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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진압군과 보조병, 아코마로 출병
어느덧 해가 바뀌어 1599년이 되었다. 대륙의 한겨울 1월은 찬바람이 일고 가끔 눈보라가 날렸다. 황실의 깃발과 깃발을 든 진압군은 1월 12일 '산가브리엘'을 출발하여 10일 후인 1월 21일 모래바람이 사납게 이는 아코마가 높이 솟은 거친 황무지에 도착했다. 그리고 높은 벼랑 주변에 진을 쳤다. 빈센트가 이끄는 진압군에는 유럽과 신천지에서 전투 경험이 풍부한 역전의 용사들인 주비아, 로메로, 아귈라, 파르팡, 마르퀘즈, 알프레즈주앙 코르테즈가 참전했다. 비사그라는 12명의 병사들과 함께 시아(Cia) 부락을 방문하고 양식을 비롯한 각종 보급품을 마련한 후 아코마에 도착한 빈센트의 본대와 합류했다.
한편 불사신으로 믿고 두려워하던 주앙을 비롯한 스페인 병사 12명을 살해한 후 기고만장한 주투카판과 전사들은 혹시나 다시 몰려올 스페인 병사들에 대비하여 주위에 돌을 쌓고 봉화불을 피워 인근 부족에게 지원을 청했다. 아코마의 1월은 눈이 하얗게 쌓일만큼 추웠다. 황야를 건너온 들바람은 괴성을 지르며 높다란 아코마를 지났다. 아코마 전사들과 주민들은 아코마 주변에 야영장을 차리는 빈센트의 병사들을 향해 돌을 던지고 궁둥이를 흔들어가며 저주하고 야유했다.
빈센트는 높다란 벼랑주위를 돌며 병사들 희생없이 아코마를 정복할 작전에 몰입했다. 그리고 참모들과 오랜 작전회의 끝에 대포로 정상을 두드리기로 했다.
정상을 향해 암벽을 오르는 12인의 병사
주투카판이 젊은 전사들과 함께 전의를 불태울 때 산전수전을 겪으며 젊음을 살아온 부족 원로들은 화려한 기치를 앞세우고 다가오는 스페인 병사들을 내려다보며 절망했다. 원로들의 눈에는 불타는 가옥과 울부짖는 부녀자와 어린 아이들의 처절한 모습이 눈 앞에 어른거렸다.
원로 중 기콤보(Gicombo)는 춤보등과 협의한 후 부족 전체회의를 소집했다. 그리고 만약 전투가 벌어졌을 경우에 대비해 부녀자와 어린이를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자고 했다. 이에 대해 전사대장 주투카판과 젊은 전사들은 겁장이라고 비웃었다.
스페인 병사와 아코마 부족간의 전투는 1599년 1월 22일 아침부터 시작되었다. 전투에 앞서 빈센트는 통역 토마스를 아코마 진지 가까이 보내 살인범을 스페인 측에 인계하고 항복할 것을 통보했다. 그러나 아코마측은 화살과 돌세례와 야유로 응답했다. 전투는 아코마로 오르는 통로 주변을 중심으로 격렬하게 벌어졌다. 스페인 병사들이 통로 쪽으로 몰리자 아코마측은 비오듯 돌을 굴리고 불붙은 나무가지를 던지며 통로로 접근하는 것을 막았다. 스페인측은 화승총을 높다란 아코마 평지를 향해 쏘아댔으나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아침부터 시작된 전투는 저녁까지 이어졌다. 한밤이 되자 아코마 부족들은 화톳불을 피우고 춤을 추면서 밤새 괴성을 지르고 북을 울리며 스페인측 병사들을 야유했다. 이같은 전투는 다음날도 계속되었다. 아코마측은 스페인군이 통로에 접근하지못하게 통로 주변을 철통같이 방어하고 공격했다. 빈센트는 의도적으로 아코마의 병력을 통로주변으로 유인했다.
22일 밤, 빈센트는 비밀리에 멀리 '산가브리엘'에서 힘들게 끌고 온 대포를 통로 반대편 쪽으로 옮겼다. 그리고 벼랑을 오를 수 있는 밧줄과 갈고리를 준비했다. 대포를 들어 올릴 수 있도록 대포를 밧줄에 매었다. 빈센트는 유럽에서 성벽으로 둘러쌓인 요새를 점령하듯 아코마를 점령하기로 했다. 빈센트는 전투경험이 풍부하고 날렵한 병사 12명을 선발했다.
23일 새벽이 훤히 밝아왔다. 빈센트는 적군의 눈을 피해 통로 반대편으로 병사들을 이동했다. 새벽부터 적들이 통로주변을 향해 돌과 화살을 날릴 때 빈센트는 통로 반대편 벼랑 아래서 암벽 투성이 벼랑을 향해 갈고리를 던졌다. 그리고 갈고리가 암벽에 안전하게 걸렸는지 확인한 후 재빠르게 밧줄을 타고 암벽을 올랐다. 병사들도 대포알이 든 배낭과 화승총, 칼을 등에 걸머진 채 밧줄을 타고 빈센트를 따라 가파른 벼랑을 올랐다. 암벽사이 바위틈에 발을 디딜 때마다 세월에 삭은 바위돌이 벼랑아래로 떨어지면서 소리를 냈다. 12명의 병사들은 거미처럼 밧줄에 매달린 채 서서히 정상으로 향했다. 눈발이 새벽바람을 타고 병사들의 뺨을 때렸다. 어느새 벼랑아래에서 지켜보는 병사들이 점점 작게 보였다. 병사들이 비오듯 땀을 흘리며 정상에 올랐다. 아코마 전사들의 야유소리와 함성이 바람을 타고 거세게 들려왔다. 정상의 벼랑끝 주변에는 다행히 보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모두들 정상으로 오르는 통로를 지키려 몰려갔음이 분명했다. 정상에 무사히 오른 빈센트와 병사들은 잠시 숨을 골랐다. 그리고 벼랑아래 밧줄에 매단 대포 2문을 조심스레 끌어 올렸다. 대포주변에 있던 병사들은 대포가 밧줄에 매달린 채 끌어올리는 것을 조심스레 바라보았다. 해가 동편에서 붉게 솟아오를 무렵 빈센트는 대포 2문을 안전하게 정상에 끌어올렸다. 너른 평지에는 토착민들이 개미떼처럼 모여 벼랑 아래 스페인군을 향해 돌과 바위덩이를 굴리면서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12인의 병사 대포에 불을 당기다
빈센트는 정상을 오르기 전 참모들과 아코마 정상의 너른 평지를 반분하여 점령해 나가기로 작전을 세웠다. 스페인에서 모슬림과 다년간 전투해 온 역전의 용사들에게 아코마 전사들과의 싸움은 전투도 아니었다. 잠시 숨을 고른 빈센트와 병사들은 토착민들이 몰려있는 아도비를 향해 정조준했다. 그리고 대포알을 장전한 후 불을 당겼다. 산천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일면서 멀리 보이는 아도비가 흰 연기와 함께 산산히 부셔져 날아갔다. 그리고 근처에서 소리치던 전사와 그들을 응원하던 부녀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땅에 굴렀다. 정상으로 오르는 통로 입구만 지키던 아코마전사들은 갑작스런 후방의 기습에 넋이 나갔다. 다시 한번 대포소리가 울리면서 또다시 아도비가 연기와 함께 날아가고 부서진 아도비에서는 불꽃이 일었다. 갑자기 통로 입구가 소란스러워 졌다. 스페인 병사들이 화승총을 쏘아대며 칼과 창을 휘두르는 모습이 보였다. 돌을 던지고 바위를 굴리던 2,000여 명의 아코마 전사들은 구름처럼 흩어지면서 무작정 달아나기 시작했다. 달아나는 발길에 밟혀 부녀자와 어린 아이들이 비명을 질렀다. 땅에 딩구는 부녀자와 아이들을 밟고 겁먹은 전사들은 무작정 달아났다. 대포소리가 날 때마다 전사와 토착민들이 비명을 지르며 피를 흘려가며 죽어갔다. 칼과 창, 화승총으로 무장한 병사들은 달아나는 전사와 부녀자를 베고 찌르면서 내달았다. 아코마 전사들은 죽은 전사들의 시체를 밟고 넘어지면서 어디인 줄도 모르고 무작정 달아나고 어느덧 해는 중천에 걸려 있었다. 달아나던 전사 몇 명이 뒤쫒는 스페인병사와 보조병을 향해 몽둥이를 휘둘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들은 유럽에서 제대로 군사교육과 전투력을 익힌 스페인 병사들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벼랑끝으로 몰린 전사와 부녀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까마득한 벼랑아래로 뛰어내리기도 했다. 빈센트는 대포사격을 부하들에게 맡기고 빼어든 칼을 휘두르며 살육이 한창인 전투현장으로 달려갔다.
마침 전사들과 후퇴하는 적장과 마주했다. 적장은 큼지막한 몽둥이를 들고 뒤쫒는 스페인 병사를 방어하면서 후퇴 중이었다. 그는 빈센트를 마주하자 몽둥이를 휘둘렀다. 육친 주앙의 죽음에 한이 맺힌 빈센트는 적장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순간 적장의 목이 떨어지면서 뿜어져 나온 피가 빈센트의 전신을 적셨다. 피로 범벅이 된 빈센트는 야수처럼 소리치면서 아코마전사들 사이를 누볐다. 벌써 전장은 피비린내와 불타는 연기, 그리고 황무지를 지나온 먼지로 뒤범벅이 되었다. 아이들과 부녀자들의 처절한 비명소리와 팔다리가 잘려나간 부상자들의 신음소리, 그리고 달아나는 토착민들의 발소리와 뒤쫒는 병사들의 발소리만이 가득했다. 순간 너른 평지는 전사한 아코마 전사들과 이리저리 쫒기다 죽어간 부녀자와 아이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덧없이 죽어간 그들의 주검 위로 황무지를 날아온 눈발만이 한점한점 내려 앉았다. 부서지고 불타는 아도비에서는 매캐한 연기가 바람에 날렸다. 더이상 아코마전사들의 공격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부서진 아도비 사이로 도망친 몇몇 아코마전사들이 간헐적으로 야유를 하거나 돌을 던지고 화살을 날리다가스페인 병사들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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