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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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버릇이 나쁜 코라스 부족
코라스 부족과 정착민 대원 사이가 친숙해지면서 토착민들은 수시로 요새를 드나들었다. 이들의 요새 출입만큼 크고 작은 사건이 일어났다. 그중에서 사소한 도난사건이 제일 많았다. 이들의 행동은 너무나 재빨라 아무도 막을 재간이 없었다. 이들이 스쳐간 자리에는 흔적이 남았다. 아톤도 대장은 앞으로 더 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이들을 제압할 조치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톤도 대장은 대원들과 코라스 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화승총과 활의 사격대회를 열기로했다. 마침내 너른 연병장에 코라스 부족들이 자리했다. 질긴 생가죽으로 고래 턱뼈를 둘러싼 표적을 만들었다. 우선권은 코라스 부족에게 주어졌다. 벌거벗은 근육질의 건장한 사수가 활을 들고 사격대에 나타났다. 그는 하늘을 나는 새나 달아나는  토끼를 눈을 감고도 맞춘다는 실패를 모르는 활잡이였다. 그가 사격대에 나타나자 코라스 토착민들의 함성이 울렸다. 활잡이는 지긋이 한쪽 눈을 감고 과녁을 겨냥해 활시위를 날렸다. 숨을 죽이고 지켜보던 토착민들은 순간 함성대신 한숨을 토했다. 너무나 긴장했던 탓인가, 활시위를 떠난 화살은 과녁이 아닌 맨 땅에서 깃을 떨었다. 다음  등장한 털투성이 스페인 병사는 쉽게 고래턱 뼈에 씌운 가죽 과녁에 구멍을 뚫었다. 이로써 천둥같은 소리를 내는 화승총에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토착민 활잡이와 부족들은 완전히 넋이 나갔다.
바하 반도의 진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온 아톤도 대장은 정착민들에게 함부로 진주잡이에 나서지 말라고 엄하게 명령했다. 그러나 누구라도 한번 라파즈의 진주에 마음을 빼았기면 쉽게 잊지못했다.
옛 정복왕 코르테스도 그러하듯 50여년전 오르테카(Ortega)도 이같은 영롱한 진주에 취해 목숨을 걸고 매달렸다.
덴마크의 전설적인 해적 스필버어그(Spillberg)는 스페인의 진주잡이 선장 이톨비(Iturbi)를 배와 함께 강제 납치까지 했다.
지금 아톤도 대장도 키노 신부도 진주의 영롱한 빛갈에 취했다. 대부분 정착민도 대장의 엄명을 어기고 틈만 나면 푸른 바다속에 들어가 완두콩 알만한 진주캐기에 열을 올렸다. 다만 토착민만이 이같은 진주잡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벌써 어느 재빠른 대원은 황실이나 성모님께 바친다는 명목으로 200여개의 진주알을  모았다. 새벽 바다 안개빛 진주 색깔에 반한 키노 신부는 마르티네즈 신부에게 "만약 황실에서 5내지 10팬텀 (*1 팬텀은 6피트 길이) 물속을 잠수할 수 있는 잠수부를 이곳에 보낸다면 단 2개월만에 황실은 엄청난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편지에 썼다. 그리고 키노 신부는 "황실은 천상의 전리품인 이 진주를 통해 얻은 수익으로 더 많은 영혼을 구제하는 선교비를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그만큼 라파즈의 진주는 키노 신부도 감탄할 만큼 아름다웠다.

 

지천으로 깔려있는 라파즈의 젓빛  진주
라파즈는 아름다운 진주이외에도 초여름처럼 쾌적한 날씨와 아름다운 경관을 갖고 있었다. 라파즈 만 근방에는 주위가 2 리이그(* 1 리이그는 약 3마일 거리) 정도의 작은 섬이 있었다. 그 섬에는 개펄을 끼고 생겨난 주위가 타원형 모양의 0.5 리이그 정도의 작은 호수가 있었다. 이 작은 호수에는 저절로 생겨난 새하얀 소금 둔덕이 있었다. 소금은 맛도 좋았다. 화물선 몇척이 퍼날라도 표가 나지 않을 정도였다. 대원들은 이 호수를 총독을 기려 "이슬라 디 산토 토마스 디  라 라구나 (Ysla de Santo Tomas de la Laguna)"라고 불렀다.
이처럼 쾌적한 천상낙원 덕분인지 도착 즉시 학질로 고생하던 대원도 어느정도 건강을 찾았다. 그러나 부식조달차 떠난 카피타나 호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대원들은 여가 시간이면 기타나 풀릇을 불며 초여름 따가운 라파즈의 일상을 즐겼다.
구아니크라스 토착민들도 과자나 빵을 얻으려 수시로 요새를 드나들었다. 그러나 그들의 표정은 언제나 생뚱맞고 불만스러워 보였다.
6월 6일 라파즈의 날씨는 초여름답게 따가웠다. 근 100여명의 활과 창으로 무장하고 벌거벗은 몸에 울긋불긋 문신을 한 구아니쿠라스 전사들이 요새로 몰려왔다. 이들은 1차 경계선을 지나 요새 안 제2 경계선까지 몰려왔다. 이들은  당장 전투라도 벌일 듯 계속 "물러가라" 소리를 외쳐대며 요새안을 공포분위기로 몰아넣었다. 이들은 정착대원이 물러나면 그간 얻어가던 창고에 쌓인 물품을 차지하려는 속셈같았다. 아톤도 대장과 간부들은 이들에게 무력을 사용하냐마냐를 놓고 열띤 논쟁을 벌였다.
토착민들이 경계선을 넘자 드디어 총성이 울렸다. 순간 반대편 울타리를 넘어 한떼의 전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밀려왔다. 놀란 아톤도 대장도 참호에서 일어나 소리나는 곳을 바라보자 요란한 총성은 멎었다. 이로써 더이상 양측간에 전투는 일어나지 않았다.

 

토착민 전사 수백명 요새를 공격
순간을 키노 신부는 "성령의 도움으로 참화는 면했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나 토착민들은 거세게 요새 주위에 포진하면서 양측간의 긴장은 6월말까지 계속되었다. 양식도 거의 바닥이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카피타나 호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기다리다 지친 아톤도 대장은 알미란타 호를 시나로아로 보내자고했다. 그러나 일부 참모들은 "외딴 외지에서 적과 대치하면서 탈출할 배마저 떠나면 어떻게하느냐"고 결사반대했다. 이제 남아있는 양식은 10여일치.
참모 중 카스테라노스(Castellanos)와 브리비이스카(Briviesca)가 즉시 출항을 주장했다. 그러나 아톤도 대장은 마지막 순간까지 잔류를 원했다. 키노와 고니 신부는 본부에서 타지로 이동하라는 명령이 없는 한 잔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사건은 참모회의 다음날 벌어졌다. 구아이쿠라스 전사 한 명이 단창으로 어느 대원의 가슴을 찔렀다. 그러나 피는 한방울도 나지않는 경상이었다. 이같은 보고에 대장은 불같이 화를 냈다. 황제의 병사를 공격하는 것은 황제에 대한 반역이라는 이유였다. 즉시 병사를 찌른 전사는 창고에 구금됐다. 전사의 구금에 토착민 전사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이같은 양측의 긴장은 며칠간 계속되었다. 어느날 요새에서 잔 심부름을 하며 북을 치던 혼혈소년 자바라(Zavala)가 연기처럼 사라졌다. 아톤도는 자바라가 쿠아이쿠라스 토착민과 어울려 달아났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러나 코라스 부족은 자바라 소년이 쿠아이쿠라스 토착민에게 살해되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옥수수 죽을 먹던 토착민에게 대포를 발사
7월 16일 한 떼의 쿠아이쿠라스 토착민들이 요새를 찾아와 화평을 청했다. 그러나 아톤도 대장과 병사들은 이들의 화평제의를 의심했다. 분명 창고에 구금된 전사를 빼내거나 요새를 점령하려는  교활한 술수라고 의심했다. 우선 요새 내로 이들을 불러들인 다음 아톤도는 이들이 즐기는 옥수수 죽과 과자를 대접했다. 백인들의 호의에 감사하며 막 음식을 먹으려할 때 아톤도 대장의 손짓에  이들을 향해 소형 대포가 불을 뿜었다. 순간 토착민 전사들이 둘러앉아 죽을 먹던 식탁은 산산조각으로 부서지고 흙먼지가 날랐다. 피범벅이 된 채 신음하는 전사들이 부서진 식탁주위에 굴렀다. 전사 3명이 현장에서 찢긴 채 죽어넘어졌다. 살아남은 전사들은 부상당한 전사들을 부축한 채 황급히 달아났다. 이렇게 해서 대포 한 방으로 키노 신부가 그토록 열망하며 꿈꾸던 토착민 선교는 '한 여름 밤의 꿈'처럼 사라졌다.
단 한방의 대포소리를 끝으로 요새는  괴이하리만치 끔찍한 공포 속에 잠기게 되었다. 동료들의 시신을 남긴 채 달아난 토착민 마을도 침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토착민들에게 둘려쌓인 요새는 언제고 공포의 침묵만이 감돌았다. 아톤도 대장을 비롯한 근 83명의 정착민들은 해안을 때리는 파도소리에도, 또 숲속에서 울어대는 새소리나 밤하늘을 향해 목을 빼고 울어대는 야수의 울음소리에 몸을 떨며 공포속에 시간을 보냈다.
양식은 점점 바닥을 드러내 일주일도 버티기 힘들 것 같았다. 그래도 카피타나 호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다시 참모회의가 열렸다. 아톤도 대장은 토착민들이 목숨을 노리는 라파즈에서 언제까지나 카피타나를 기다리느냐 아니면 알미란타 호를 시나로아로 보내 양식을 구하고 카피타나의 행방을 알아보는 것이 어떠냐 두가지 방안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대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처음 라파즈에 도착했을 때 토착민들의 증오에 찬 눈빛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언제 야자수잎 지붕이 토착민의 불화살로 불탈 지 모른다고 했다. 그리고 더 이상 공포에 몸을 떨지말고 라파즈를 버리자고 주장하며 "반도 끝에 매달린 작은 만 산루카스(San Lucas)로 피신한 후 돌아오는 카피타나를 기다리자"고 했다. 아톤도 대장도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가자 몸이 불편한 환자는 모두 알미란타로 옮겼다. 그리고 일주일을 더 관망하기로 했다. 일주일이 지나도 카피타나 호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7월13일이 되었다. 아톤도대장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아톤도 대장은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카피타나 호가 출항한 후의 행적을 10명의 참모에게 기술하도록 했다.

 

정착  105일만에 라 파즈를 포기하다
7월14일 대장 아톤도가 '출발'을 외치자 라파즈 만 바다속 깊숙히 가라앉았던 무거운 닻이 흰 거품을 뿜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키노 신부를 포함한 83명의 정착민들은 착잡한 표정으로 그간 숨쉬어 왔던  라파즈 만 너머 거친 황야를 꿈꾸듯 바라보았다. 키노 신부의 눈가에는 촉촉한 회한의 눈물이 흐르고 마침 떠오르는 아침 햇살은  라 파즈 만 푸른물결에 찬란하게 반짝였다.
1683년 4월1일 라파즈 만에 닻을 내린 지 105일만인 7월14일 키노 신부를 비롯한 83명의 정착민들은 돛을 높게 올리고 산루카스로 향했다.
후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정착민들이 라파즈를 포기하게 만든 북치는 소년 자바라는 살해된게 아니었다. 그는 사소한 비행을 저지르고 대원들의 꾸지람이 두려워 쿠아이카라스 토착민 틈에 끼어 요새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해변을 향해 북쪽으로 달아나다 우연히 불법으로 진주를 채취하는 배를 만났다. 자바라는 선장에게 그간 모았던 진주를 주고 무사히 바다를 빠져나가 이후 스페인에서 정착했다. 이같은 사실은 멕시코 시티의 산 그레고리오 대학의 후안 디 우가르테 (Juan de Ugarte) 신부가 오쿨마 (Oculma)정원 정원사로 일하는 자바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1716년 친지에게 보낸 편지에서 밝히면서 알려졌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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