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타임즈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 아리조나] 폭도 진압과 투박 수비대 (1) 이범용(시인, 전 여성지 ‘여원’ 기자)

KAZT 어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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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관에 피신한 14명 결사적 항전 
한편 투부타마의 세델 마이어 신부는 사제관에 피신한 신자들과 함께 사제관을 방패삼아 폭도들이 몰려오기를 기다렸다. 자정무렵 무사히 도착한 넨트비그 신부도 함께 총을 들고 방어에 나섰다. 벌써 자정을 넘어 훤히 먼동이 틀 무렵 양측간에는 긴장에 휩싸였다. 그래도 선교원에는 아침 햇살이 평일처럼 밀려오고 모든 것은 폭도들의 악을 쓰는 괴성 이외에는 평소 그대로였다. 어제처럼 오늘도 새들은 나뭇가지 사이에서 쉬지않고  지저귀고 햇살은 점차 밝아왔다. 
잠시후 투부타마의 조나모타  (Jonamota) 부락과 산타 테레사 지역의 수천명 폭도들이 미친듯 괴성을 지르며 공격해왔다. 산타 테레사 부족장 세바스티안 (Sebastian)이 지휘하는 폭도들은 우선 선교원에 불을 지르고 괴성을 지르며 선교원에 돌을 던지고 지붕에는 횃불을 던졌다. 장대비처럼 날으는 자갈돌들이 선교원의 창문이며 벽, 그리고 불타는 지붕을 향해 쏟아졌다. 그리고  잠시후 선교원은 매캐한 연기와 검붉은 화마에 휩싸였다. 미친듯 불타오르는 화마를 보며 폭도들은 허연 이빨을 들어내며 즐거워했다. 붉은 화마와 매캐한 연기와 그리고 괴성에 놀란 선교원 목장의 가축들은 일제히 뒷발질을 하고 달아나려 날뛰었다. 폭도들은 이어 세델 마이어 신부와 그의 동료들이 피신해 있는 사제관에도 돌을 던지며 불을 지르고 공격했다. 이들은 매캐한 연기가 가득찬 좁은 공간에 몸을 의지한 채 소총을 거머쥐고 이동식 대포에는 탄약을 장착한 후 몰려오는 적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 폭도들의 공격으로 부서진 벽을 방패삼아 화살을 피했다. 그리고 적을 향해 계속해서 총을 쏘아대고 대포는 웅장한 소리를 내며 불을 뿜었다. 총소리, 대포소리 그리고 폭도들의 외침이 너른 들판에 하루내내 가득했다. 어느덧 날이 어둡자 폭도들은 공격을 멈추고 소리를 지르며 물이 빠지듯 퇴각했다. 다행이 누구도 부상을 입지않고 무사했다. 그러나 또 이어질 공격에 누구도 안심할 수는 없었다. 모두가 말을 잊은 채 어둠이 가득찬 전방만 응시했다. 폭도들의 공격에 사제관은 거의 파괴되었다. 간신히 성한 곳을 의지하여 몸을 가린 채 또 다시 몰려 올 폭도들과 대치해야했다. 세델 마이어 신부는 남아있는 대포의 화약과 소총의 탄약의 재고 그리고 식량을 점검했다. 그리고 혹시나 누군가가 인근 정착촌을 통해 투부타마의 절박함을 전하여 구원병이 오지않을까 하는 희망속에서 밤을 보냈다. 그러나 어디에도 구원병이 몰려오는  말발굽 소리나 경쾌한 진군 나팔소리는 밤이 깊어도 들려오지 않았다. 마침 폭도들에 맞서 용감하게 분전하던 병사 2명중 1명이 산타아나나 산이그나시오에 구원을 청하면 어떨까하고 자진해서 나섰다. 세델 마이어 신부의 허락을 받고 병사는 적막만이 가득한 어둠속으로 미끌어 들어갔다. 그리고 나머지 대원들은 불안한 밤을 뜬 눈으로 보냈다.

탈출로 찾던 병사, 잠복한 폭도에게 살해 
날이 밝아 월요일이 되었다. 폭도들은 다시 기승을 부리며 공격을 시작했다. 몰려오는 폭도들을 향해 대포가 불을 뿜을 때마다 허연 먼지와 함께 폭도들은 비명을 지르며 나딩굴었다. 그래도 폭도들은 포기하지 않고 물러나지 않았다. 폭도들의 수는 전날보다 더 늘어났다. 공격도 더 거세졌다. 세델 마이어 신부와 동료들도 결사적으로 저항했다. 대포 소리에 이은 폭도들의 비명소리는 처참했다. 시간이 가면서 수비하는 세델 마이어 신부와 동료들은 허물어진 벽사이 공간에 자리한 채 벽을 방패삼아 소총과 대포를 계속해서 발사했다. 대포를 발사할 때마다 초연과 화약냄새는 부서진 사제관에 가득했다. 오후가 되자 폭도들은 갑자기 공격을 멈추더니 어디론가 괴성을 지르며 물러났다. 
프론테라스 (Frontreas)의 수비대에서 파견나온 병사 도밍고 까스티요는 동료들이 무사히  탈출할 수 있도록 목장을 뛰쳐나와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는 말들을 모아보겠다고 했다. 그러나 까스티요의 이같은 계획은 잠시 스쳐가는 꿈이 되었다. 까스티요가 밖으로 나간 지 얼마후 그는 잠복중인 폭도가 날린 화살을 맞고 쓰러졌다. 쓰러진 까스티요에게 숨어있던 피마 폭도들이 몽둥이를 날렸다. 그리고 까스티요는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3일간 사투로 화약, 양식 바닥나 탈출강행
폭도들은 다시 집요하게 공격했다. 거의 무너져내린 사제관을 둘러싼 폭도들의 공격은 계속되었다. 화살과 막대기를 깎아만든 창이 파란 하늘이 내다보이는 허물어진 벽사이로 날아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부상자도 늘어났다. 바리엔토스 (Barrientos)와 누네스 (Nunes)는 날아드는 화살에 중상을 입고 과다출혈로 위중했다. 세델 마이어 신부도 창처럼 날카롭게 다듬은 날아드는 막대기에 머리를 맞았다. 한쪽 팔은 화상을 입었다. 폭도들의 피해에 대한 기록은 없다. 다만 사망자와 부상자는 엄청 많을 것이라는 상상뿐이다. 
폭도들의 공격은 해가 질 때까지 계속됐다. 어두워지자 폭도들은 다시 퇴각했다. 세델 마이어 신부와 아직 살아있는 동료들은 방어에 필요한 화약과 탄약, 그리고 남은 양식을 점검했다. 화약과 탄약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을만큼 바닥이 났다. 생존자들도 며칠간 계속된 방어전으로 완전 탈진상태였다. 이런 상태로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었다. 살아남은 생존자들을 실망시킨 것은 어디에서도 구원의 손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절망감이다. 이제 남은 희망이라고는 어떻게 하든 살아남아 푸른 하늘을 다시 보는 것뿐이다.

사경의 중상자 2명 현장에 두고 탈출
1751년 11월 22일 밤9시 주위는 오직 검은 어둠뿐이었다. 폭도들의 함성이 사라진 선교원과 사제관 주위는 실낱같이 가느다란 풀벌레 소리만이 이어질뿐 깊은 호수같은 적막뿐이었다. 동료들과 토론끝에 탈출을 결정한 세델 마이어와 넨트비그 신부는 거동이 불가능한 중상자 바리엔토스와 누네스와 함께 각각 마지막 성사를 보았다. 그리고 12명의 생존자들은 서서히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세델 마이어 신부와 넨트비그 신부는 일행이 모두 어둠속으로 안전하게 사라진 것을 확인한 후 눈물로 두 부상자와 이별을 나누었다. 그리고 재빨리 어둠속으로 빨려들었다. 세델 마이어 신부는 내일 오전 폭도들이 몰려왔을 때는 이미 용감히 싸웠던 두 부상자는 사망한 후일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탈출자들은 평소 인적이 뜸했던 외진 길을 택해 길을 걸었다. 두 신부를 포함하여 모두 12명의 탈출자들은 작은 인적에도 소스라치게 놀라 몸을 숨겨가며 투부타마에서 산타아나 (Santa Ana)까지 끝없이 뻗은 43마일 외진 길을 걷고 또 걸었다. 한 밤중 일행은 마침내 무사히 산타아나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행히 이들이 투부타마를 탈출하여 산타아나에 이를 때까지 폭도들의 공격은 없었다. 그리고 아직도 살아있어 늘푸른 하늘대신 총총한 별이 가득한 검은 하늘을 맘껏 볼  수 있음을 감사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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