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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대포로 토착민 촌락을 점령
화승총을 쏘면서 기선을 제압한 소사는 소형 대포 2정을 끌고 촌락 가까이 진격했다. 그리고 촌락을 향해 대포를 발사했다. 하늘이 내려앉는 듯한 굉음과 함께 토착민들의 초막이 먼지가 일면서 날아갔다. 화살을 날리며 기세좋게 공격하려던 토착민들은 대포 몇 방에 넋을 잃었다. 그리고 활이며 몽둥이 같은 무기를 버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났다.
소사와 이주단원들은 아직도 불타고있는 촌락을 점령한 다음 넋이 빠져 미처 달아나지 못하고 허둥대는 전사 몇 명의 목을 땄다. 그리고 느긋하게 촌락에서 휴식을 취한 다음 촌락을 뒤져 모자라는 양식을 넉넉하게 챙겼다. 그리고 다시 서쪽을 향해 길을 나서 리오그란디로 향했다.
알마덴을 떠난 지 벌써 5개월 여가 지났다. 알마덴을 출발할 때는 한창 더운 여름이었으나 이제 페코스를 떠나 리오그란디로 가는 길목은 가을도 지나고 해가 바뀌어 눈발이 앞을 가리는 1591년 1월이 되었다. 그들이 걸어가는 황무지에 늘어선 들풀은 누렇게 퇴색했고 나무들은 벌써 낙엽이 지어 빈 가지만 앙상했다. 들새 몇마리가 빈 가지에 앉아 파란 하늘을 뒤로 한 채 한가롭게 지저귀는 길을 이주단원들은 묵묵히 걸었다. 길을 가는 도중 소사와 대원들은 부지런히 노다지를 찾아 주위를 탐색했으나 행운은 아직 그들의 것이 아니었다.
소사의 이주단은 어느덧 오늘의 산타페 근방에 이르렀다. 그리고 근처 갈리스테오베이슨을 가득 채운 토착민 촌락을 찾았다. 촌락의 토착민들은 비교적 온순하고 이방인에 대해 별다른 적의를 보이지 않았다. 물이 풍부하고 비옥한 계곡은 정착지로는 알맞았다. 소사는 이 근방 어디엔가에 정착지를 마련하기로 했다. 소사는 촌락 입구와 주변에 십자가를 세우고 "이제 이곳은 스페인 황제의 영토이고 토착민은 황제의 보호를 받는 황제의 신민이므로 황제의 부하인 이주단원의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소사는 흩날리는 눈발을 헤집고 리오그란디 상류와 하류를 오가며 근처의 산과 들을 뒤졌으나 이번에도 은광은 나오지 않았다. 리오그란디 계곡에서 오가는 소사의 이주단을 본 토착민들은 몇 년전 차무스카도의 탐험대를 만난 탓인지 소사일행에게 별다른 적의를 보이지 않았다.
산토 도밍고에 뉴멕시코 최초 식민지 건설
소사의 이주단은 다시 오늘의 산타페에서 서남쪽으로 약 25마일 가량 더 나아갔다. 그리고 근처 케와부족의 정착촌 부근을 최종 정착지로 택했다. 케와부족은 나바호 부족의 한 부류로 이주단에 대해 호의적이었다. 소사와 대원들은 이곳을 산토도밍고 (Snto Domingo)라고 이름지었다. 너른 계곡에 정착지를 마련하고 데리고 온 양, 염소, 돼지 등 가축을 키울 우리도 마련했다. 너른 땅에는 밀, 옥수수 등 씨앗을 뿌리고 거처할 초막도 마련했다. 그리고 이제는 황제의 신민이 된 토착민을 고용하여 본격적으로 식민지를 가꾸어 나갔다. 이주단원들 사이에는 토착민을 노동력으로 활용하는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었으나 소사의 지도력으로 분쟁을 원만하게 해결했다. 정착촌은 그런대로 자리 잡아갔다.
그러나 황실의 허가를 받지 않은 일단의 스페인 탐험대들이 리오그란디 강변에 식민지 형태의 마을을 이루었다는 소문은 어느새 뉴스페인당국에 전해졌다.
체포되어 뉴스페인으로 압송된 소사
소사와 그 일당을 즉시 체포하라는 명령을 받은 누에보 갈리시아의 총독은 후앙 모리에(Juan Morliette)를 산토도밍고에 급파했다. 모리에는 50명의 병사와 사제 1명을 지휘하여 1591년 초 리오그란디 산토도밍고로 출발했다. 모리에는 출발에 앞서 행군중 노예 사냥꾼에게 잡힌 노예를 보면 현장에서 풀어주라는 명령도 받았다. 모리에는 차무스카도 탐험대와 에스페호 탐험대가 밟았던 길을 따라 리오콘초스, 리오그란디를 지나 라훈타의 토착민 정착촌을 지났다. 다시 리오그란디 상류 토착민 촌락 부근 산토도밍고에 도착한 모리에는 제법 규모를 갖춘 소사의 식민지에 도착했다. 그리고 별다른 저항을 하지않는 소사에게 황제의 이름으로 된 체포영장을 제시했다. 모리에는 소사에게 수갑을 채우고 비록 범법자이지만 한때 대평원을 주름잡던 소사를 정중하게 예우하며 멕시코로 호송했다. 모리에와 소사를 따라 정착했던 170여명의 정착민들은 다시 가재도구를 마차에 싣고 뉴스페인으로 향했다. 이렇게 해서 신천지 리오그란디 계곡 산토도밍고에 세워졌던 식민지는 다시 토착민들의 황량한 산과들이 되었다. 소사를 호송하는 모리에는 근 40여일간 강 주변 계곡을 탐험하면서 멕시코시티에도착했다. 이때 포로가 되어 노예사냥꾼의 통역을 했던 케레산 토착민 토마스와 크리스토발은 소사 일행이 뉴스페인으로 호송될 때 현지에 남아있다가 몇 년 후 오나테의 탐험대가 이곳에 도착하자 오나테 탐험대에 합류했다.
유배중 노잡이 노예에게 피살되는 '소사'
멕시코시티에 도착한 소사는 재판끝에 황실의 허가없이 황제의 영토에 침입하여 평화롭게 생활하는 토착민을 상대로 노예사냥을 자행하고 토착민의 생활을 어지럽혔다는 죄목으로 6년간 필리핀에 유배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그에게는 자칭 부총독을 역임하고 식민지를 세우고 다스렸다는 경력이 참작되었다. 재판부는 소사에게 필리핀에서 유배생활하는 동안 현지인을 대상으로 총독직무를 수행하라고 선고했다. 만약 이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사형에 처한다고 했다.
소사가 갤리선에 몸을 싣고 망망대해를 지날 무렵 뉴스페인 상급법원은 소사에 대한 재심을 가졌다. 상급법원은 그가 현지인과 평화스럽게 생활하며 성공적으로 식민지를 건설했을뿐만 아니라 이를 황제의 영토임을 선포했다는 점이 참작되어 그에게는 마침내 무죄가 선고되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유배생활을 하러가는 태평양 선상에 있었다.
소사의 불운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가 탄 갤리선은 마침 인도네시아 앞바다를 지나고 있었다. 갤리선이인도네시아의 모루카(Moluca)섬 근방에 이르렀을 때 노를 젔던 중국인 노예들이 폭동을 일으켰다. 갤리선의 선원과 사나운 노예들 사이에는 처절한 싸움이 벌어졌다. 선원 편에서 중국인 노예와 싸우던 소사는 노예들에 의해 살해되었다. 노예들은 난자된 그의 시신을 검푸른 바다 속에  던졌다. 일생 노예사냥으로 살아오면서 이상향의 식민지를 건설하려던 노예사냥꾼의 화려한 꿈은 '한 여름밤의 꿈'이되어 태평양 한복판에 영원히 잠들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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