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브라함의 종은 이삭의 신부가 될 사람을 찾으면서 왜 하필이면 나그네와 낙타에게 물을 제공하는 여자를 원했을까? 나그네에게 물을 제공하는 것이 신부의 자격을 판단하는데 있어서 결정적인 기준이 될 만큼 중요한가? 문득 “가슴이 따뜻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오래된 광고 문구가 생각이 난다. 그는 손님이나 나그네를 친절하게 맞이하는 따뜻한 환대(Hospitality)를 가장 중요한 신부의 조건으로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것이 바로 언약의 정신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환대는 남을 불쌍히 여기는 긍휼한 마음이 있을 때 가능하다. 이웃을 사랑하고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에게 친절을 베푸는 자가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이다. 남을 사랑하는 자는 율법을 다 이루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무거운 돌덩이를 등에 메고 다니는 것처럼 613개의 율법조항과 수많은 규율과 제도와 관습이 숨쉬기조차 힘들 정도로 어깨를 짓누르지만 어떤 이유로든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종교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잘못된 관습이다. 율법의 본질은 사랑이다. 사랑이 없이는 아무리하찮게 보이는 법도 자발적인 마음으로 지킬 수가 없기 때문이다.
타자에 대한 사랑은 나그네와 같은 약자에 대한 사랑으로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오랜 여행길에 지치고 피곤한 나그네가물을 요구할 때 물을 주는 것은 인정이 많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우물 곁에 털썩 주저앉아 숨을 헐떡거리는 낙타 10마리를 보고 물을 길어 마시게 하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다. 낙타는 몸 안에 수분이 고갈되어 갈증이 나는 상태를 해소하려면 최소 25갤론의 물을 필요로 한다. 10마리의 낙타에게 물을 주려면 250갤론이나 되는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한데 낙타를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비 오듯 쏟아지는 땀방울을 한손으로 닦으며 열심히 우물물을 길어 물을 마시게 할 사람이 있을까? 더군다나 누가 시킨 일도 아닌데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자발적으로 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누구든지 너로 억지로 오리를 가게 하거든 그 사람과 십리를 동행하라”고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아브라함의 종은 단순한 환대의 수준을 넘어서서 기대치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기꺼이 여분의 마일을 더 가려는 ‘엑스트라 마일(Extra mile)’의 서비스 정신을 실천하는 사람을 만나기를 원했다.
퇴근시간이 지났지만 하던 일을 마저 마무리하기 위해 사무실에 혼자 남아서 밤늦게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사람은 엑스트라 마일을 가는 사람이다. 미국에서 영어로 대화하는 것도 쉽지 않고 사정이 급해 어떻게 하면 좋을 지 조언을 부탁하니 자기 일처럼 생각하고 함께 관공서를 찾아가 통역도 해주고 일을 처리해주는 고마운 사람도 엑스트라 마일을 가는 사람이다. 이왕 남에게 친절을 베풀고 도와주려면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살펴서 제대로 도와주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있다. 자신을 희생하여 헌신적으로 남을 돕는 사람은 하나님을 잘 섬길 수 있으며 아브라함과 같이 영혼이 살아있고 어떤 난관에도 불구하고 믿음의 길을 끝까지 달려 완주할 수 있는 신실한 사람이다. 아브라함의 종은 기도를 마치기가 무섭게 때마침 우물가에 물을 길러 온 리브가를 만났다. 그는 그녀에게서 뿜어나오는 아우라에 압도되어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그 만남은 마치 오래 전에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결코 낯설지 않은 만남이었고 우연이라고 할 수 없는 기적이었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는 콧노래를 불렀다.
그녀는 아브라함의 동생 나홀의 아내 밀가의 아들 브두엘의 소생으로 아브라함의 조카였다. 우물가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 아브라함의 집안 사람이라니 하나님의 섭리가 아니면 설명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아직 리브가가 누구인지 신원을 파악하지 못한 종에게 그녀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그 소녀는 심히 아리땁고 지금까지 남자가 가까이하지 아니한 처녀였다”고 성경은 묘사한다. 그녀는 유명 아이돌 못지않은 출중한 외모를 가졌다. 히브리적 관점에서 내면에 남들이 갖지 못한 성품이나 아름다운 특질이 밖으로 나타날 때 아름답다고 표현한다. 예를 들면 “다윗이 빛이 붉고 눈이 빼어나고 얼굴이 아름다웠다”는 말에는 그의 내면에 남들이 갖지 못한 용기와 신실함이 있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아름다운 리브가는 내면에 아름다운 성품을 가지고 있었다. 성경은 그녀가 남자를 가까이하지 아니한 처녀임을 강조한다. 남자를 가까이하지 아니하고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순결함과 아름다움을 가진 그녀는 최고의 신부감으로 사라의 후계자로 손색이 없었다. 우물에서 열심히 물을 퍼올려 낙타에게 마시게 하는 광경을 유심히 지켜보던 그는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하나님이 예비하신 사람인지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정기원 목사 (602)804-30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