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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와일드 웨스트 아리조나] 10주만에 '악마의 길' 지나 LA 도착 -이범용(시인, 전 여성지 '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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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한 사막 사이로 탈진한 대원과  짐을 진 노새며 말과 가축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앞으로 나갔다. 모래둔덕 하나를 겨우 넘으면 눈 앞에는 다른 둔덕이 기다리고 있다. 가도가도 발목이 잠기는 사막의 모래는 끝이 없다. 벌써 며칠째인가. 물 한 방울없이 사막을 헤맨인 지가. 갈증과 기아로 탈진한 대원과 가축들은 이제 더이상 나아갈 수 없다. 탈진한 노새와 가축이 삭막한 사막에 몸을 누인게 몇 마리인가. 바닷물이 들이치면서 생긴 사막의 내포를 흐르던 물줄기에 질기게 버틴 초목을 뜯던 노새는 얼마후 짠 물에 의한 갈증으로 힘없이 죽어갔다. 혹시나하고 식수을 찾던 가르세 신부는 병사 몇 명과 함께 칠흑같은 어둠속을 헤매다 돌아왔다. 톱니같은 바위사이 사막을 헤맨 지 59일째. 그러나 그러나 산타오라야에서 50마일 지점에서 대원들은 아직도 사막을 헤매고 있었다. 그러나 투박출발 61일째, 일행은 맑은 식수와 풍성한 목초를 발견한 후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투박출발 63일째, 일행은 오늘의 보레고 (Borrego) 산줄기를 따라 걸었다. 그리고 코끝을 스치는 해풍을 느끼며 그곳에서 3일 거리에 바다가 있고 5일거리에는 산디에이고가 가차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산가브리엘 선교원이 다가올수록 주위는 온통 푸르렀다. 맑은 냇물이 흐르는 계곡을 지나면 금방 온산이 환하게 밝은  꽃동산이었다. 이처럼 디 안자의 탐험대는 투박을 출발하여 환한 달이 3차례나 뜰 때까지 5백여 마일을 걸어 74일만에 지상 최고의 낙원 로스안젤레스가 있는  산 가브리엘 선교원에 모습을 드러내 모두를 놀라게했다.

1774년 2월 13일 일요일 (투박수비대 출발 37일째)
콜로라도 강물은 서쪽으로 흐르고 흘러 캘리포니아 만으로 빠져들었다. 강물을 따라 흘러든 모래는 만 하구에 엄청난 크기의 모래톱을 만들었다. 탐험대도 강물을  따라 서쪽으로 향했다. 벌써 비상용으로 준비했던 식수도, 가축의 양식인 목초도 동이 난 지 오래다. 탐험대는 인적이 끊긴 황량한 들판을 계속 전진했다. 말도 잊은 지 오래인 대원들은 톱니같이 날카로운 바위사이를 걷고 또 걸었다. 이곳에는 일명 ‘강가에 사는 사람’이라는 코하트 (Cojats) 부족도 유마부족도 보이지 않았다. 험하디험한 오라야 (Olaya)부터는 얼마전 길을 지났다는 안내인 세바스티안 타라발 (Sebastian Tarabal)조차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디 안자 사령관도 콜로라도 강 서쪽은 처음이었다. 가르세 신부만이 2년전 이 지역을 지난 적이 있어 희미하나마 기억이 나는듯 했다. 일부 코하트 부족과 유마부족들의 도움으로 타라발은 자신이 지나던 길을 더듬을 수 있었다. 팔마 추장도 이쯤에서 돌아가기로 했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면 우기철. 강물 수위가 오르기 전 나무를 구해 강을 건널 뗏목을 만들어 강에 띄워야하기 때문이다. 추장은 더이상 환송할 수 없음을 아쉬워했다.
아침 9시경 일행은 산타오라야에서 서서북쪽으로 방향을 잡고 전진했다. 염분으로 목초가 전혀 자랄 수 없는 항무지 사이를 흐르는 작은 내 2개를 지났다. 가르세 신부는 자신이 아는 한 산 제로니모의 톱니같은 바위산 투성이 남서쪽으로 수마일 지나면 나오는 산 하콤 (San Jacome) 마을에서 나오는 식수만큼 좋은 식수는 구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디 안자는 가르세 신부가 믿지못하는 코하트 부족의 조언에 따라  북서쪽으로 전진했다. 황혼 무렵 몇몇 노새가 갈증에 시달리더니 제대로 걷지못하고 비틀댔다. 그래도 탐험대는 21마일을 전진한 후 겨우 몇 모금 식수를 구할 수 있는 카리잘 (Carrizal)에 야영장을 마련했다.

1774년  2월 14일 월요일 
2명의 코하트 부족이 대원을 안내한다해도 엄연히 이곳은 적들의 땅이었다. 디 안자 사령관은 가르세 신부보다 코하트 부족의 길 안내를 믿었다. 일행은 아침 9시경 출발했다. 근 1시간가량 전진한 후 갈대가 사람키만큼 자란 갈대밭에 도착했다. 분명 땅을 파면 식수를 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병사들을 포함한 대원들이 달려들어 웅덩이를 파자 갈증을 면할만큼 식수를 얻었다. 대원들은 이곳을 ‘중간 샘’인 Pozos de en Medio라고 불렀다.  2일간 일행은 간신히 3마일 정도 전진했다. 그러나 이곳까지 길안내를  했던 코하트 부족 2명이 더 이상 길안내를 할 수 없다고 했다. 더 나아가면 적들의 땅이라는 이유에서이다. 대신 이들은 한나절 거리에 있는 식수를 구할 수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 디 안자는 지친 노새가 회복되기를 기다려 중간샘에서 이틀을 머물렀다.
1774년 2월15일 (화요일)
코하트 부족이 설명해준 길을 따라 일행은 길을 나섰다. 오랜만에 밥짓는 연기가 바람을 타고 코끝을 스쳤다. 아마도 인근에 사람이 사는 것이 분명했다. 일행은 끝없이 펼쳐진 모래둔덕을 넘고 또 넘었다. 모래밭에는 더 이상 탁한 물이 고인 웅덩이조차 보이지 않았다. 얼마만큼 전진하자 깊은 샘과 풍성한 목초가 보였다. 물은 투명하게 맑고 식수로도 훌륭했다. 일행은 이곳을 ‘고뇌의  샘’ (Pozo de las Angustias )라고 이름지었다. 노새는 전날 충분히 휴식을 취했지만 좀체 기력을 회복하지 못했다. 노새는 고뇌의 샘을 찾을 때도 일행에 뒤처져 간신히 발자욱을 뗄 정도로 탈진했다. ‘만약 일행이 샘과 목초지를 잦지못했다면’이라고 생각하며 디 안자는 몸을 떨었다. 디 안자는 이곳에서 대열을 둘로 나누었다. 그리고 노새가 진 짐도 일부는 ‘중간 샘’에 내려놓고 또 일부는 유마인들 마을에 보관한 후 돌아갈 때 찾아가기로 했다. 디 안자는 동행하는 디아즈 (Diaz)신부나 가르세 신부  중 한명과 남아 뒷정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디 안자의 이같은 주장을 가르세 신부가 극구 반대하여 실현되지못했다.  그리고 일행은 모래언덕과 황야를 지나 15마일 밖 서쪽에 있는 시에라 디 산타 바아바라 (Sierra de Santa Barabara)로 향했다. 서쪽을 향해 전진하며 디 안자는 힘겹게 모래둔덕을 넘는 병사와 가축과 비틀거리는 노새를 만났다. 그리고 디 안자는 만약 자신이 대원들을 더 몰아쳤다면 모두 황야에서 목숨을 잃을 뻔했다고 생각했다. 경험이 풍부한 디 안자와 가르세 신부는 우선 주위를 정확히 살펴본 후 사태를  수습하기로 했다. 벌써 반나절이 지났다. 서쪽으로 진행하며 수없이 앞을 가로막는 모래둔덕을 지났으나 앞길은 가늠할 수조차 없었다. 마침 희미한 남쪽 방향에 검은 산자락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르세 신부는 그곳은 체로 프리토 (Cerro Prieto) 근방으로 산 하컴 근방이라고했다. 2년 전 가르세 신부는 이 근방에서 맑은 물을 마시고 질좋은 목초를 보았다고 기억했다. 가르세 신부의  말에 힘을 얻은 디 안자는 이제 가축들에게 갈대를 먹이려 되돌아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상한 물을 마시고 식중독으로 죽어나갈 일도 없겠다고 생각했다.
오후로 접어들면서 탐험대는 비척이며 남남동쪽을 돌아 산하컴 (San Jacom)으로 향했다. 주위를 정찰하려 기마병들이 앞장섰다. 그 뒤로 소와 가축, 노새들이 어기적대며 뒤따랐다. 그러나 불운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기마병들이 산하컴 마을에 들어섰을 무렵 해가 졌다. 황무지의 어둠은 빨랐다. 주위가 어둠으로 가득차자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기마병들이 길을 찾기에는 주위가 너무나 어두웠다. 뒤따르던 일부 대원들도 비틀대는 가축처럼 길을 찾지못했다. 물 한방울 입에 대지못한 대원들도 웅크린채 잠을 청했다. 목초도 씹지못하고 물도 마시지 못한 가련한 가축들도 눈만 깜박거리며 신음소리를 냈다.
마침 가르세 신부가 어둠속에서 주위를 정찰하겠다고 나섰다. 가르세 신부는 병사 2명을 대동하고 2년전 자신이 마셨던 우물과 목초지를 찾겠다고 나섰다. 희미한 동물들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더듬없으나 우물로 가는 길을 찾기에는 주위가 너무 어두웠다. 다음날 가르세 신부는 병사 5명을 데리고 다시 물을 찾으러 나섰다. 가르세 신부는 분명 자신이 마셨던 우물은 산 하컴 마을 2마일 이내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날 밤도 가르세 신부는 별다른 소득없이 돌아왔다. 날이 밝자 디 안자는 북북동 쪽 15마일 밖에 있는 우물로 돌아가기로 했다. 디 안자는 전 대원과 가축, 노새, 말을 살리자면 다시 되돌아가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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