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와일드 웨스트 아리조나] 검은 물이 흐르는 땅 '투박' 수비대장 독화살에 전사 이범용(시인, 전 여성지 '여원' 기자)

한 세월이 흘렀다. 산타 크루즈 강물은 굽이쳐 흘러 힐라 강을 향해 흘렀다. 강줄기를 따라 너른 들에는 들소며 거대한 맘모스 그리고 낙타가 어슬렁 거리던 세월이 있었다. 그리고 또 한 세월이 흐르면서 들소며 낙타같은 짐승이 사라진 산타 크루즈 강변에는 힐라강을 끼고 살던 호호캄 (Hohokam) 인디안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콩이며 옥수수 또는 호박, 목화같은 농작물을 키우며 바람과 구름을 벗삼아 복하게 살았다. 그러나 15세기무렵 이러한 호호캄 인디안이 표연히 사라진 강변에는 물가에 사는 인디안 토호노 오오담 (Tohono O’odham) 인디안이 자리를 대신했다. 어느날 물가의 토착민들에게 영생을 사는 하느님 말씀을 전한다는 스페인 사제들이 묻는 말에 “피마”라고 외치는 이들을 ‘피마’ 인디안이라고 불렀다. 이들이 외치는 ‘피마’라는 의미는 “나는 모른다”라는 말이었다.
이 땅에 따뜻한 곳을 찾아 내려온 사나운 아파치들은 이미 터를 잡고사는 피마 인디안들과 땅을 두고 줄기차게 목숨을 건 싸움을 계속했다. 어느새 산타크루즈 강변과 가차운 투마카코리 북쪽 4마일 지점을 피마 인디안들은 “검은 물이 흐르는 곳” 즉 ‘Cuwak’라고 불렀다. 이말을 스페인 사제들은 자신들이 발음하기 편하게 투박 (Tubac)이라고 부르면서 투박이라는 지명이 생겨났다. 일설에는 피마 인디안들은 아파치들과 전쟁을 치른 후 많은 아파치들을 살해했다. 그리고 미처 매장하지 못한 아파치들이 그대로 부패하면서 검붉은 물이 흘렀다. 피마인들은 적들인 아파치들의 시체가 부패한 곳이라고 하여 “부패한 땅”이라는 ‘Tchoowaka”라고 불렀다. 이후 이말이 변형되어 오늘날 ‘투박’이라 부르는 지명이 생겼다고도 한다.
적의 시체가 썪어가던 황무지 투박에 수비대 신설
레빌라 기게도 (Revilla Gigedo) 백작겸 총독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파리라 지사는 드디어 1752년 6월 2일 뉴스페인 최북단 산타크루즈 강변 투마카코리에서 북쪽으로 4마일 지점에 위치한 “검은 물이 흐르고 죽은 아파치들의 시체가 썪어가는 땅 “투박 (Tubac)”에 수비대를 세우기로 했다. 파리라 지사는 기게도 총독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지 46일만에 관내 원로사제, 그리고 변방에서 근 30여년간 원주민들과 전투를 치른 노련한 병사들의 조언에 따라 투박 지역에 신설 수비대의 주둔지로 낙점했다.
투박이라는 지명은 피마 인디안들의 적인 사망한 아파치들의 시신이 썪어갈만큼 황량한 벌판에서 유래했다. 그만큼 적들인 아파치들의 약탈이 심하다는 의미였다. 멀리 지평선 너머 구름이 흐르는 가없이 너른 황무지는 몇 개의 초옥에 굶주린 피마인들이 옹기종기 모여사는 말그대로 황량한 황무지였다. 이곳은 지형상 적들이 밀려들기 쉬울뿐만 아니라 약탈품을 챙긴 후 안전하게 달아나기도 쉬운 지형이었다. 이런 지형상 이유로 사제나 원로, 그리고 경험많은 병사들은 모두 투박에 수비대를 세워야한다고 투박을 적극 추천했다. 신설 수비대의 주둔지로 투박이 확정되자 초대 투박 수비대 사령관으로 임명된 대위 벨데레인 (Juan Thomas Beldarrain) 사령관은 모집한 신병 30명과 함께 임시 주둔했던 산타아나를 떠나 투박으로 이전했다. 나머지 20명의 병사들은 알타 피메리아 지역 수비를 위해 아쿠카 (acuca) 지역에 머물렀다. 총독부는 파리라 지사가 청원한 10명의 추가병력을 거절하는 대신 필요시 호르카시타스같은 인근 요새에서 필요한 병력 10명을 지원받아 운영하라고 했다. 벨다레인 사령관은 요새가 완성될 때까지 피마 인디안 촌락에 임시거처를 마련했다. 곧이어 파리라 지사는 투박을 방문한 후 수비대 주둔지를 직접 선정했다. 너른 황무지 한편에 조개모양의 타원형 평평한 땅 6,495헥타르 주위에 모두 20여 마일에 달하는 높다란 흙벽돌 담을 쌓기로 했다. 그리고 요새의 기능은 단순히 적을 방어하고 공격할뿐만 아니라 정착민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곳으로 했다.
수비대 주위 20마일에 흙벽돌 담을 쌓다
파리라 지사의 명령에 따라 주둔병 30명의 병사들이 수비대 신축공사에 동원되었다. 인근거주 피마 인디안들도 공사에 동원되었다. 물론 이들에게는 정당한 임금과 식사가 제공되었다. 요새는 원형 그대로의 지형을 살려 낮은 곳은 흙과 돌로 수평을 이루게하고 높은 곳은 깎아내렸다. 흙벽돌 담장안에는 사령관실 및 작전본부건물, 사령관 숙소, 창고 , 무기고, 식당, 병사들의 거처인 병영과 말이 머물 마굿간과 범법자를 수용할 영창도 마련했다.
<다음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