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타임즈

[정기원 목사 알수록 재미있는 성경 나눔] 타고난 최고의 싸움꾼 야곱 131

KAZT 어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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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회의가 끝나갈 무렵 야곱은 레아와 라헬에게 선택권을 주고 자기와 함께 가나안으로 가든지 아니면 아버지 라반과 함께 살든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고 요구했다. 자유분방한 그는 이미 이곳을 떠나기로 결심했지만 두 아내에게 떠날 것을 강요하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의 어머니 리브가는 동일한 상황에서 모든 것을 버리고 하란을 떠나 가나안으로 이주하는 것을 선택하지 않았던가? 그것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두려움과 불안으로 마음이 심하게 흔들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가려는 용기가 없이는 결단할 수 없는 인생의 큰 도전이었다. 인생에서 가장 위험한 일은 도전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처럼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 성취할 수 있는 일이 어디 있는가? 그는 내심 두 여인에게서 리브가의 도전과 용기를 기대했는지 모른다. 두 여인은 그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난 뒤 잠시 눈을 감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주머니에서 계산기를 꺼내 자판을 두드리며 무엇인가를 계산했다. 그들은 야곱을 둘러싸고 불협화음과 마찰을 빚으며 그를 독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관계를 지속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그들은 인생의 중대한 선택을 앞에 두고 경쟁관계를 극복하고 서로 손을 잡았다. 이제 그들은 같은 길을 가는 동지가 되었다. 그들은 머리를 맞대고 최상의 선택을 위해 함께 고민했다. 마침내 그들은 라반을 포기하고 야곱을 선택했다. 그러나 그들의 선택은 야곱을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보다 어느 쪽이 유리한지를 고려한 선택이었다. 

그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은퇴한 후에 받게 될 연금의 액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을 재산의 규모, 생명보험 등을 생각하면 쉽게 집을 떠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기 이익을 위해서라면 사람을 가리지 않고 남을 속이는 일에 능숙한 아버지는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공처럼 믿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예측이 불가능한 사람이었다. 그들은 아버지가 재산을 물려준다고 약속하고 돌아서서 또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고 의심했다. “아버지가 우리를 팔고 우리의 돈을 다 먹어버렸으니 우리를 연변이나 동남아시아에서 돈을 벌기 위해 입국한 외국인으로 간주해 함부로 대하는 것이 아닌가?”하고 그들은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분통을 터뜨렸다. 딸을 팔아 돈을 챙기는 비정한 아버지에게 무슨 기대나 희망이 남아있겠는가? 그들은 아버지에 대한 섭섭함과 원망을 토로한 뒤 “이제 하나님이 당신에게 이르신 일을 다 준행하라”고 야곱이 제출한 계획을 법사위원회에 넘겨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순발력이 빠른 그는 지체하지 않고 즉시 행동에 옮겼다. 당시에는 봄이 되면 양 털을 깎기 위해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 일정기간을 보내는 관습이 있었다. 라반이 양 떼를 데리고 털을 깎기 위해 집을 떠나자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 야곱은 가족을 설득한 뒤 허겁지겁 줄행랑을 쳤다. 아브라함이 고향을 떠난 것이 아브라함의 출애굽으로 구원의 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중대한 사건이었다면 야곱이 집안 식구들을 데리고 하란을 떠난 것 역시 이스라엘의 출애굽과 모든 믿는 자들의 새 출애굽을 예고하는 중대한 사건이었다. 

3일이 지난 후 라반은 야곱이 식구들과 함께 도망한 것을 알고 격노했다. 그는 사람들을 모아 놓고 경호업무를 책임지는 비서실장을 근무태만의 책임을 물어 해임시켰다. 그는 집 안에 들이면 안 되는 사람을 인정에 이끌려 받아주었다가 낭패를 보았다며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흥분된 감정이 다소 누그러지자 발이 빠르고 체격이 좋은 사람들을 선발해 말을 몰고 전속력으로 야곱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이동하는 탓에 속도가 느린 야곱 일행은 얼마 가지 못해 라반에게 따라 잡혔다. 그는 턱 밑까지 뒤 쫓아온 라반을 만났다. 라반은 안녕이란 말도 없이 훌쩍 떠나버린 그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네가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말을 했으면 내가 사람들을 모아 송별회를 열어주고 잘 대접해서 보내주었을 텐데 딸들과 손자들에게 작별인사도 못하게 하고 무슨 죄를 지었길래 야밤에 몰래 도주한 이유는 뭔가? 나를 가족이 아니라 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하고 그를 추궁했다. 그러나 생각만큼 심하게 그를 다루지는 않았다. “너 하나를 처리할 힘이 나에게 있으나 하나님이 어제 밤에 나타나셔서 야곱에게 시시비비를 가리고 해를 입히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주셨기 때문에 너의 행동을 불문에 부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네가 나를 속이고”라는 표현을 반복하며 “네가 나를 속여 내 딸들과 내 신을 도둑질했다”며 언성을 높였다. 그는 “네가 나를 속여 양 떼를 도둑질했다”는 표현은 하지 않았다. 야곱이 선택한 양을 주기로 한 약속은 더 이상 문제를 삼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기원 목사 (602) 804-3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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