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세기 32장에서 야곱은 가나안에 들어가기 전 하나님의 천사들을 만났다. 그는 그들을 하나님의 군대라고 부르고 그 땅 이름을 ‘마하나임’이라고 칭하였다. 그는 어떻게 눈에 보이지 않는 천사들을 알아볼 수 있었을까? 눈에 보이는 것 너머를 볼 수 있는 영적인 눈이 열린 것일까? 그리고 그가 에서를 만나기 전 천사들을 만난 사건은 에서와의 만남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그는 나름대로 에서를 만나기 위한 준비를 철저하게 하고 전략적으로 행동했다. 그는 먼저 선발대를 에서에게 보냈다. 그리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위험을 분산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그는 양과 소와 낙타 그리고 모든 그의 소유를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그러나 그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 계획을 세워도 그게 문제해결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편법이나 꼼수는 물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이나 방법이 통하지 않을 때 우리는 높은 벽에 갇힌 자신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 쉽게 좌절하고 절망한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구나!”하는 탄식이 절로 나오면 무기력한 자신을 자책하기 쉽다. 그러나 사방이 벽으로 가로 막혀 출구가 보이지 않을 때에도 하늘은 뚫려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고 전심을 다해 하나님에게 기도하기 시작했다. 이는 그가 지금까지 한 기도 중 가장 긴 기도였다. 그만큼 그는 간절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하나님에게 매달렸다.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다고 하신 말씀처럼 그는 영적으로 헐벗고 굶주린 상태에 있었다.
그는 에서에게 선물을 보내고 모든 식구들이 얍복강을 건넌 후에 홀로 남아 밤을 지새웠다.
그는 왜 홀로 남았을까? 거짓과 위선의 옷을 벗어버리고 진심으로 기도했던 그는 하나님에게 한걸음 더 다가가려는 심정으로 홀로 남았을까? 그가 천사들을 만난 것은 그를 보호하시는 하나님의 임재와 그와 항상 함께 하시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의 이행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였다. 그가 하나님의 군대, 즉 ‘하나님의 캠프’라고 부른 마하나임에서 만난 천사들은 그에게 큰 위로와 용기를 주었다. 그가 아직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뿐 하나님은 이미 뒤에서 그를 도우시고 모든 일이 하나님의 섭리에 따라 이루어지도록 하셨다. 우리는 하나님을 믿으면서도 막상 어려운 현실에 부딪히면 하나님의 존재를 의심하고 지인들을 만나 도움을 청하고 인간적인 방법과 수단을 강구하기 바쁘다. 그만큼 인간은 강한 것 같지만 약한 존재이다. 하나님의 도우심을 원했던 그에게 하나님은 천사들을 보내시고 얍복강에서 직접 그를 만나 주셨다. 히브리어 ‘마하나임’은 캠프를 의미하는 “마네”에서 왔고 2개를 지칭하는 복수형으로 2개의 캠프(Two camps)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 단어는 수직적인 면에서 보면 차원이 다른 2개의 레벨(Two level)을 의미한다. 그것은 하나님과 인간의 다른 레벨이다. 야곱은 단순히 인간적인 관점에서 에서와의 만남을 걱정하고 준비했지만 그 만남은 다른 차원에서 하나님과의 만남을 동반했다. 그는 에서를 만나기 전 먼저 하나님을 만나야 했다.
애매모호해서 잘 구분이 되지 않고 한 쌍의 짝을 이루는 이중적인 숫자인 2를 중심으로 2개의 캠프(야곱과 에서의 캠프 또는 야곱과 하나님의 캠프), 2번의 만남(하나님과의 만남과 에서와의 만남, 또는 하나님과의 두번의 만남), 두 형제, 두 가족에 관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야곱의 오랜 여정은 두번의 만남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두번의 만남은 천사들과의 만남과 하나님과의 만남을 지칭하지만 동시에 두 번에 걸친 하나님과의 만남을 의미한다. 그는 고향을 떠날 때 벧엘에서 밤에 잠을 자던 중 하나님을 만났다. 그리고 그 깊고 어두운 밤은 그가 돌아올 때까지 20년동안 계속되었다. 그리고 그는 고향에 돌아올 때 하나님을 다시 만났다. 오랜 여정의 출발장소에서 이루어진 하나님과의 두번의 만남이 그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화시켰다. 첫번째 만남이 뜨거운 햇볕에 말라 비틀어진 장작처럼 핏기가 없이 메마른 삶에 변화의 시작을 가져오는 작은 불씨와 같은 역할을 했다면 두번째 만남은 그의 삶에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는 모멘텀을 가져왔다. 작은 불씨가 오랫동안 불이 붙지않고 꺼질 듯 말 듯 뜸을 들이다가 한번 불이 붙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뜨거운 불길로 치솟아 무섭게 타오르는 것처럼 20년동안 큰 진전이 없던 인생에 지각변동이 일어나 해가 서쪽에서 뜨는 것과 같은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그는 비로소 영적인 세계에 눈을 뜬 후 왜 그토록 작은 것들에 목숨을 걸고 사람들과 끊임없이 부딪히며 살았는지, 왜 사람들을 사랑하고 가슴으로 품지 못했는지 자신이 만든 거칠고 메마른 삶을 후회했다. 그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지를 깨달었다.
정기원 목사 (602) 804-30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