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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로는 하늘을 벗삼아 지글지글 고기판에서 노릇노릇 익어가는 삼겹살을 쌈장을 곁들여 상추에 싸 먹는 대신 물 마시고 들판에 누워 자야하는 노숙자였지만 세상의 관습과 제도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에 자유를 누리며 살았다. 비록 가진 것이 없고 가난해도 마음은 가난하지 않았고 그의 삶에는 깊은 신앙심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의 평안과 세상에 쉽게 무릎꿇지 않는 당당함이 있었다. 그러나 이름없는 부자는 가진 것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혹시 사람들의 입에 자기 이름이 오르내리지 않을까 걱정하며 불안한 삶을 살았다. 주체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소유가 오히려 무거운 짐이 되어 어깨를 짓누르는 바람에 만성 통증에 시달린 그는 혹시 허리 디스크에 걸린 것이 아닌지를 의심하며 자가용에 주치의를 태우고 함께 다녀야 했다. 
그는 자기 집 문 앞에 쓰러져 있는 거지 나사로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지나치며 다른 집에 내다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왜 하필이면 우리 집이야? 그렇다고 내 손에 더러운 것을 묻힐 수는 없고. 그는 매년 불우이웃돕기 행사장에 나타나 거액을 기부한 후 유명 인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사람들로부터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는 일을 즐겼다. 일주일에 한번 발행되는 지역 신문의 1면에 자기 사진과 관련 기사가 실리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신문을 스크랩한 뒤 액자에 넣어 눈에 잘 띄는 벽에 걸어 놓았다. 그러나 거짓과 위선 그리고 탐욕으로 가득한 그의 삶에는 기쁨이 머물 자리가 없다. 모든 것을 소유한 것 같지만 그것은 잠시 스쳐가는 바람이 만드는 허상에 불과했다. 소유가 자유와 평안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사로에게 이름없는 부자는 결코 부러운 존재가 아니다. 비록 그가 많은 것을 소유했지만 그것은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사람에게 남길 이름이 없는 것은 이 땅에 존재하지 않았거나 가치가 없는 존재 (Nothingness)임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과 같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김춘수 시인의 <꽃>에 나오는 한 부분을 인용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나와 아무 관계가 없는 꽃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 꽃은 나와 관계를 맺고 나에게 의미 있는 대상이 되었다.

이름은 사람과 꽃을 연결하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며 하나님과 사람을 연결하는 징검다리이다. 이름이 없다는 건 관계를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없다는 말이다. 하나님이 사람에게 생기를 불어넣었을 때 살아있는 사람이 된 것처럼 사랑을 가득히 담아 상대방의 이름을 부르면 그 안으로 생기가 들어가 살아있는 꽃이 되고 사람이 된다.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이름을 부른 것은 그가 하나님과 맺은 밀접한 관계를 입증한다. 아버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들의 이름을 부를 때 아들이 목이 메어 사랑하는 아버지를 부르듯 아브라함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하나님의 음성에 답하여 뜨거운 마음으로 하나님의 이름을 불렀다.  
이스라엘의 대 제사장은 일년에 한 차례 대 속죄일에 지성소에 들어가 이스라엘 백성의 죄를 위하여 제사를 드리고 하나님의 이름을 불렀다. "테트러그라마톤(Tetragrammaton)이라고 불리는 하나님의 이름은 Y,H,V,H의 4글자로 구성되었지만 모음이 없는 히브리어의 특성상 정확한 발음을 알 수가 없다. "여호와" 또는 "야웨"라고 표기하는 한글 성경이 있지만 정확한 발음이 아니다. 유대인들은 이 단어 대신 "아도나이(Adonai, 주님)" 또는 "그 이름(The Name)"이라는 뜻을 가진 "하솀(Ha Shem)"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거룩한 하나님의 이름을 함부로 망령되게 일컬어 죄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또 중동 사람들이 "인샬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듯 유대인들이 유대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표현 중에 하나님께 감사한다는 의미의 "바룩하솀(Baruch HaShem)"이 있다. 제사제도가 폐지된 후 대 제사장을 통해 전해 내려온 하나님의 이름을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자신의 이름과 존재를 알리고 모든 비밀을 공유하기를 원하신다. 그러나 하나님의 이름을 포함한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 인간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큰 간극 때문에 모든 것을 주고 싶지만 줄 수 없는 딜레마가 있다. 이것이 하나님의 이름에 관한 패러독스이다.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는 답답함과 안타까움이 그 패러독스에 묻어있다.
구약시대에는 하나님의 이름이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려 주었지만 그가 받은 이름은 "엘 샤다이 (El Shaddai, 전능하신 하나님)"이었다.
                         

정기원 목사 (602) 804-3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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