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동체 의식이 부족하여 우리보다 나를 중시하는 야곱은 주변에 친구보다 그를 노리는 적들이 많았다.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나눌 친구가 없어 홀로 지내는 시간이 많은 그는 사교성이 뛰어나 좋은 인맥을 쌓고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사람을 부러워하며 자신을 바꾸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그는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는 라반의 집안 사람들과 잦은 마찰을 빚어 불편한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일찌감치 그들에게 요주의 인물로 분류되어 항상 누군가의 감시를 받는 딱한 처지가 되었지만 그런 불편한 관계는 오히려 그의 삶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만약 그가 라반의 비위를 맞추고 간지러운 곳을 긁어주며 좋은 관계를 유지해 대우를 잘 받았다면 일찌감치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포기하고 대저택에서 많은 사람들을 거느리고 힘이 잔뜩 들어간 어깨를 들썩거리며 2인자 행세를 했을 지 모른다. 또 빨간 포도주 색깔이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스포츠 카를 몰고 맛집을 찾아 돌아다니며 저녁마다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해 와인파티를 열고 노래하며 왁자지껄하게 떠들고 사는 호화로운 삶에 안주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신나게 살았을 지 모른다. 고향에 두고 온 부모님과 자기가 살던 집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매일 처리해야 하는 일들에 파묻혀 바쁜 시간을 보내며 더 큰 성공을 위해 날마다 새로운꿈을 꾸었을 지 모른다.
우리는 자기의 꿈을 이루고 성공하기를 원한다. 또 주변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받지 않고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지는 않는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항상 좋은 말만 할 수 없어 마음먹고 싫은 소리 한번 하면 끊어지지 않도록 단단하게 묶은 관계도 순식간에 끊어지기 일쑤다. 그러나 중요한 건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긴 어느 유명인사의 말처럼 자기 소신을 굽히지 않고 꿈을 향해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는 거다. 사람들은 모여서 열심히 뒷담화를 하지만 정작 남의 일에는 관심이 없다. 시간이 지나면 자신이 남에게 한 말도 까맣게 잊어버린다. 야곱은 사업이 날로 번창하여 열심히 땀을 흘려 일했지만 집안 식구들의 뒷담화와 손가락질 그리고 미움과 증오로 얼룩진 관계때문에 마음고생을 하고 힘든 시간을 보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 고통의 시간은 때때로 가던 길을 멈추고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기도 한다. 그는 라반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속앓이를 하며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던 고향을 생각했다. 아버지로부터 자유와 독립을 선언하고 큰 소리치며 집을 떠났던 탕자가 쫄딱 망해 길거리를 전전하는 노숙자가 된 후 어느 농장에서 허드렛 일을 하며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돼지가 먹는 쥐엄 열매를 먹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까맣게 잊고 있던 고향을 생각하고 따뜻한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가기를 원했던 것처럼 야곱은 고향에 두고 온 그리운 가족에게 돌아가기를 간절히 원했다.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결단하고 즉시 행동에 옮겼다. 그는 집안 사람들의 눈을 피해 양 떼가 있는 들판에서 긴급 가족회의를 소집했다. 비상대책 위원회로부터 통보를 받은 라헬과 레아가 한걸음에 달려왔다. 그는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에 대한 경과보고를 한 뒤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그는 연단에 서서 지난 20년동안 열심히 일했으나 라반의 속임수에 속수무책으로 당해 품삯이 열번이나 변경되고 임금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어 화병까지 얻었는데 한 가족임을 내세우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열변을 토했다. “옳소!”하는 소리와 함께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다. 이어서 그는 지금까지 하나님이 그와 함께 계셨고 꿈에 나타나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주셔서 그대로 행동에 옮겼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더 이상 자기를 내세우기 위해 우쭐거리거나 거들먹거리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하나님의 도우심과 은혜를 강조했다. 진심이 담긴 그의 간증을 듣고 두 아내와 아이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야곱이 고향을 떠나 이동하던 중 벧엘에서 돌배개를 하고 누워 잠이 들었을 때 그는 꿈 속에서 하나님을 만났다. 그것은 하나님과의 첫 만남이었고 평생 잊지못할 영적인 체험이었다. 하란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 그는 다시 꿈 속에서 하나님을 만났다. 하나님은 그에게 나타나셔서 “나는 벧엘의 하나님이다. 네가 거기서 기둥에 기름을 붓고 거기서 내게 서원하였으니 지금 일어나 이곳을 떠나서 네 출생지로 돌아가라”고 말씀하셨다. 그가 하나님에게 제단을 쌓고 서원을 했던 벧엘은 예수님의 제자들이 예수님을 만나 제자가 되고 예수님이 부활하신 후 다시 만나 위대한 지상명령을 받은 갈릴리가 그들에게 영적인 고향이며 정상에 도전하기 위한 베이스캠프 역할을 했던 것처럼 그의 가슴에 또렷이 새겨진 고향이며 하나님을 만나 새롭게 태어난 곳이 되었다.
정기원 목사 (602) 804-30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