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타임즈




아리조나 문인협회

늙어가는 아내에게

조회 수 167 추천 수 0 2017.07.31 08:41:54
황지우 *.185.56.204  

늙어가는 아내에게
           -황지우-

내가 말했잖아,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 너 사랑해?
묻질 않어
그냥, 그래,
그냥 살어
그냥 서로 사는게야
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냥 그대 눈에 낀 눈꼽을 훔치거나
그대 옷깃의 솔밥이 뜯어주고 싶게 유난히 커보이는 게야
생각나?

지금으로부터 14년전, 늦가을,
낡은 목조 적산 가옥이 많던 동네의 어둑어둑한 기슭,
높은 축대가 있었고, 흐린 가로등이 있었고
그대의 집, 대문 앞에선
이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바람이 불었고
머리카락보다 더 가벼운 젊음을 만나고 들어가는 그대는
내 어깨 위의 비듬을 털어주었지

그런거야,
서로 오래오래 그냥, 보게 하는 거
그리고 내가 많이 아프던 날
그대가 와서, 참으로 하기 힘든, 그러나 속에서는
몇날 밤을 잠 못자고 단련시켰던 뜨거운 말,
저도 형과 같이 그 병에 걸리고 싶어요

그때의 그말은 에탐부톨과 스트렙토마이신을 한알한알
들어내고 적갈색의 빈 병을 환하게 했었지
아, 그곳은 비어 있는 만큼 그대 마음이었지
너무나 벅차 그 말을 사용할 수조차 없게 하는 그 사랑은
아픔을 낫게 하기보다는, 정신없이,
아픔을 함께 앓고 싶어하는 것임을
한밤, 약병을 쥐고 울어버린 나는 알았지
그래서,그래서,내가 살아나야 할 이유가 된 그대는 차츰
내가 살아갈 미래와 교대되었고

이제는 세월이라고 불러도 될 기간을 우리는 함께 통화했다
살았다는 말이 온갖 경력의 주름을 늘리는 일이듯

세월은 넥타이를 여며주는 그대 손끝에 역력하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아침 머리맡에 떨어진 그대 머리카락을
침 묻힌 손으로 집어내는 일이 아니라
그대와 더불어, 최선을 다해 늙는 일이리라
우리가 그렇게 잘 늙은 다음
힘 없는 소리로, 임자, 우리 괜찮았지?
라고 말할 수 있을 때, 그때나 가서
그대를 사랑한다는 말은 그때나 가서
할 수 있는 말일 거야


댓글 '1'

화이팅

2017.08.25 10:33:35
*.2.51.106

그렇지요 

우리 그때에 가서야 말하겠지요?

 

하지만 말입니다

지금 우리 곁에 있는 그 여인..

그 여인이 지금까지 쭈ㅡ욱 만나왔던 이라서 그렇지..

그 여인이 오늘 처음 만난.. 이제 막 알게된...

알아가게된 여인이라면요

 

시간이 없을것 같아 조급해질 것 같습니다

언제 그 분이 사라질까 염려가 되지 않을까요?

 

그리하면.. 지금까지 쭈ㅡㅡㅡ욱 만나 왔던

그 여인에게...

 

먼저 다가가서.. 이런 말씀 하심이 어떨지요?

"그대여.. 나의 사랑하는 명진이여

 고맙소.. 사랑하오

 지금까지라도 함께 하여 주셔서 감사하오

 

 사랑해요 그대.. 명진 "

 

이런 말이..

나 형처럼 같은 병 앓게되면 좋겠다는

그 진심에 지금이라두 대답하는.. 반응의 표현아닐까 싶습니다

 

좋은 글 잘 감사하게.. 고맙게 받았습니다

아리조나 문인회 .. 화이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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