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곱은 장자권을 가로채고 아버지를 속여 축복까지 받아 자신의 힘으로 장자의 권리를 획득했지만 아무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오히려 에서의 복수를 피해 가나안 땅을 떠나야하는 도망자 신세가 되었다. 부모를 보고 자란 그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거짓말을 하거나 남을 속이는 일에 능숙했다. 야곱의 이런 잘못된 행동은 그가 어릴 때 이를 바로잡지 않은 부모의 잘못이 컸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삭과 리브가가 상황에 따라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다. 아이에게 좋은 스승이 되어야 할 부모가 자식에게 본을 보여주지 못하면 자식을 질책하거나 꾸짖을 자격이 없다. 더구나 리브가는 계엄을 일으킨 뒤 작전을 진두지휘하는 계엄사령관처럼 거사를 주도하며 아버지에게 모든 게 탄로날까 두려워 걱정하는 야곱에게 “내가 모든 걸 책임질 테니 나를 믿고 따르라”고 큰 소리까지 치지 않았던가? 피오리아에 사는 한 여집사님이 마켓에 가서 장을 본 뒤 집에 돌아와 영수증을 확인하니 계산대에서 일하는 직원이 잘못 계산하여 거스름 돈을 더 받았다. 그녀는 즉시 차를 몰고 마켓에 가서 몇 푼 안되지만 남은 돈을 되돌려주었다. 그녀는 어릴 때 부모로부터 거짓말을 하거나 남을 속이면 안 된다는 말을 귀가 따갑게 들어 작은 일에도 정직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삭과 리브가는 자식에게 그런 정직함을 심어주지 못했다. 진리는 진실하고 정직하며 예, 아니오가 분명하다. 정직하지 않은 사람은 진리를 진리라고 말하고 거짓을 거짓이라고 말할 수 없는 사람이다.
또 이삭은 에서를 편애하고 리브가는 야곱을 편애하는 비뚤어진 애정을 보고 자란 야곱은 요셉을 편애하여 그에게 비싼 채색 옷을 지어 입히고 편애함으로 형제들의 미움과 분노를 사서 가정을 지켜야 할 가장이 오히려 가정의 분란을 일으키지 않았던가? 우리 주변에는 부모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아이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적지 않다. 그만큼 인간의 사랑은 공평하지 않고 자신도 모르게 한쪽으로 기운다고 한다. 오직 공평하신 하나님만이 모든 사람을 차별없이 사랑할 수 있다.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구원을 받았지만 여전히 죄를 짓고 죄인으로 살아간다. 죄를 짓고 회개하고 또 죄를 짓는 일을 되풀이하며 나이를 먹어간다. 어쩔 수 없이 또는 필요에 의해 거짓말을 하거나 남을 속이고 비뚤어진 사랑을 하며 잘못된 일인줄 알면서도 이익을 위해 눈을 감고 행동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된 의인이면서 동시에 아직 죄인인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 지금은 비록 과도기를 살고 있지만 마지막 때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본래의 인간으로 되돌아갈 거라는 믿음과 확신이 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며 오늘을 살게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나의 잘못된 생각과 습관을 하나씩 고치는 일을 멈추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죄와 싸워 이길 수 있는 성령의 능력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
이삭은 야곱을 불러 그를 축복한 후 외삼촌 라반의 딸 중에서 아내를 찾으라는 미션을 부여했다. 그가 받은 축복은 아버지가 그를 집안을 대표하는 장남으로 인정하고 확인시켜주는 행위였다. 성경은 라반을 야곱과 에서의 어머니 리브가의 오라비라고 소개한다. 그런데 에서와 야곱이 아니라 야곱과 에서로 순서가 바뀌어 야곱이 장자가 되었음을 암시한다. 어머니 리브가는 야곱에게 도망하라고 말했지만 이삭은 그에게 가라고 명령한다. 도망하라 (Flee)는 말이 가라 (Go)는 말로 바뀌었다. 그는 도망자가 아니라 아버지로부터 아내를 찾으라는 중대한 미션을 받고 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길을 떠나는 사람의 신분으로 바뀌었다. 한 번도 캠핑을 가거나 여행을 가 본 적이 없는 그는 장거리 여행을 위해 무엇을 챙겨야 할 지를 몰라 눈에 보이는 옷 몇 가지를 낡은 여행가방에 챙겨넣은 뒤 길을 떠났다. 여행 자금으로 어머니가 손에 쥐어 준 돈이 그가 가진 재산의 전부였다. 가나안에서 하란으로 가는 길은 전에 아브라함의 종이 걸었던 길이다. 아브라함의 종은 낙타 10마리에 예비 신부를 위한 귀금속과 선물을 잔뜩 싣고 치밀하게 여행 준비를 마친 뒤 길을 떠났지만 몸을 피신하기에 급급했던 야곱은 허둥지둥 대며 급하게 길을 떠나야 했다. 아버지는 그에게 하란에가라고 했지만 그는 리브가의 말대로 집에서 도망했다. 그는 하란에 가서 좋은 신부감을 만나도 청혼을 하기 위해 귀금속이나 가락지 반지 하나 줄 수 없는 빈털털이였다. 과연 그가 장거리 여행을 마치고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지, 또 그 곳에서 마음에 맞는 좋은 여자를 만날 수 있을지, 언제 다시 아내와 함께 가나안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제대로 기약할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그의 앞날에는 짙은 어두움이 두껍게 깔려있었다. 그러나 가나안은 분명 그가 다시 돌아와 뿌리를 내려야 할 약속의 땅이었다.
정기원 목사 (602) 804-30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