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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김 원장 라이프칼럼] 여자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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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한눈을 팔 시간도 없이 행사 준비에만 몰두해 왔더니 스트레스 쌓이는 것이 마치 눈에 보이는 듯 하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일이 너무 많다. 낮 시간에 하고도 모자라 새벽시간에도 대여섯 시간은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해야 하는 일들이 한둘이 아니다. 생각해 보니 내 팔자(?)가 이렇게 드세었나 싶게 팔자타령 까지 해보기는 처음인 것 같다.   

  

나에게 운명이란 일중독에 빠져서 사는 인생이 아닌가 생각도 해본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누가 월급을 주는 것도 아니고, 모자라는 행사 비용에 매번 가슴 졸여야 하는 해가 한두번이 아니다. 무슨 대한민국 대표가 되는 것도 아니면서 한국문화를 이 땅에 심어 주어야 그나마 한국에 대해서, 그리고 이곳 한인사회를 알게 되므로서 한인사회의 비즈니스도 알게 되는 것이 아니랴 싶어 뛰어 본다. 이런 행사를 보고 나면 우리자녀들이 학교에서도 할 말이 있게되고 교사들이 보았다면 한인 어린이들에 대해서 더 자랑스러워하지 않을까도 생각해 본다.  아이구, 내 팔자!! 

일단은 다 접자.  컴퓨터도 다 접어 놓자. 

많아야 2-3시간 밖에  못자고 얼마동안 을 지냈더니 머리가 돌로 누르는 것처럼 우지끈 야단이다. 팔과 어깨가 아프다고 그만 좀 찍으란다. 그래 쉬어야겠지.

녹차를 들고 창가로 가서 읽다말고 접어 둔 고전소설 영국의 작가 토마스 하디 (1840-1928)의 “테스”를 읽어 내려간다. 읽다말고 잠시 눈을 감았다. 옛날 영화 를 보았을 때 그 신선한 여주인공의 모습이 떠 오른다.  감독 로만 폴란스키가 발굴한 영화의 주인공 테스역의 독일 여배우 나스타샤 킨스키.   

  

하녀로 들어갔던 테스는 주인집 아들 알렉의 사랑도 없는 겁탈로 순결을 잃고 아이를 낳아 기른다. 혼자 살다가 목사의 아들인 에인젤이라는 남자를 만나 처음으로 사랑을 알게되어 결혼을 한다. 에인젤이 첫날밤 자기가 전에 실수를 한 적이 있노라고 고백을 하니 순진한 테스도 자기의 과거를 얘기했다. 순결을 잃은 여자라고 푸대접을 받고 결국 헤어진다.   

  

여자만이 당하는 운명의 장난. 혼자 살던 테스에게 알렉이 돌아오고 둘이는 다시 만나 살고 있었다. 어느날, 에인젤은 테스와 헤어진 것을 후회하고 남미에서 돌아와 테스를 찾는다.  결국 테스는 알렉을 죽이고 교수형에 처해지는 비극을 맞는다. 여자에게 씌워지는 굴레 그리고 운명.  

우리의 역사를 보아도 여자의 운명은 자신들의 잘못도 아니면서 사회에서 씌워주는 굴레로 평생을 살아야하는 여자들이 종종 역사에 비쳐진다. 1636년에 있었던 병자호란. 여성들만 씻을 수 없는 비극이 있었다. 청나라와의 새로운 조약으로 조선과 군신(君臣)관계를 맺어 공물과 군사 3만명을 지원하라고 요구했다. 조선이 이를 거부하자 12만 군사를 이끌고 조선을 침략한 병자호란. 당시의 조선왕 인조는 45일만에 항복했다.    


청군들은 철수하면서 50만명에 가까운 조선의 부녀자들을 끌고 갔다. 어려움 끝에 고향으로 돌아온 그녀들을 환향녀(還鄕女)라 불러 환영했지만 청나라 남자들의 못된 행동으로 그녀들은 임신한 몸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들 가운데에는 양반댁 딸과 며느리, 아내들도 있었다. 힘없는 나라에서 모질게도 끌려 갔지만 이제는 사회에서 화냥년이라는 굴레를 씌워 멸시하는 대상이 되었다. 과거도 현재도 강력한 지도자가 나라를 잘 지키지 못해서 여자들의 운명은 돌이킬 수 없는 슬픔이 되었다.    


얼마전, 인터넷상에서 1,000년된 나주종가의 종부로 살아 오면서 지금은 한국의 김치명인으로 유명해진 강순의 여사의 일생을 소개한 기사를 읽었다. 김장김치를 2만 포기, 그 외에 200여 가지의 김치를 해다마 담그느라 지문이 다 닳아 없어졌고 제사상도 한달에 3-4번을 준비한다는 기사는 현대의 여성들에게는 너무 잔인하다.     


행사가 다가오면 바쁘고 일이 많아 힘들어도 좋아서하는 일이고 보람있으니 이 팔자가 더 나은 팔자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9. 19.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