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에 질세라 레아도 같은 방법을 사용하여 여종 실바를 야곱에게 주어 아내를 삼게했고 실바는 두 아들을 낳았다. 아이를 낳지 못하는 약점을 극복하고 아내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는 고육책이었다. 그러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밀을 거둘 때 장남 르우벤이 들에서 최음제 역할을 하는 합환채(Mandrakes)를 가지고 들어와 레아에게 주었다. 우연히 이 광경을 목격한라헬은 그것을 가지고 싶은 욕심에 눈이 멀어 발을 동동 굴렀다. 마음이 다급해진 그녀는 막무가내로 자기에게 달라고 요구하자 라헬은 격노했다. “네가 내 남편을 빼앗고 나서 그것도 모자라 이제 합환채마저 빼앗으려고하니 정말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니? 아무리 네 이익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로 예의를 갖추고 상도의를 지키자. 게임에도 지켜야 할 기본적인 룰이 있는데 그런 건 좀 지켜야 하지 않겠어?”라고 쓴 소리를 내뱉았다. 그러나 아이를 낳을 수만 있다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 해봐야 한다고 믿는 라헬은합환채를 보고 허기진 상태에서 먹이감을 보고 무섭게달려드는 맹수처럼 마치 빼앗긴 자기 물건을 되찾기라도하듯 앞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을 던져 달려들었다.
협상 테이블에 앉았을 때 가장 상대하기 쉬운 사람은 아무 전략이 없이 급하게 서두르며 자기 속 마음을 노출시키는 사람이다. 협상의 달인은 상대의 마음을 읽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간파한 뒤 요구조건을 제시하지 않고 상대를 더욱 서두르게 만들어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을 끝낸다. 협상의 기술을 아는 레아는 라헬보다단수가 높았다. 야곱이 허기져 죽을 지경에 이른 에서의 약점을 물고 늘어져 장자의 권리를 빼앗은 것처럼 레아는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라헬에게 쉽게 거부할 수 없는 조건을 제시했다. 그녀가 아이를 낳기 위해서필요한 것은 합한채가 아니라 야곱과 잠자리를 같이 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라헬에게 합한채를 주는 대신 야곱과의 동침을 요구했고 즉각 허락을 받아냈다. 레아와 잠을 자라면 군말없이따를 정도로 라헬이 야곱을 손에 꽉 쥐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건 그녀의 오판이고 자칫하면 남편을 빼앗길 지도 모를 위험한 도박이었다. 합환채는 사람의 얼굴 모양처럼 생긴 꽃으로 은은한 향기가 사람을 자극하고 아이를 낳게 하는 신비한 능력이 있는 출생식물 (Plant of birth)로 알려져 약으로 복용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미신적인 방법이나 민간요법으로 효과를 본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합환채에 목숨을 거는 것은 위험한 행위였다.
아이러니컬하게 합환채를 사용하지 않은 레아는 아이를 낳고 합환채를 사용한 라헬은 아이를 낳지못했다. 레아는 야곱에게 합환채로 내가 당신을 샀으니 나와 동침하라고 말했다. 값을 치렀으니 당연히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여기서 당신을 샀다는 말은 당신을 고용했다는 의미이다. 대리모처럼 아이를 낳기 위해 고용한 사람으로 표현하는 것은 진실한 사랑과 가족의 의미를 훼손하는표현이지만 그녀는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요구했다. 어쩐 일인지 야곱은 순순히 그녀의 말에 따라 그들은 뜨거운 밤을 함께 보냈다. 그리고 그녀는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두 아들을 낳았다. 그녀는 합환채를 둘러싼 힘겨루기에서 합환채를 포기하고 야곱을 차지한 자신의 손을 들어 승리자가 되도록 보상해주신 하나님에 게감사하며 다섯 번째 아들의 이름을 보상 (Reward)이라는 의미를 가진 ‘잇사갈’이라고 지었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님의 은혜였다. 다시 아들을 낳자 그녀는 자신에게 후한 선물을 주신 하나님에게 감사하고 그 이름을 ‘스불론’ 이라고 지었다. ‘스불론’에는 하나님이 선물을 주셨다는 의미와 남편이 자신을 아내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라헬은 불안하고 초조했다. 남편을 레아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두려움이항상 마음 한구석에 있었다. 그녀는 전혀 인지하지 못했는지 모르지만 하나님은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셨고 그녀의 아픔과 고통에 귀를 기울이셨다. 그녀가 인간적인 방법을 총동원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발버둥을 치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어 두손을 들고 포기할 때까지 하나님은 그녀를 지켜보고 기다리셨다. 머릿속이 자기 생각으로 꽉 차있는 상태에서는 하나님을 만날 수가 없다. 마음을 완전히 비우고 자신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하나님의 음성이 들리기 시작한다. 평생 하늘을 한 번도 올려다보지 못한 채 살다가 죽는 슬픈 돼지처럼 땅만 보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사방이 가로 막혀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막다른 골목에 서면 몸이 거꾸로 뒤집혀야 비로소 하늘을 볼 수 있는 돼지처럼 길바닥에 누워 전에는 보지 못했던 파란 하늘과 아름답게 빛나는 별들을 보고 절대자를 찾게 된다. 마침내 하나님은 그녀의 소원을 들으시고 태를 열어 아들을 낳게 하셨고 그녀는 뜨거운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정기원 목사 (602) 804-30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