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김 원장 라이프칼럼] 삼식이가 더 좋아

사람은 태어나면서 부터 하늘이 부르는 날 까지 거쳐가는 여정을 보면 이 과정이 꽤도 길게 느껴지지만 참으로 짧다는 것 또한 느끼게되는 날이 어느 날 선뜻 찾아 온다. 어찌 시간이 너무 안 간다고 탓해 보지 않은 젊은 날이 누구인들 없었을까. 하지만, 시간은 젊은 혈기와는 반대로 일부러 느리게 가는 것 같았다. 학창생활 에다 직장 구하고 결혼해서 안정될 만 하면 30대, 철들고 은퇴 연령까지의 생활 30여년. 이 짧은 기간동안에 각자의 인생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면 역시 인생 별거 아니네 하는 말이 나온다.
요즘 세상처럼 100세 수명의 시대라고 호들갑을 떤다고 무엇이 달라지나? 은퇴 후라도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유지 하고 주위에 폐를 끼치지 않고 살 수 있다면 장수한다는 것도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은퇴 후의 남편이 하루종일 집을 지키고 있으니 아내들의 답답한 마음이 삼식 (三食)이 때문에 괴롭단다. 하루에 세끼 식사를 꼬박 바쳐대니 귀찮다는 뜻이겠 는데 꼭 그리해야 할까? 남편들이 젊은 시절부터 바깥 일에 만 매달려 아내와의 대화도 없었을 것이고 가정에 대한 살뜰 한 돌봄도 없었을 것이니 어느 아내가 좋다고 할까마는 세끼 먹는다고 먹는 일로 구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아내나 남편이나 구박하고 구박받는 일은 짧은 인생에 서로에게 아픈 상처만 줄 뿐이다. “나랑 놀아줘, 밥좀줘, 잘래” 이정도의 말로는 대화라고 할 수 없다.
사랑이라는 감정없이 의무적으로 살아 온 부부들이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 보지 못했으니 은퇴후 부부가 함께 공유 할 시간이 더 많아졌음에도 여전히 대화 를 나누지 못하고 있다.
아내: 이제까지 가정을 위해 희생하며 살았는데 은퇴한 남편이 하루종일 집에 있어 세끼 식사까지 바치니 너무 힘들다.
남편: 지금까지 내가 벌어서 살아왔어. 이제 집에 있는다고 웬 푸대접이야!
쌍방의 고집이 날 서 있다. 아~ 이 고민!!
역시 현명한 길을 못 찾아서이다.
아내: 지금껒 고생하면서 가족들 먹여 살리느라 힘들었으니 이제 부터는 편히 집에서 쉬고 좋은 시간을 가져 보세요.
남편: 내가 바깥 일에 매달리는 동안 당신이 가정을 이만큼 키워 놓았으니 지금부터는 내가 당신을 좀 쉬게 해 줄게. 이런 멋지고 배려심 깊은 남편이 되면 어떨런지.
아내도 자녀들 다 떠내 보내고 나면 쓸쓸한 빈둥지 붙잡고 “내 인생 어디로 갔나”하고 흑흑 흐느끼며 매일의 생활이 헛헛하고 바로 이 때 쯤이면 아내에게 닥치는 폐경기로 이중삼중의 허탈함을 가져다 준다. 이 허탈한 시간을 벗어나기 위해 평소에 해 보고 싶었던 일, 취미생활 개발, 컴퓨터 배우기, 자원봉사 등 나머지 인생을 위해 할 일이 너무도 많다. 남편에게 혼자 만의 시간을 쓸 수 있도록 컴퓨터방을 만들어 주고, 아내도 컴퓨터를 쓰든, 책 읽기를 하든, 자기만 의 세계를 가질 수 있도록 침실외에 방을 따로 만들어 정신을 쏟다 보면 남편이 심심해서 “놀아줘”하는 말이 나올 수가 없다. 이때가 되면 삼식이가 아니다. 닥터 아즈(Dr. OZ)에 따르면 아침과 점심 사이에 간식, 점심과 저녁사이에 간식, 이것만 해도 하루에 오식 (五食)을 먹으라고 한다. 그럼 오식이가 되나?
혹시라도 남편의 생각에 “은퇴 했으니 집에서 아내로부터 수발이나 받으면서 멋지게 살아야겠다” 하고 착각할런지 모른다. 그것은 멋지게 사는것이 아니라 아내에게 스트레스만 팍팍 심어주어 아내를 우울증 환자로 만들기 딱 맞는 생각이다. 어느 여성이 특별히 아픈곳도 없는데 자꾸만 시름시름 힘도 없어지고 몸의 곳곳이 아프다고 하소연이다. 의사에게 갔더니 “아무 증상은 없습니다. 다만 우울증 증세가 보입니다. 혹시 집에 무슨 일이 있습니까?” “특별한 일은 아니고 남편이 은퇴해서 집에 매일 있어요. 많이 신경을 쓰게 해요.”
우리부부에게는 삼식이 불평할 시간이 없다. 왜 우리는 항상 시간에 쫒길까 하는 것이 나의 불평이다. 남편에게는 한동안 미국정부의 계약을 받아 번역 하는 일에 매진하느라 나에게 방해하지 않으려고 도서관에서 시간을 썼다. 집에서도 각자 자기 컴퓨터방에 들어 가면 몇시간씩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산다. 그래도 남편은 자신이 나 보다는 시간이 더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내가 일하고 있으면 녹차에다 과일이나 그릴치즈 샌드위치도 만들어서 커피와 함께 서비스 해 준다.
남편이 만들어 주는 두부 부침을 아주 좋아한다. 그렇게라도 할 줄 아는 남편 이 자랑스럽고 고맙다. 하지만, 나의 일이 끝나고 나면 남편에게 보은(報恩) 의 마음으로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상전?에게 바치면서 즐거워한다. 건강하고 식도락 즐기는 삼식이 남편이 오래오래 함께 했으면 좋겠다.
12. 20. 2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