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반에게는 두 딸이 있었다. 언니의 이름은 레아이고 동생의 이름은 라헬이었다. 레아는 암소(Cow) 그리고 라헬은 암양(Ewe)의 의미가 있다. 두 딸의 이름에 백설공주같이 잘 알려진 공주나 왕비의 이름을 쓰거나 순결한 백합이나 장미처럼 아름다운 꽃 이름을 쓰지 않고 딸들의 이미지와 상관없이 소와 양의 의미가 담긴 이름을 사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물욕이 강한 그는 재산목록을 작성하면서 양과 소의 숫자에다가 두 딸들을 보탬으로써 두 딸들을 자기 재산의 일부로 생각했는지 모른다. 성경은 “레아는 시력이 약하고 라헬은 곱고 아리따웠다”고 두 여인을 비교한다. 라헬은 야곱이 한 눈에 반해 정신을 잃고 쓰러질 정도로 타고난 미모를 갖춘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이에 반해 레아는 외모가 출중하지 않고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는 평범한 여인에 지나지 않았다. 두 여인이 가진 특징을 비교하면서 시력이 나쁘다는 게 자랑거리가 아닌데 굳이 레아의 시력이 나쁘다는 점을 강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시력이 약하다는 단어는 히브리어로 “랔(Rak)”이고 “부드럽다, 약하다(tender)”는 의미이다. 이 두가지 의미로 번역하면 “그녀는 부드러운 눈을 가졌다” 또는 “그녀는 시력이 나쁘다”는 뜻이 된다. 그렇다면 그녀는 부드러운 눈을 가졌는가? 아니면 도수에 맞는 안경을 끼거나 급히 라식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나쁜 눈을 가졌는가? 이 문장을 레아가 가진 특징을 설명하는 표현으로 이해하면 “그녀는 부드러운 눈을 가졌다”고 번역하는 것이 타당하다. 라헬과 같은 미모는 없었지만 레아에게는 부드러운 눈, 즉 매혹적인 눈(Sweet eyes)이 있었다.
눈은 마음의 창으로 사람의 마음을 드러낸다. 상대방의 마음을 알려면 먼저 그 사람의 눈을 보아야 한다. 눈은 거짓말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미모와 매혹적인 눈을 가진 두 여인이 있다면 당신은 누구를 아내로 선택하겠는가? 아름다운 미모는 외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지만 매혹적인 눈은 내면의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레아의 눈과 라헬의 미모를비교하는 것은 내적인 아름다움과 외적인 아름다움을 대조적으로 보여주기 위함이다. “뛰는 예쁜 여자 위에 나는 아름다운 여자가 있다”는 책의 제목이 생각난다. 남자들은 하나같이 예쁜 여자를 좋아하고 자기도 모르게 여자의 미모에 마음이 끌려 냉정함을 쉽게 잃어버린다. 얼굴만 예쁜 여자는 오래 가지 못한다는 말처럼 외모보다는 마음이나 인품, 성격 등의 내면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여자를 만나야 한다고 사람들은 조언한다. 그러나 라헬에게 마음을 빼앗겨 다른 여자들은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 야곱은 그녀가 뿜어대는 아름다움을 넋을 잃고 응시하고 있었다. 성경에는 “야곱이 라헬을 더 사랑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가 라헬을 더 사랑하여”라는 표현이 반복된다. 그는 레아가 가진 내면의 아름다움을 들여다볼 겨를도 없이 성급하게 라헬을 선택하고 사랑에 빠져 그녀를 위해 목숨을 걸었다. 그는 조금만 참고 견디면 라헬과 결혼할 수 있다는 생각에힘든 줄도 모르고 7년을 온 몸으로 버텼다. 7년이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갔고 그는 결혼을 정식으로 요구했다.
라반은 그의 요구를 흔쾌히 받아들이고 그를 위해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성대한 결혼 잔치를 베풀었다. 그는 고향을 떠난 후 처음 먹어보는 짜장면과 탕수육 그리고 LA 갈비 등을 정신없이 먹고 마음이 들떠 급히 마신 포도주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에서 뜨거운 첫날 밤을 보냈다. 그는 세상을 한 손에 거머쥔 것처럼 주먹을 쥐고 호탕하게 웃어대며 기뻐했고 처음 느껴보는 행복한 감정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그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옆에 누워있는 여인은 라헬이 아니라 레아였다. 완전히 술이 깨지 않은 상태에서 큰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심하게 동공이 흔들리는 충격에 그는 소스라치게 놀라 이불을 걷어차고 벌떡 일어났다. 그는 결혼사기를 당했다는 느낌에 온몸을 부르르 떨며 격노했다. 그는 한걸음에 달려가 라반에게 따졌다. “외삼촌이 어떻게 나를 감쪽같이 속이고 사기를 칠 수 있나요?”. 그는 라반이 자신을 속인 것에 분개했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그건 이삭이 그에게 했어야 할 말이었다. 자신이 준비한 음식으로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아버지를 속인 것처럼 그는 라반이 준비한 음식을 먹고 술에 취해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한 상태에서 똑같은 수법으로 속임을 당했다. 어쩌면 그건 아버지를 속인 죄에 대한 처벌이었는지 모른다. 그는 7년간의 복무기간을 끝나고 내 아내를 달라고 요구했지만 내 아내가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라헬을 아내로 달라고 말하지 않은 것이 치명적인 실수였다. 엄밀하게 말하면 라반은 그를 속이지 않았다. 아내를 달라고 해서 관례에 따라 큰 딸 레아를 그에게 주었을 뿐이다.
정기원 목사 (602) 804-30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