들러 식사를 했을 때 남조선에서 왔냐고 물으며 불고기를 권하던 미모의 젊은 북한 여성 등...

그런데 그들에겐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하나같이 그들의 표정이 어둡고 죽은 동태 눈깔처럼 눈빛이 죽어 있어 흐리멍텅하게 보였다. 현지에서 생활하는 후배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선배님, 러시아 사람들은 꿈이 없어요." 나는 그때 꿈과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죽은 눈빛과 그들의 얼굴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를 보았다. "아, 그렇구나! 사람을 살아있게 만드는 것은 꿈과 희망이야." 먹을 것이 없어서 죽는 사람도 있지만 꿈과 희망이 없어 죽는 사람이 더 많다는 걸 처음 알았다.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건 무엇인가를 꿈꾸고 희망하고 해야 할 일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멀지 않아 노인들의 나라가 될 것이라고 한다.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지만 MZ세대가 소위 '번아웃증후군'이라고 불리는 무기력증과 우울증에 고통받고 있는 게 더 큰 문제이다.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 방황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느낀 환멸과 절망을 문학에 반영한 게 잃어버린 세대 (Lost generation)이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전전하며 비정규직이라도 해야 하는 젊은이들은 연애, 결혼, 출산 등을 포기해야만 하는 이른바 '3포 세대'나 여러 개를 모두 포기해야 하는 '엔(N)포 세대'로 불린다.

신체적 나이보다 중요한 건 정신적인 나이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꿈과 희망을 잃어버리고 무기력한 삶을 사는 사람이 정신적으로 노쇠한 노인이다. 세상에는 젊은 노인들이 있는가 하면 노인청년들이 있다.
아브라함 당시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영혼이 살아있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이었다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내적인 생명력이 살아있는 75세의 청년 노인 아브라함은 20대의 젊은이들과 비교해도 기억력이 조금 떨어져 사람 이름을 기억하려면 시간이 걸리는 것 빼고는 전혀 뒤떨어지지 않았다. 여전히 변화와 혁신을 꿈꾸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며 죽는 날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은 그는 창업자의 정신을 가진 영원한 청년이었다.

지금 당신에게는 아침마다 당신을 흔들어 깨우고 가슴 벅찬 설렘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하는 꿈이 있는가? 당신의 심장을 뜨겁게 달구는 꿈은 무엇인가? 불꽃처럼 타올라 한 줌 남김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태우고 가려는 그런 뜨거운 열정이 있는가?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굳게 믿고 자신의 꿈을 향해 꾸준히 나아가라! 최후의 승자는 특별한 재능이나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다고 믿고 행동하는 사람이다. 스스로 의심하지 않고 믿는 확고한 믿음이야말로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큰 축복의 선물이다.

떠남의 의미와 목적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부르신 후 왜 즉각 모든 것을 버리고 고향을 떠날 것을 요구하셨을까? 아브라함은 이 갑작스러운 명령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지금까지 알고 지내던 친구들과 각종 동아리 모임 등 하루가 멀다하고 만나 같이 식사하고 수다떨던 정든 사람들과 헤어진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모든 연락이 두절된 상태에서 밤마다 몰려오는 그리움과 외로움을 견딜 수 있는 독한 마음이 없다면 떠나라는 명령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정기원 목사 (602) 804-3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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