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원 목사 알수록 재미있는 성경 나눔] 태산같은 믿음의 아버지 아브라함 82

그는 에브론이 소유한 밭의 끝자락에 있는 막벨라 동굴을 사고싶다는 의사를 밝히고 현재 시가로 대금을 지불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들은 정색을 하며 우리 사이에 무슨 돈 거래를 하겠냐고 손사래를 치며 돈은 필요없다고 몇 번을 고사하다가 정 그렇게 원하면 밭의 일부인 막벨라 동굴이 아니라 밭 전체를 사야하고 땅값으로 은 사백 세겔을 지불하라고 요구했다. 그들이 제시한 금액은 일반 노동자들의 1년치 임금에 해당하는 높은 금액이었다. 상대방의 약점을 최대한 이용하여 쓸모가 없어 버려진 밭을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팔아 한 밑천 잡으려는 속셈이었다. 협상의 전문가들은 협상할 때 먼저 원하는 가격을 제시하지 말고 다른 조건에 대한 충분히 협의가 이루어진 뒤 맨 마지막에 가격을 제시해야 성공적인 마무리를 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들은 누구에게 배웠는지 모르지만 경영대학에서 MBA학위를 받고 현장에서 활동하는 경영 전문가들을 뺨치는 전문적인 협상의 원칙과 기술을 익히 잘 알고 있었다.
아브라함은 그 지역에서 제일 잘 나가는 부동산 에이전트를 만나 오퍼를 작성했다. 오랫동안 구매자가 없어 팔리지 않는 집을 사기로 하고 가격을 최대한 깎아서 오퍼를 보내면 기다렸다는 듯이 더 높은 가격을 쓴 다른 오퍼가 들어와 번번히 집을 사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누구나 가장 낮은 가격에 부동산을 구입하기를 원하지만 가격을 지나치게 깎아서 사려고 하다가 오히려 낭패를 보는 수가 있다. 찬 밥과 더운 밥을 가릴 때가 아닌 그는 땅을 파는 셀러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리스팅 가격인 은 사백 세겔을 한 푼도 깎지않고 오퍼서류를 작성하였다. 이방인으로 살아온 그는 부동산 소유에 대한 욕심이 없었고 금액의 많고 적음을 개의치 않았다. 그는 가장 빠른 시간 안에 클로징을 하기 위해 이자율이나 조건을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은행융자를 받지않고 현금으로 사는 조건을 제시했다. 예나 지금이나 현금으로 사는 바이어가 가장 좋은 대우를 받는다. 셀러는 아브라함이 보낸 오퍼를 아무 조건없이 받아들였다. 터무니없는 금액에도 불구하고 달라는 대로 돈을 다 주겠다고 하니 특별히 반대할 이유도 없고 오히려 속으로는 이 게 웬떡이냐? 하고 쾌재를 불렀는지 모른다. 아무튼 묘지 매매 계약은 즉시 성사되었다.
부동산 계약이 마무리될 때 넘겨주는 소유권 증서(Trust deed)에는 “마므레 앞 막벨라에 있는 에브론의 밭 곧 그 밭과 거기에 속한 굴과 그 밭과 그 주위에 둘린 모든 나무”라고 땅의 위치와 경계선에 대한 매우 구체적이고 세세한 내용이 기록되었다. 고대 근동의 많은 법률 문서에서 땅의 정확한 위치를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기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인구가 그리 많지 많았던 당시에도 내 땅에 들어가기 위해 남의 땅을 거쳐야 하는 지역권(Easement)이 없이 큰 길에서 직접 해당되는 땅에 접근할 수 있는지 또는 부동산 소유권을 침해할 다른 요소가 있는 지를 꼼꼼히 따져서 기록한 것은 분쟁이 없도록 하기 위한 사전 조치로 보인다. “막벨라에 있는 굴과 그 사방에 둘린 수목”에서 나무들을 언급한 것은 땅에 있는 나무들을 포함하지 않고 땅만 매매할 수도 있었음을 암시한다. 미국에서 통상적인 토지거래는 지표면과 지하 또는 공중의 공간이 모두 포함되어 땅 속에 묻힌 석유나 지하자원 또는 땅에 속해 있는 부동산 건물은 물론 나무들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지만 당시에 이를 분리하여 매매를 허용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아브라함이 구입한 “막벨라”는 동굴이 아니라 동굴을 포함한 밭 전체를 지칭한다. “막벨라(Machpelah)”는 2중 (Twofold)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 동굴 안에 2개의 묘실(Chamber)이 나란히 있거나 상하로 2개의 묘실이 있었음을 암시한다. 현재 막벨라 동굴은 헤브론 안에 아랍 사람들이 카람 엘 칼릴(Kharamel Khalil)이라고 부르는 곳에 위치하는데 이는 하나님의 친구가 있는 신성한 곳이라는 의미이다. 이 곳은 큰 담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비잔틴 시대에 교회 건물이 건축되었으나 후에 이 곳을 점령한 회교도들에 의해 그들의 회당인 모스크(Mosque)로 바뀌었다. 성경에는 “성 문에 들어온 모든 헷 족속이 보는 데서 아브라함의 소유로 확정되었다”는 말씀이 나온다. 계약이 성공적으로 종료(Closing) 되었다는 말이다. 토지매매는 계약이 체결된 후 땅의 위치와 경계선을 확인하는 인스펙션 기간을 거쳐 지금의 에스크로 회사와 흡사한 개념으로 많은 증인들이 보는 앞에서 금액을 지불하고 토지 소유권을 넘겨 받는다. 모든 협상과 거래는 증인들의 확증을 통해 법적인 효력이 발생할 수 있도록 주로 일반 대중이 모이는 장소인 성문 앞에서 이루어졌다. 이런 부동산 거래는 법적인 문서가 없어도 고대 근동 사회에서 법적인 효력을 갖는 구술문서(Dialogue Document)의 형태를 띤다.
정기원 목사 (602)804-30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