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타임즈

[미셸김 원장 라이프칼럼] 겨울연가

KAZT 어드민
KAZT 어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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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라고 해도 별로 춥지않은 피닉스 집에 앉아 텔레비젼을 통해서 눈으로 덮인 고속도로와 눈에 빠진 자동차를 보면서 만감이 교차하는 것을 느낍니다. 바로 우리도 시카고에서 저런 경험을 겪었었는데.  추위때문에 눈이 녹은 길 위에 얼음이 덮히고 그런 길 위를 운전하면서 바퀴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 같은 아슬아슬함.  그런가하면 눈폭풍으로 인해 집에도 못 가고 그야말로 주먹만한 눈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내릴 때도 있습니다.

젊은 시절이었기 때문일까 그래도 그 겨울이 즐거웠습니다.  눈위에 넘어지더라도 스키를 타는 즐거움이 좋았고, 커다란 벽난로 앞에 앉아 핫 초콜렛을 마시는 즐거움도 있었기에 겨울이 좋았습니다.  물론 긴 부츠에 털모자와 가죽장갑, 거기에 두꺼운 목도리를 감고 운전을 하면서 다니던 시카고 다운타운의 아름다운 미시간 애비뉴 거리를 다닐 때면 그 겨울이 너무 좋아 “아~ 너무 멋있다.”하는 말이 저절로 나옵니다.

가을도 늦가을을 좋아하고 겨울도 너무 좋아합니다. 눈보라는 없지만 지금도  벽난로 앞에서 음악을 들으며 고구마도 구워 먹고, 매쉬맬로우도 구워먹는 재미때문에 겨울을 좋아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시끄럽고 흥청거리는 여름바다 보다는 쓸쓸한 비내리는 가을바다를 좋아하고, 쌉쌀한 찬 바람이 뺨을 때려도 겨울바다를 바라보는 것을 너무 좋아합니다.  마치 저 바다를 내 가슴에 모두 안아 버릴 것 같은 충만함을 맛보게 합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세상에 보아서는 안될 것들, 가슴에 끼어있는 때묻은 더러운 기분들, 구태어 보지 말았어야 할 사람들, 이 모든 찌든 감정들을 한꺼번에 저 바다에 던질 수 있는 쉽게 찾을 수 없는 귀한 시간들을 가지게 됩니다.

 겨울연가하면 제일 먼저 배용준과 최지우가주연했던 한류 최초의 드라마라고 하는 “겨울연가”가 떠 오릅니다. 눈이 펄펄 내리는 뒤배경에서 두 주인공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계속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드라마가 끝나고 한참 뒤 거의 잊고 있었는데 아직도 일본의 가정주부들이 거의 매일 300여명이 한국에 찾아와 택시를 타고 영화를 찍었던 남이섬을 찾아 간다고 했습니다. 주인공들의 사랑을 되새기는 그 모습들이 너무 아름답다고 느꼈습니다.

세계2차대전후, 급격하게 서양화된 일본문화에서 이미 떠나버린 애틋한 사랑이야기는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게된 그들의 메마른 생활에 옛사랑의 불꽃을 지퍼준 이야기가 아닌가 합니다.  극도의 이기주의와 감당할 수 없게 밀려든 서양문화 때문에 어딘가에 숨겨있던 따뜻하고 깊은 사랑, 예사랑을 잊지못해 괴로워하던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그들은 빠졌습니다.  결국에는 그리도 그리워하던 사랑을 만나게 되었던 드라마 때문에 일본의 가정주부들이 가정살림에까지 피해가 갈 정도였다니 사랑이야기는 역시 국가를 초월하고 민족을 초월하는 무서운 힘이 있음을 다시금 깨우쳐 줍니다.  

눈오는 이야기와 사랑이야기를 펼치다 보니 오마 샤리프라는 배우가 주연했던 영화 “닥터 지바고”가 생각납니다. 사랑하는 연인 라라를 찾아 헤메는 가운데 쏟아지는 눈 보라 때문에 머리며 눈썹이며 하얗게 덮이면서도 거리를 방황하는 모습은 아직까지도 잊을 수 없는 장면들입니다.  사랑에 빠진 이야기라면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 또한 빠뜨릴 수 없습니다. 

겨울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혹독한 추위를 이겨 내면서 꽃 피우는 매화를 좋아하시던 친정어머니 때문입니다.  매화처럼 아름답지만, 차가운 듯 하면서도 따스하고, 도도하면서도 부드러운 모습이 좋습니다.

 서울 명동의 밤거리에서 막 구워낸 따끈한 밤을 주머니에 넣고 남편과 함께 한없이 걸어 다녔던 옛 생각이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12월 마지막 주간의 밤입니다.  사랑이 무섭기는 무서운 것 같습니다.  즐겁고 기쁘고 행복하기도 하지만, 또한 병들고, 어렵고, 힘든 때에도 사랑의 줄은 끊어지지를 않는 것 같습니다.  도리어 더 단단해 지는 것이 사랑의 힘이 아닌가 합니다.  

이제 마지막 달력을 미련없이 버려야 할 마지막 주간입니다.  이제까지 무엇을 하면서 살아왔을까 다시한번 돌아보는 시간 만은 가진 다음에 보내고 싶습니다. 한시간, 하루, 한달을 앞만 보고 살아 왔지만 남는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매일매일 흘러 가는 시간이 돌아오지 않는 곳으로 흘러만 간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과연 품위와 덕성을 지니고 제대로 사람답게 살아 왔나 하는 것을 깨달으니 부끄러운 것 밖에 남는 것이 없습니다. 사람답게 사는 길은 역시 이웃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도움을 주고 덕을 베풀며 사는 길이 가장 아름다운 삶이 아닌가 생각하면서 하면서 한해를 마칠까합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건강과 따뜻하고 복 받는 새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12. 26.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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