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센 파도에 밀려가듯 출렁이는 물결을 따라 그의 마음은 심하게 흔들렸다. 그러나 그 흔들림은 오래 가지 않았다. 아마 보험회사나 미용실 또는 부동산 중개인 등 한번 단골 거래처를 정하면 쉽게 바꾸지 않는 그의 성격 때문인지 모른다. 쌩떽쥐베리의 단편인 어린 왕자에서 여우가 왕자에게 알려줬던 인생의 진실 중 하나는 삶에서 정말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에 집착하고 매달려 인생의 대부분을 소비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가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넓고 크다. 단지 우리가 보지 못할 뿐이다.
아브라함은 보통 사람과 달랐다. 그는 눈에 보이는 것 너머에 관심을 가지고 알고 싶어했다. 아무 이유 없이 길을 떠나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학교에서 보다 길 위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 고전평론가 고미숙 씨는 서유기와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예로 들며 “길에 있어야 사람과 사건을 만난다. 그러면 생각이 바뀐다.”고 말했다. 평생 바뀔 것 같지 않은 사람이 길 위에서 마주치는 것들을 통해 삶의 좌표를 찾고 잃어버린 자신을 찾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길을 떠나지 않으면 바뀔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창세기 12장은 “너는 가라”는 말로 시작하는데 히브리어로 “렉레카(Lech Lecha)”라고한다. 렉은 걷는다는 “할락(Halach)”에서 온 명령형이고 명사형인 “할렉카 (Halacha)”는 율법이라는 뜻이다. 율법은 우리의 목을 조이고 복종을 강요하는 무서운 법이 아니라 길을 올바로 걷도록 돕는 안내자와 나침반 역할을 한다. “렉레카”는 유대인들이 1년동안 토라를 읽기위해 54개로 구분해 놓은 파라샤(Parashah)의 한 부분인 창세기12장에서 17장까지를 대표하는 제목이기도 하다. 렉레카는뒤에 붙는 전치사에 따라 3가지 의미로 번역할 수 있고 떠남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1) 너 자신에게 가라 (Go to yourself)
2) 너 홀로 가라(Go by yourself)
3) 너 자신을 위해 스스로 가라 (Go for yourself)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서
‘렉레카’의 첫번째 의미는 “너 자신에게 가라”이다. 자기 자신에게 가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부르시고 집을 떠날 것을 요구했지만 최종 목적지를 알려주지 않았고 그는 갈 곳을 모르는 채 길을 떠나야 했다. 가야할 곳이 어디이길래 무작정 길을 떠나야 하는 것인가? 하나님이 목적지를 알려주지 않은 것은 목적지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먼저 내 안에 있음을 깨닫고 자기 안을 들여다보도록 했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그렇다!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잃어버린 나의 자아를 찾는 것이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진정한 나를 찾아서 떠나는 길은 우리 모두가 가야하는 위대한 여정이다.
많은 사람이 집에 혼자 있거나 또는 혼자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혼자 영화보고 혼자 여행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잠자는 시간을 빼면 거의 혼자 있는 시간이 없다보니 겨우 몇시간의 외로움도 견디지 못해 오늘은 시간이 없다는 친구에게 억지로 사정해서 밥을 같이 먹고 수다를 떨어야 마음이 편하다고 느낀다. 휴대폰이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만약 휴대폰도 없고 애완견마저 옆에 없다면 혼자 시간을 때우며 외로움을 견디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홀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자가 홀로 설 수 있는 자이고 홀로 설 수 있는 자가 가장 강한 사람이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시기 전 세례 요한이 먼저 와서 복음을 전했다. 그는 광야로 가서 천국이 가까이 있으니 회개하라고 외쳤다. 왜 그는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는 광야로 갔을까?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투자전략에 따라 사람이 많이 모이는 쇼핑몰이나 연예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콘서트 홀 또는 24시간 사람들이 잠도 자지 않고 벅적대는 카지노, 아니면 수만명이 운집하는 대형 교회를 찾아가 특별 부흥회를 한다는 현수막을 걸어 놓고 강단에서 말씀을 전해야 많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현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크게 다르다.
광야는 혹독한 추위와 굶주림이 있고 물도 없고 도처에 위험한 짐승이 있어 생존이 불가능한 곳이다. 적막한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황량하고 척박한 땅에서 혼자 힘으로는 단 하루도 견디기 힘들다.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어 답답하고 대화를 나눌 사람도 없으며 가진 돈이나 크레딧 카드도 소용이 없고 보유한 주식이나 부동산도 무용지물인 곳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정기원 목사 (602) 804-30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