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원 목사 기독칼럼] 십계명 13

출20:22에서 23:19까지는 언약의 책(Book of the Covenant)으로 불린다. 이 부분은 기본적인 성경의 가르침을 다룬다. 구약성경에는 언약의 책외에 중요한 내용을 별도의 책처럼 따로 정리하여 묶어놓은 성결법(Holiness Code 레17-26장)과 신명기의 법(신17-28장)이 있다. 이 세 묶음의 책들은 내용과 구조면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그 중 가장 오래된 언약의 책은 일상의 삶에서 경험할 수 있는 구체적인 경우를 통해서 형성되는 법의 제정과정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출21:18-19은 두 사람이 서로 싸우다가 돌이나 주먹으로 상대방을 쳤을 때 그 상대방이 죽지않고 자리에 누웠다가 일어나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경우에 가해자에 대한 처벌규정을 기록한다. 성경의 법은 구체적인 상황을 가정하고 그에 따른 결론을 도출해내는 법의 형성을 보여준다. 레24:10-14에는 아버지가 애굽사람이고 어머니가 유대인인 혼혈아가 유대인과 싸우다가 여호와의 이름을 훼방하며 저주하므로 재판을 받는 사건이 발생한다. 15-16절은 이 사건을 근거로 하여 누구든지 하나님을 저주하면 반드시 죽음을 당한다는 법을 제시한다. 성경의 법은 구체적인 사건을 통해 그 법이 필요한 이유와 정당성을 설명한다. 세상에 통용되는 일반적인 법들은 왜 그 법이 필요하며 법을 지켜야 하는지를 구구절절이 설명하지 않는다. 단지 법을 지킬 것을 요구할 뿐이다. 그러나 성경의 법은 법을 강요하는 대신 자발적으로 법을 지키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십계명에 구체적인 처벌규정을 포함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나님께서 시내산에서 이스라엘 백성과 언약을 맺고 십계명을 선포하셨지만 십계명은 하루 아침에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았다. 십계명은 이스라엘이라는 한 집단의 삶을 통해 사람들이 법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인정하는 오랜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백성으로 출발하여 불순종과 반역, 우상숭배, 살인, 도둑질, 간음, 거짓과 위선 등으로 가득한 어두운 역사를 보여준다. 그 것은 한마디로 무질서와 혼란의 역사이며 천지창조가 이루어지기 전과 같은 상태이다. 창조의 작업을 통해 무질서와 혼란이 질서로, 어두움이 빛으로, 불의가 정의로, 사망이 생명으로 바뀌듯 그들은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질서와 정의를 필요로 하였다. 어두움 속에서 빛이 필요한 것처럼 반드시 법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그들은 역사의 증언을 통해 깨달았다. 하나님의 법은 한 집단의 삶의 역사와 경험을 통해 인간의 총체적인 문제를 보여주며 우리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한다. 직접적인 경험을 기초로 하여 만들어진 하나님의 법은 단순히 글로 기록된 죽은 법이 아니라 법을 통해서 자신과 대화하며 삶의 지혜를 터득할 수 있는 살아있는 법이다. 살아 숨쉬는 법은 그 생명력으로 인해 언제라도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오랜 세월에 걸쳐 조금씩 변화하며 다듬어지는 과정을 거친다. 성경의 법은 우리 삶의 일부 제한적인 상황 만을 다룬다. 하나님의 법은 인간의 삶의 모든 면이 하나님의 뜻과 섭리에 의해 통제되고 인도됨을 강조하며 구체적인 실례를 통해 법의 원칙과 정신을 알게 한다. 성경의 법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시는지, 어떻게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거룩한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친다. 하나님의 법은 거룩함을 지향한다. 거룩함은 우리에게 요구되는 지상명령이며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삶, 신실한 삶의 모습으로 나타나야 한다.
출20:22에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하시는 말씀과 출19:1-8의 말씀은 평행을 이룬다. 19장에는 내가 어떻게 독수리 날개로 너희를 업어 내게로 인도하였음을 너희가 보았다고 말씀하고 20장에서는 내가 하늘에서부터 너희에게 말하는 것을 너희가 친히 보았다고 말씀하신다. 이 유사한 형태의 반복은 19장에서의 언약의 제안과 공개적인 십계명의 선포 그리고 사적인 언약의 책으로 이어지는 변천과정을 보여준다, 두번에 걸친 하나님의 말씀은 애굽에서의 구원과 율법의 선포를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한다. 하늘에서부터 너희에게 말한다에서 하늘에서부터라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출20장과 대구를 이루는 신5장에는 호렙산에서 말씀하신다. 하나님께서 시내산 꼭대기에 강림하셔서 십계명을 선포하심으로 하나님의 임재와 하나님의 법은 하나로 통합된다. 하나님의 임재의 핵심은 율법의 선포에 있다. 따라서 율법을 잘 지키고 순종하면 하나님의 축복이 임한다. 하늘에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은 인간을 초월하시는 하나님의 존재를 나타내며 인간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하나님의 영역을 표현한다. 24-26절은 제단에 관한 법을 기록한다. 제단은 흙으로 만들어야 하고 제사를 드리는 곳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만약 돌로 제단을 만들 때에는 다듬은 돌을 사용하면 안된다. 하나님이 임재하시는 곳을 거룩하게 구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형태로든 인간의 노력과 기술이 가미되어서는 안된다. 성경의 최초의 살인자 가인은 에덴동산을 떠나 문명을 건설하였다. 그가 머무는 곳은 하나님이 계시지 않는 어두움과 부정함의 장소이다. 당신은 당신이 머무는 곳이 거룩함과 무관한 장소가 된다 하더라도 거룩함을 실천하기 보다 오히려 당신의 힘과 능력으로 무엇인가를 성취하려고 안간힘을 다하고 있지는 않는가? 그 길은 가인의 뒤를 따르는 부정한 길이 될 것이다.
B2BChurch.org 정기원 목사 (480)209-927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