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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급선을 기다리는 총독, 총독을 찾는 보급선
까르바요 중위는 오늘도 긴 망원경을 눈에 대고 파도가 넘나드는 연안을 계속  살폈다. 연안에는 어제처럼 키가 큰 종려나무가 바닷바람에 몸을 흔들고 잡목이 무성한 숲속에는 야생고양이가 먹이를 보고 달렸다. 거위는 뒤뚱거리며 슾지를 향해  걸어갔다. 이러기를 벌써 몇 개월째. 총독과 그 일행에게 전달할 양식을 싣고 약속 장소인 탐파 베이로 흘러드는 강 하구에 정박한 지도 벌써  4개월 여. 그러나 총독과 대원들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초조와 긴장으로 수척해진 까르바요 중위는 혹시나 하는 기대속에 오늘도 어제처럼 긴 망원경을 눈에 대고 연안을 살펴나갔다.
총독 '디 나르바에즈'와 300명 육상탐험대의 불운은 애초 상륙지점을 착각한데서 비롯되었다. 총독은 그가 처음 정박한 곳이 탐파 베이라고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탐파 베이에서 조금 남쪽에 위치한 사라토사(Saratosa)만에 정박했다. 육상 탐험대와 함께 연안을 끼고 북쪽으로 탐험길에 오르면서 총독은 까르바요 중위에게 해상 탐험대원 100명이 승선한 범선과 함께 탐험에 참가한 범선 2척을 지휘하여 탐파 베이로 흘러드는 강 하구에서 대기하도록 명령했다. 까르바요 중위는 총독과 약속한 장소가 그리 멀지않은 곳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약속장소를 향해 북상해도  좀체 강물이 흘러드는 강 하구를 만날 수 없었다.
비극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항로를 잘못 잡았다고 생각한 까르바요와 항해사는 출발했던 원위치로 돌아가 다시 항로를 잡았다. 이렇게 허둥대는 사이 약속했던 시간은 흘렀다. 몇차례 해안가에서 까르바요의 보급선을 기다리던 총독은 좀체 보급선이 나타나지않자 허기져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대원을 이끌고 나무열매나 들짐승을 잡으러 밀림으로 들어갔다.
황금과 양식이 많은 촌락을 찾아 북상하는 탐험대
총독이 황금과 옥수수나 콩같은 식량이 많다는 아파라치아 부족이 산다는 북쪽으로 가고있을 때 까르바요 중위도 북쪽 연안을 수색하려했다. 그러나 일부 대원과 애가 탄 대원의 부인들은 한사코  반대했다. 10명의 부인들은 약속 장소를 벗어나면 남편과 영원히 헤어진다고 생각하고 강하게 반대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대원들과 부인들 사이에는 어느새 절망과 공포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특히 남편을 찾지못하는 부녀자들은 탄식과 한숨 그리고 눈물로 하루를 지샜다. 수색과 한숨이 반복되는 사이 싣고 간 양식도 그리고 식수도 거의 바닥이 났다. 남은 식량으로는 큐바까지도 갈 수없는 형편이었다. 어제처럼 망원경을 들고 연안을 살피던 까르바요 중위는 수평선 멀리서 물결에 출렁이며 작은 점 두개가 다가오는 것을 유심히 살폈다. 그것은 인근에서는 거의 보기힘든 범선 두 척이었다. 두 척의 배는 까르바요의 선단쪽으로 돛대에 바람을 가득 안고 서서히 물살을 가르며 다가왔다. 뜻밖에도 한동안 사라졌던 항해사 마루엘로가 큐바에서 범선 한척과 대기중이던 알론조 델 체르다와 함께 환하게 웃으며 나타났다. 두 범선에는 양식이 가득 실려있었다.
마루엘로는 탐험을 떠나는 총독으로부터 마루엘로가 언젠가 인근 만에서 보았다고 말한 항구를 찾으라는 명령을 받았다. 총독은 마루엘로에게 "만약 항구를 찾지못하면  범선을 한 척 몰고 하바나로 가라. 하바나에서 대기중인 체르다 중위와 함께 두 배에 양식을 싣고 오라"고 명령했다. 항구를 찾지못한 마루엘로는 큐바로 달려가 명령대로 체르다와 함께 양식을 마련하여 두배에 싣고 왔다고 말했다.
 큐바에서 달려온 범선두척 아사직전  해상대원을 구하다
아사를 면한 까르바요의 선단과 마루엘로와 체르다가 몰고 온 범선 등 모두 5척의 선단은 본격적으로 행방을 알 수 없는 총독과 대원 찾기에 나섰다. 만나기로 약속했던 탐파 베이를 중심으로 톱니같은 남과 북 연안을 이잡듯 살폈다. 이 무렵 총독과 대원은 이곳보다 훨씬  북쪽에 위치한 아파라치아 부족의 촌락을 떠나 아우트 부족 촌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토착민들의 화살 세례를 피해가며 어느날 탐파 베이 연안으로 깊숙히 들어간 까르바요는 종려나무와 소나무, 삼나무가 울창한 밀림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망원경을 들고 살피고 있었다. 까르바요의 시야에 갈라진 나무토막이 보이고 그 사이에 편지같은 것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총독이 보급선에 보낸  신호라고 생각한 까르바요는 좀 더 가까이 배를 몰고들어가 다시한번 살폈다. 분명 그것은 수색대에게 보내는 총독의 신호였다. 토착민 몇명이 편지가 꽂힌 나무토막 근처를 어슬렁 거리고 지나갔다. 까르바요 중위는 토착민들에게 편지를 전해달라고 몸짓 발짓으로 소리쳤다. 그러나 토착민들은 '와서 가져가라'는 신호를 보내고 사라졌다.
가짜 편지로 수색대원을 유인하는 토착민들
스페인 세르빌 출신으로 18세인 오르티즈(Juan Ortiz)와 그보다 연상인 젊은 선원이 보우트를 몰고 연안으로 향했다. 연상의 선원이 뭍에 발을 대자마자 토착민들이 달려들어 몽둥이로 사정없이 내리쳤다. 그는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어린 오르티즈는 토착민들에게 잡혀 나무 그림자로 침침한 숲속 어디엔가로 끌려갔다. 그것은 총독의 편지가 아니라 수색대를 유인하려는 토착민들의 술책이었다. 잡혀간 오르티즈를 구할 길이 없는 까르바요와 선단은 탐파 베이를 벗어났다. 탐파 베이 만 근처에 사는 토착민들은 북상하던 총독의 탐험대에게 심한 약탈과 악행을 당했다. 토착민의 추장은 탐험대원들로부터 코를 잘리었다. 복수를 다짐하던 추장은 마침 수색선이 만 일대를 헤매자 총독의 편지를 가장한 미끼로 오르티즈를 유인하여 복수했다.
마루엘로가 가져온 식량이 떨어질 때까지 5척의 범선은 근 1년을 연안을 뒤졌다. 10명의 육상 대원의 부인을 비롯한 해상대원들은 한숨과 탄식과 눈물로 하루하루를 지냈다. 식량이 바닥나 더 이상 수색을 계속할 수 없게된 까르바요와 마루엘로등 수색대는 큐바로 돌아갔다. 이제 미망인이 되었다는 현실을 실감한 10명의 부인들은  눈물과 한숨을 거두고 앞으로  살아갈 길을 찾기에 바빴다. 또 몇몇 부인들은 그간 선상에서 교분을 튼 젊은 선원들과 짝을 맺었다.
양식이 바닥나 근 1년만에 수색을 중단
까르바요의 수색대가 빈손으로 돌아오자 총독의 아내 마리아 (Maria de Valenzuela)는 총독의 실종을 믿을 수가 없었다. 정숙하며 당찬 마리아에게 총독 '디 나르바에즈'는 죽음을 모르는 불사신이었다. 그가 아는 '디 나르바에즈'는 어린 나이에 코르테스와 토착민 정복에도 참여하고 코르테스와의 일전에서 비록 한쪽 눈을 잃었지만 목숨만은 유지. 코르테스에게 잡혀 2년간 잔혹한 포로 수용소에서도 목숨만은 잃지않았다. 그는 결코 죽음을 모르는 인간이라는 것이  마리아의 굳은 신념이었다. 총독이 오랫동안 자리를 비운 사이 여장부 마리아는 손수 총독의 영지와 광산을 관리했다. 마리아는 흑인 노예와 토착민을 직접 감독하며 착실히 부를 일궈나갔다. 수색대가 빈손으로 돌아오자 마리아는 자신이  직접 총독을 구하기로 결심했다. 거처를 베이모에서 산티아고로 옮기고 쌍돛대 범선 2척을 구입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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