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에는 오며가며 들리는 이야기들이 모두가 하나같이 너무 힘들다고 한다. 캘리포니아도 아리조나도 비즈니스를 하든 안하든 세상 돌아가는 형편이 다 힘들다. 며칠전에 친구를 만났던 이탈리안 식당은 그 큰 홀에 사람들로 꽉 찬 것을 보고 너무 놀랐다. 역시 사업이든 인생이든 잘되는 곳 성공하는 삶 그리고 그 반대의 양면을 가지고 사는 모습을 보았다.
모두가 잘되고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새로운 도전을 해보려 해도 실패할까 걱정, 남들에게 질까봐 걱정, 도전하는 것이 무서워서 편안한 안정권(comfort zone) 내에서만 안주하려는 심성을 가지게 되기 때문에 더 멀리 더 높이 뛰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본다. 그러나 어찌 살면서 실패와 지는 것을 두려워 하겠는가?
19세기 러시아의 대표적인 세계문호 토스토예프스키는 “갈기갈기 찢어진 마음으로 세상을 향해 원망의 말을 던지기 전에 자신의 내면에 먼저 질문을 해보라. 나는 정말 죽을 힘을 다해 살았는지 …나는 정말 죽을 힘을 다해 노력했는지…” 자신있는 대답이 선뜻 나오지 못한다.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나는 그렇게 살았소”하고 대답할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늘 2 퍼센트 모자라는 삶에 익숙해져 왔기 때문이다.
아시아 영화계의 아이콘으로 알려진 성룡이란 배우가 몇년전 중국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생각난다. 생불대래 사불대거(生不帶來 死不帶去)라 했다. 태어날 때 아무 것도 없이 온 것처럼 죽을 때도 빈손으로 가겠다면서 자신이 모은 전재산 40억불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었다. 이쯤되면 참으로 멋있다. 돈을 많이도 벌었지만 돈을 쓸 줄도 아는 멋진 인생이다.
한편으로는 역사상 가장 많은 기록을 경신하고,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한 독일의 카 레이서 미하엘 슈마허는 평생 세계최고, 역대 최고 등 수많은 찬사속에 카 레이서의 전설을 남겨 놓았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은퇴경기에서 자동차의 결함 으로 경기를 포기하게 되었다. 마지막 경기가 최고의 모습으로 끝내게 될 것을 알았지만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많은 팬들이 그의 심경을 묻자 “지는 것도 인생 이다”라는 말로 그의 은퇴를 마무리했다.
신나게 웃고, 목청껏 소리를 지르든가 손바닥이 아프도록 싫컷 손바닥을 칠 일 도 없다. 자지러지게 웃던 시절도, 별 것도 아닌 일 가지고도 까르륵 까르륵 웃음이 터지던 시절도 서서히 물러 가려는가 보다. 옛적 친구들과 함께 했던 것처럼 가식없는 티없는 웃음, 순수한 칭찬, 남이 안되기를 바라는 것 같은 차가운 조소가 아닌 맑고 깨끗한 미소, 참으로 다시 맛보고 싶다.
고국의 좁은 땅덩이, 알게 모르게 경쟁사회 속에서 치열한 투쟁으로 살아 왔다. 누구나 일등만 해야 인정받고 그러다 보니 우리는 세계 속에서도 항상 우리가 일등인 줄로만 알고 살아왔다. 일등국가, 세계에서 일등, 너무도 지나친 일등 의식속에 살아왔지만 미국에서 전 세계를 바라보니 우리는 일등국가도, 일등 국민도 아니었다.
물론 고국에도 세계일등이 많다. 조선(선박)기술 일등, 인터넷 기술 일등, 휴대폰 기술 일등, 반도체 기술 일등, LCD 모니터 일등. 언제 이렇게 달려 와서 세계일등을 만들어 냈는지 가히 놀랄만 하다. 그러나 부정적인 것의 일등도 모른 척 할 수 없다. 거짓말 세계 일등, 뇌물세례 세계 일등, 더러운 정치 세계 일등, 그리고 또 세계경제대국 10위권이면서도 국민의식 수준은 한참 밑에 머물러 있다. 부끄럽다.
우리 주위에 실패해서 두렵고, 남에게 져서 외로운 인생을 보듬을 줄도 몰랐다. 그들에게 용기를 주어서 다시 일어나게 만들어 주고, 남에게 지는 것도 항상 지는 것은 아니라고 가르쳐 주는 것 조차 무관심 밖으로 밀어 버렸다.
실패도 지는 것도 다 똑같은 인생이라는 것을 대접할 줄 모르고 살아왔다.
8. 8. 2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