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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라 강변에서 선물받은 푸른 조개껍질
1699년 2월 21일 키노 신부 일행은 힐라 강변에 둥지를 틀고 오손도손 살아가는 산페드로 피마부족 마을을 찾았다. 투산에서 북쪽으로 70여 마일, 피닉스에서는 100여마일 남동쪽에 자리하고 있는 조그마한 피마부족 마을이다. 
일행은 마을 한편에서 야영을 하며 모처럼 편안한 밤을 보냈다. 아침 일찍 힐라강의 아침 이슬을 털고 일어난 키노 신부와 일행은 동편 하늘에 훤히 트는 먼동을 보며 마음껏 시원한 힐라강의 물내음을 마셨다. 벌써 바지런한 피마인들도 마당 주위를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벌거벗은 아이들도 마당을 뛰어다니며 참새처럼 조잘댔다. 
키노 신부가 만히 (Juan Matheo Manje)와 함께 초막 근방을 지날 때 초로의 피마인이 수줍게 다가와 등 뒤에 가리고 있던 손에서 물건을 들어 보여주었다. 그리고 어제 나누어 준 손 칼같은 물건과 바꾸자고 제안했다. 그가 내민  것은 의외로 푸른 조개껍질이었다. 아름다운 조개껍질은 마침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받아 찬란하고 영롱한 빛을 발했다. 키노 신부는 의외의 장소에서 처음  대하는 조개껍질을 보고 놀럤다. 그리고 순간 근 15여년 전 바하 캘리포니아 산 브루노의 해변에서 보았던 아름다운 진주조개가 번개처럼 그의 뇌리를 스쳤다. 얼마만에 대하는 진주조개인가. 키노 신부 자신의 숙소에 푸른 진주껍질을 진열하고 그 아름다움을 즐기지 않았던가. 키노 신부는 그리고 마지막 떠나는 배를 향해 눈물로 배웅하던 어린 소년들의 모습이 어른거렸다. 모두가 자신이 하느님 품으로 인도한 어린 양들이 아니었던가.  키노 신부는 그의 가슴에 안겨 이별을 서러워하며 흐느껴 우는 어린 양을  보듬고 "다시 돌아오마"하고 다짐하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15년이 흘렀다. 오랜만에 다시 대하는 푸른 진주 조개껍질은 키노 신부에게 그간 잊고 지냈던 바하 캘리포니아에서의 추억을 되살려주었다. 특히 어린 소년들에게 "다시 돌아오마"라고 약속한 말을.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자신의 모습을.

 

조개껍질 출현에 약속을 져버린 것에 번민
2월 23일 산페드로 마을을 출발한 후 강변을 끼고 걸으면서 키노 신부는 계속 번민했다. 그간 바하의 주민 및 어린 소년들에게 한 약속을 져버리고 지내왔다는 현실이 괴롭혔다. 그리고 키노 신부는  약속이외에 자신을 괴롭히는 것은 푸른 조개껍질과 해변에서 부서지던 파도소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키노 신부는 530마일 거리의 머나먼 바하 캘리포니아의 산브루노 해변에서 보았던 푸른 진주 조개껍질을 어떻게 힐라 강변에서 볼 수 있나하는 의문이 들었다. 키노 신부는 돌로레스로 돌아가는 내내 푸른 조개껍질이 던져준 의문과 버리고 떠나온 어린 소년들과의 지키지 못한 약속으로 속을 끓으며 황량한 소노라 들판을 지났다.
새로 들어서는 18세기를 키노 신부는 돌로레스에서 맞았다. 이제 1600년대는 영원으로 사라지고 1700년대가 왔다. 신년이라지만 키노 신부는 한가하게 푸른 조개껍질을 회상할 여유가 없었다. 바다건너 바하 캘리포니아 일대에서 사목중인 살바티에라 (Salvatierra) 신부는 계속해서 키노 신부에게 사목에 필요한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 도움을 청했다. 
3월 어느 날 키노 신부는 레미데오스를 방문했다. 한 무리의 피마 인디안들이 푸른 조개껍질을 줄줄이 매단 십자가를 들고 키노 신부를 찾았다. 이들은 십자가에 매단 조개껍질은 코코마리코파 인디안으로부터 선물로 받았다고 했다. 조개껍질을 보는 순간 그간 잊으려고 애썼던 바하 해변과 버리고 떠난 어린 소년들의 흐느낌 소리, 해변에 부딛히던 파도소리가 아련히 그의 귓가를 스쳤다. 
당시 키노 신부에게는 살바티에라 신부의 문제 이외에도 새로 늘어나는 사목지역으로 인해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키노 신부는 새로 개척한 '박'지역의 북서쪽 지역에 선교 본거지를 신설하기 위해 목장이 들어설 기름진 땅을 찾아야했다. 이처럼 하루가 바쁜 키노 신부에게 어디에서 나타난 지도 모르는 푸른 조개껍질이 그의 심성을 괴롭혔다. 
부활절이 지난 4월 어느날 키노 신부는 10명의 토착민과 함께 다시 힐라강을 찾았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는 1697년 아파치들의 약탈로 폐허가 된 레메디오스와 코코스페라 선교원 재건작업을 돌아보려 했다. 그러나 그를 경호하기로 했던 인근 주둔 기마병들은 소바 카운티 (Soba County)지역 토착민 소요를 진압하러 서쪽 사막지역으로 출정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소식에 키노 신부는 이번 여정은 산하비에르 델 박 (San Xavier del Bac)에서 멈추고 대신 그를 괴롭히는 푸른 조개껍질의 궁금증을 해결하기로 마음 먹었다. 

 

교역을 통해 전달되었다고 주장하는 추장들
근방에서 푸른 조개가 자라느냐를 묻는 키노 신부의 질문에 답을 구하려 발빠른 토착민들이 '델박'을 출발하여 동서남북 사방으로 달렸다. 전령들이 해답을 구하러 떠난 동안 키노 신부는 마을주민들에게 교리를 전하고 또 그토록 벼르던 선교원 기공식을 4월 28일 가졌다. 
토착민 전령들은 키노 신부의 부탁대로 방문하는 토착민 마을의 추장에게 푸른 조개껍질을 보거나 채취한 적이 있는가를 물었다. 그리고 키노 신부가 머무는 '델 박'까지 동행하여 이에 대한 토론회에 참석하여 달라고 청했다. 마침내 인근 마을 추장들이 모두 모였다. 그러나 추장들은 하나같이 인근 호수나 강에서는 푸른 조개가 절대 자라지 않는다고했다. 그리고 근처 바닷물은 탁해서 푸른 조개가 자랄 수 없다고 했다. 키노 신부가 멀고 먼 바하 해변에서 푸른 조개를 보았다면 푸른 조개는 아마도 바다 건너 지방 사람들과 이곳 어느 부족들이 교역하면서 이들의 손을 통해 전해진 것 이라고 말했다. 키노 신부도 이들의 의견에 동의했다. '델 박' 선교원은 키노 신부의  청원으로 ''릴(Leal)' 신부가 부임하게 되었다.

 

밤새워 70마일을 달려 사형수를 구출 
5월 3일 키노 신부는 투마카코리에서 미사를 준비중이었다. 마침 산이그나시오의 캠포스 (Campos) 신부가 보낸 전령이 땀과 허연 먼지를 뒤집어쓴 채 키노 신부를  찾았다. 전령은 5월 4일인 내일 한 토착민이 처형될 예정이라고 했다. 그리고 억울하게 처형될 토착민을 구해달라는 캠포스 신부의 편지를 전했다. 투마카코리에서 산이그나시오까지는 70여마일. 처형까지 남은 시간은 20시간. 20시간 이내에 산이그나시오까지 달려간다는 것은 무리였다. 그러나 키노 신부는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준비하던 미사를 중지시키고 대신 말안장을 얹자마자 산이그나시오로 말을 몰았다. 키노 신부는  이무리스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밤을 새워 말을 몰았다. 산이그나시오가 가까웠을 무렵 훤하게 동이 텄다. 그리고 해뜰 무렵, 산이그나시오에 도착한 키노 신부는 미사 시작 직전에 성당에 도착했다. 그리고 캠포스 신부와 함께 당국에 청원하여 처형 직전의 불쌍한 토착민을 죽음에서 구해냈다. 이처럼 사막 오지에서 키노 신부의 하루는 말잔등에 오르는 것으로 시작하여 석양무렵 말안장을 거두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했다. 
'릴' 신부가 정식으로 '박'지역의 사제로 부임하자 키노 신부는 이곳에 700여마리의 가축을 기를 대규모 목장을 건설하여 북부 소노라 지역의 선교 중심지로 삼기로했다. 그리고 '릴' 신부와 함께 기름진 목장터를 마련하려 동분서주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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