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갈이 아브라함의 집을 떠난 것은 본인 스스로가 선택한 일이지만 그런 선택을 유도한 것은 아브라함과 사라의 공동 작품이었다. 학교폭력에 시달린 학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학교를 중퇴하는 것처럼 한 사람은 그녀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학대했다. 또 다른 한 사람은 앞에서 망을 보고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수수방관하고 묵인하고 용납했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속담처럼 그녀에게는 괴로움을 당하는 자신을 보고도 도움의 손길을 주지 않는 아브라함이 더 미운 존재였는지 모른다. “아이를 낳았을 때 수고했다 고두 팔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며 업어주기까지 하며 수고했다는 말을 되풀이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사라와 한 패가 되어 얼음장같이 차가운 얼굴로 냉정하게 대하며 배신을 때리다니 정말 세상에 믿을 놈 하나도 없네!”하고 그녀는 아브라함을 향한 섭섭함과 울분을 내뱉으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흐느꼈다.
아브라함과 사라는 자식을 낳아준 하갈을 사랑과 인내로 포용하지 못하고 오히려 집 밖으로 내쳤다. 한 영혼을 품지 못하는 그들이 과연 하나님의 사람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땅끝까지 복음을 전해야 한다고 열심히 선교활동을 하면서 정작 자기 교회 문 앞에 쓰러져 있는 노숙자를 거들떠보지 않아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교회 문 밖에서 한 생명이 죽어가는데 안 에서는 하나님을 부르고 웅장한 밴드와 음악소리에 맞춰 찬양하며 예배하는 것은 집 대문 앞에 쓰러져 있는 거지 나사로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드나들며 거들먹거리는 부자와 다를 바가 없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이다. 하갈은 먹을 것이 없고 뜨거운 햇볕을 피할 곳이 없는 광야에서 방황하다가 마침내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먹고 마실 것이 없는 것보다 더 무서운 외로움과 고독 속에서 그녀는 서서히 죽어갔다.
믿었던 사람들에게 철저하게 배신당한 그녀는 최후의 쉼터와 같은 고향으로 향한다. 더 이상 다른 선택의 길이 없었다. 그러나 희망을 잃어버린 그녀에게 도움의 손길이 나타났다. 그녀는 북쪽에 있는 술(Shur)로 가는 길 근처에 있는 샘물 곁에서 그녀를 기다리던 천사를 만났다. 그 곳은 애굽으로 넘어가는 국경 가까이에 있는 마지막 휴게소였다. 그녀는 휴게소에서 주머니에 있는 돈을 몽땅 털어 장터국수한 그릇을 사 먹고 배를 채웠다. 고향에 가서 아는 사람들을 만나 임시로 먹고 자는 문제가 해결되면 일자리를 찾아 나설 생각이었다. 애굽이 그녀에게 남아있는 유일한 희망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녀는 애굽이 멀리 보이는 국경에서 하나님의 따뜻한 손길을 경험한다. 그녀가 도착한 술이라는 지명은 벽(Wall)이라는 뜻 외에 본다(See)는 의미가 있고 곁에 있는 샘(Spring)에는 눈(Eye)이라는 뜻이 있어 두 단어를 결합하면 눈으로 본다는 의미가 된다. 누가 누구를 본다는 말일까?
하갈은 애굽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하나님은 그녀를 바라보고 계셨다.
그녀는 천사를 만나고 나서 “나를 보시는 하나님 (엘로이, God of seeing)”이라고 하나님을 부르고 감사를 드렸다. 그녀는 술(Shur)에서 나를 보고 계시는 하나님을 만났다. 그리고 자신이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었다. 사람은 배신할 수 있지만 하나님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그녀는 하나님이 자신을 바라보고 함께 동행하시며 은혜를 베푼다는 사실에 전기에 감전된 사람처럼 전율했다. “아! 내가 아브라함 집안에서 자식까지 낳아주고 찬밥 신세가 되어 폐기물처럼 버려졌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었구나!” 사람들에게 버림을 받을 지 몰라도 나는 여전히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소중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깊은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더 이상 울분과 분노의 감정에 휩싸여 주변 사람들을 미워하고 스스로 내 인생을 불행하게 만들 이유가 없으니 미움을 마음에서 떠나보내고 하루를 살더라도 행복하게 살자고 마음을 다독였다. 절대 긍정의 힘이 그녀를 사로잡았다.
그녀가 방황하는 광야는 절망의 땅, 죽음의 땅이다. 위험한 맹수들이 도사리고 낮과 밤의 큰 일교차로 인해 더위와 추위를 피해야 하고 먹을 음식과 마실 물이 없어 단 하루도 생존이 불가능한 장소이다. 그러나 광야는 하나님이 불꽃 같은 눈으로 바라보시고 우리의 아픔과 고통의 소리를 들으시는 곳이며 하나님을 만나은혜를 경험할 수 있는 희망의 장소이다. 광야가 당신의 목을 조르는 절망의 장소가 될 것인지 아니면 하나님을 만나고 놀라운 은혜를 경험하는 희망의 장소가 될 것인지는 당신에게 달려 있다. 당신이 하나님의 도우심을 믿는다면 광야는 당신에게 새로운 기회와 희망의 장소가 될 것이다. 40년 동안 광야생활을 거치며 하나님의 끊임없는 은혜와 보호를 경험한 이스라엘 백성에게 광야가 여전히 절망과 죽음의 장소로 남아있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하 나님의 도우심을 받으면서도 그것을 지나간 과거의 일로 생각하고 여전히 미래를 걱정하고 불안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면 광야는 당신에게 더 이상의 재기가 불가능한 실패의 장소가 될 것이고 하나님은 두번 이상의 기회를 주지않는 야속하고 무서운 하나님으로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정기원 목사 (602) 804-30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