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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에서 하란으로
유대 전승에 따르면 아브라함의 아버지 테라(Terah)는 달의 신을 숭배하는 제사장 급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높은 고위직에 있었거나 적어도 고위층과 연결되는 좋은 인맥을 가지고 있어 세무 조사와 같이 골치 아픈 문제도 전화 한통으로 쉽게 해결할 정도의 힘이 있었다. 그는 탄탄한 인맥을 이용하여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기 전 도시 개발 계획을 미리 입수하여 발빠르게 주변의 땅을 사들이며 재력을 쌓는 부동산 투자에도 놀라운 수완을 발휘했다.

그는 우상을 만들어 파는 일을 했는데 유명 브랜드를 가진 프랜차이즈는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돈벌이가 쏠쏠했다. 그는 가족과 함께 외식을 즐겨 종종 맛집 탐방을 하기도 하고 명품 매장을 수시로 드나들고 골프를 치며 나름대로 잘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그는 모든 재산을 처분하고 가나안으로 이주할 것을 결정했다. 그가 그 곳에서 편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불확실한 미지의 세계를 향해 떠나게 되었는지 추측이 난무하지만 정확한 이유는 알 수가 없다.

그의 세 아들 중 하란이 그 곳에서 죽었다.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심적인 영향을 미쳐 가족의 이주를 결정한 동기가 되었을까? 아니면 아버지가 하는 일을 극구 반대한 아브라함의 선전포고 때문이었을까? 혹시 주변 사람들과 갈등의 골이 깊어져 이것저것 골치 아프니 새로운 곳에 가서 살아보려고 이민 갈 생각을 했을까? 우상이 중심인 답답한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아무튼 그는 모든 재산을 정리하고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목적지가 왜 가나안이었나? 가나안에 사는 친척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곳으로 이주한다는 건 아프리카에 가서 원주민과 함께 살고 싶다는 것처럼 막연한 생각이다. 그게 남자의 로망인가? 그렇다고 가나안이 미국처럼 잘사는 선진국이어서 아이들 공부시키기 좋고 언어문제만 없으면 지상 천국이라고 자랑할 만한 곳 아닌데 확실한 정보도 없이 가나안을 고집하다니 눈에 뭐가 씌었던 걸까? 병아리 감별사로 취직하면 즉시 영주권을 준다고 유혹하는 취업 광고를 보고 막연한 꿈을 키웠는지 모르지만 그 꿈은 아들에게 그대로 전이되어 아브라함도 가나안을 동경하게 되었으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유대 전승에 따르면 아브라함은 아버지가 우상을 만들어 파는 일을 반대하여 우상을 모아둔 창고에 들어가 나무로 깎아 만든 우상들 중에서 가장 큰 우상 하나만 남겨두고 해머로 나머지 우상들의 팔과 다리를 부러뜨리고 못쓰게 부셔버린 뒤 그 해머를 큰 우상 옆에 세워 두었다. 다음날 아버지가 팔 다리가 부러진 우상들을 보고 격노하여 아브라함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그 이유를 물었을 때 그는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그는 "누가 최고의 강자인지 리더의 자리를 놓고 우상들 간에 큰 싸움이 벌어졌는데 그 중 가장 힘세고 키가 큰 우상이 나머지 작은 것들을 해머로 사정없이 내리쳐 단번에 제압하고 왕의 자리에 올랐어요." 아버지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펄쩍 뛰면서 생명이 없어 움직일 수 없는 우상이 어떻게 말을 하고 움직이며 싸울 수 있느냐고 따졌다. 그러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생명이 없어 말도 못하고 스스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우상을 왜 믿어요?"하고 되물었다는 일화가 있다.

테라는 아브라함과 사라, 그리고 조카 롯을 데리고 갈대아인의 우르를 떠나 하란에 도착했다. 잠시 숨이나 돌리고 간다는 게 그 곳에 정착하여 살다가 숨을 거두는 장소가 되고 말았으니 이 무슨 얄궂은 운명의 장난인가? 하이웨이(Highway) 또는 교차로(Crossroad)를 의미하는 하란은 아브라함에게 고향과 같은 곳이고 인생의 교차로에 서서 어디로 가야할 지 고민하던 중 하나님을 만난 뜻깊은 장소였다. 

우리는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같이 특별한 날을 위하여 케이크를 준비하고 "웃음을 던지면서 술잔을 부딪히며 찬찬찬" 노래하며 다같이 '위하여!'를 외치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며 그 날을 기념한다. 사랑하는 여자 친구가 프로포즈를 받아들이고 나와 결혼을 약속한 날, 또는 꼭 들어가고 싶었던 학교에서 입학통지서를 받았거나 이력서를 제출한 회사에서 입사 통지서를 받은 날은 잊을 수 없는 날이다. 마찬가지로 인생의 갈림길에서 하나님을 만나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솟구치는 기쁨과 흥분으로 밤을 지새운 날이 있다면 바로 그 날이 당신이 다시 태어난 뜻깊은 날이다.     
                        

정기원 목사 (602) 804-3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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