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간 ‘디바카’는 표류한 조난자 중 자신만이 갈베스톤섬에 남아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의외로 2명이 더 있었다. 갈베스톤섬에 표류했을 때 나무에 올라가 섬을 조망했던 로프디 오비도와 도란테스의 뗏목을 타고온 제로니 모디아라니즈였다. 오비도는토착민의 외진 촌락에서 생활하여 재무관과 소통이 되지 않았다. 외진 곳에서 생활하던 디아라니즈는 탈주팀에 끼지못했다. 건장했던 오비도는 겨울을 나면서 많이 쇠약해졌다. 조악한 음식과 중노동으로 마음도 많이 약해졌다. 아라니즈는 병색이 완연했다. 자리를 함께 한 재무관은 함께 ‘죽음의섬’을 빠져나가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두사람 모두 흉악한 본토의 토착민에게 잡혀 잔혹하게 죽는 것보다는 이곳에서 짐승처럼 사는 게 훨씬 낫다고 머리를 저었다. 이후 몇 차례 더 권했으나 그들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재무관 ‘디바카’ “죽음의섬”을 단신 탈주하다
겨울이 가고 1530년 2월,재무관 ‘디바카’는 단독으로 지겨운 갈베스톤섬을 탈주하기로 결심했다. 2월의 바다는 찼다. 섬과 대륙사이를 가로지른 협곡사이로 흐르는 물은 거셌다. 재무관 ‘디바카’는 찬 바다를 가로질러 육지를 향해 물살을 가르고 앞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간 보아두었던 숲속을 향했다. 차루코 부족들이 초막앞에 앉아 한가로이 담배를 물고있었다. 이들은 피부가 유난스레 희고 머리와 수염이 노란 이색인종이 나타나자 경계의 눈빛을 던졌다. 재무관 ‘디바카’가 더듬거리며 사정을 설명하자 먹을 것을 내놓으며 경계를 풀었다. 이렇게 재무관은 토착민 차루코 부족의 손님이 되었다.
차루코 부족은 주위를 둘러싼 타부족으로터 위협을 받고있었다. 언제 타부족이 공격해 올 지 몰라 긴장중이었다. 추장은 마침 찾아온 재무관을 이용하여 그들을 노리는 적들의 동정을 살피기로 했다.
행상이 되어 토착민 촌락을 전전하는 재무관
행상이된 재무관은 벌거벗은 몸에 토착인들이 즐겨찾는 소품을 지고 토착민들의 촌락을 찾아나섰다. 토착민들은 얼굴과 온몸에 바르는 붉은 흙과 바다 달팽이 조가비, 그리고 진주처럼 반짝이는자갈, 콩처럼 작은 과일을 자르는 날카로운 조가비를 지고 내륙깊이 토착민 촌락을 찾았다. 자신들이 필요한 물건을 들고온 재무관은 토착민들에게 인기였다. 이들은 재무관에게 음식을 대접하고날이 저물면 잠자리도 제공했다. 대신재무관 ‘디바카’는 바닷가 부족이 즐겨찾는 모피와 교환했다. 그리고 차루코 부족에게는 주위의 토착민 부족들의 동정을 알렸다. ‘디바카’는 근 22개월동안 행상이 되어 온 텍사스 연안과 내륙을 누볐다. 그가 가고자하는 곳은 어디고 갈 수 있었다. 토착민 언어도 어느정도 능숙해진 재무관은 멀리는 오클라호마까지 다녀왔다. 그리고 해안선을 따라 반경 40내지 50리이그 내에 있는 북으로는 사빈 늪지대, 남으로는 마타고르다만의 토착민 부족을 찾았다. 토착민 부족을 찾아가는 도중 폭풍과 추위에 몸을 떨기도 하고 위험한 짐승과 대면하여 목숨이 위태로울 때도 있었다. 한밤중 별이 자욱한 검은 하늘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려가며 끝없는 황야를 외롭게 걷기도했다. 그래도 그는 자유롭게 어디든지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어 행복했다.
‘파누코’를 찾아 다시 길을 나서다
텍사스 연안일대가 한 눈에 들어오자 ‘디바카’는 드디어 파누코를 찾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죽음의 섬 갈베스톤에 두고온 오비도와 아라니즈가 마음에 걸렸다. ‘디바카’는 우선 오비도를 찾았다. 근 3년만이었다. 그는 더 여위어 있었다. 병색이 깊던 아라니즈는 결국 고향땅을 밟아보지 못하고 죽었다고 했다. 끈질긴 재무관의 설득에 드디어 오비도는 ‘디바카’를 따라나서기로 했다.
1532년봄, 두 사람은 물살이 거센 멕시코만의 바다에 몸을 던졌다. 수영이 서툰 오비도는 ‘디바카’의 도움으로 무사히 대륙의 연안에 발을 디뎠다. 벌거벗은 두사람은 잠시 숨을 고른 뒤 파누코가 있다는 멀고먼 서쪽하늘을 바라보았다. 두사람 앞에는 험한 여정뿐이었다.
도란테스 대위와 11명 생존자 본토로 탈출
“죽음의 섬”을 탈출한 도란테스 대위와 살아남은 11명의 조난자들은 무사히 텍사스 해변에 닿았다. 텍사스 연안의2월 바닷바람은 무척 차가웠다. 거의가 벌거벗은 상체를 가리지 못한 조난자들은 찬바람에 웅크린 몸을 서쪽으로 향했다. 거의가 신발을 신지 못한 조난자들의 발바닥은 두꺼운 굳은 살이 박혀 이제는 피도 흐르지 않았다. 길가 덤풀에 맺힌 새들도 쪼아먹지 않은 쪼그라든 야생딸기를 씹어가며 조난자들은 파누코가 있다는 서쪽을 향해 나아갔다. 걷다가 흐르는 실개천을 만나면 가재나 게, 그리고 조개를 주워 구워먹으며 허기를 달랬다. 조난자들은 놀랍게도 홀로 떠도는 조난자 ‘디레온’을 만났다. ‘디바카’의대원으로 갈베스톤섬에 표류했던 ‘디레온’은 대원들과 격리된 채 홀로 외딴 토작민 촌락에서 노예생활을 하다 며칠전탈주했다고 했다. 이제 탈주자는 13명이되었다. (*필자주: ‘디바카’는 그의 회고록에서 도란테스가 우연히 만난 조난자는 갈베스톤섬에서 파누코로 구원을 요청하러 떠났으나 끝내 돌아오지 않은 4명중 하나인 스페인 톨리도 출신의 ‘피구에로아’라고기술했다.)
살아남은 6명의 생존자, 토착민의 노예가 되다
13명의 탈주자들은 오이스터 크릭을 지나고 산버나도강을 건너 무작정 서쪽으로 향했다. 죽음처럼 황량한 황무지를건너며 일행은 선인장 열매로 허기를 달랬다. 그러나 허기에 지친 탈주자들은 2월의 텍사스 바닷바람과 추위에 낙오하기 시작했다. 낙오한 조난자들은 황량한 벌판에서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고향의 부모나 피붙이들을 그리다 그렇게 세상을 등졌다. 파누코로 가는 길은 험했다. 어느때는 파란 수초가 잔듸처럼 깔린 광활한 늪이 앞을 가로막고 물살이 드센 강물이 앞을 막았다. 탈주자들은 조잡스런 뗏목을 만들어 늪이나 강을 건넜다. 거친 해협도 이렇게 건넜다. 어느때는 사나운 토착민들의 공격으로 탈주자 3명이 이들의 화살을 맞고 사망했다. 날이 갈수록 탈주한 조난자들의 수는 줄어갔다. 동료가 세상을 등질 때마다 살아있는 조난자들은 풀꽃이 바닷바람에날리는 황무지 한편에 작은 무덤을 만들고 앙상한 나무가지를 꺾어 십자가를 만들었다. 그리고 외롭게 누운 불운한 동료의 영혼을 위해 기도했다. 도란테스의 사촌 디에고와 페드로도 이렇게 텍사스의 황량한 해변가에 누웠다. “죽음의 섬” 갈베스톤을 떠나 직선거리로 거의 120마일 그리고 완만한 거리로는 140마일을 유랑하는 동안 7명의 조난자가 세상을 등졌다. 그러나 추위와 굶주림에 허덕이던 생존자 6명도 서쪽으로 유랑도중 거친 쿠에베니스 부족에게 사로잡혀 이들의 노예가 되었다.
<다음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