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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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끝 간데없이 이어졌다. 태초 이래 인간의 발길을 받아들인 적 없던 황야는 천년의 세월같은 여울의 물살처럼 지친듯 잠들어 있었다. 흐르는 여울을 막아선 거친 바위가 세월의 물살에 곱게 다듬어지듯 거친 산야는 그런대로 햇살과 바람에 익숙해져 제법 낯익은 모습을 드러냈다. 세월이 가도 인적이 뜸했던 깊은 계곡은 그 옛날처럼 여울물 소리, 새소리가 가득했다.
키노 신부는 풍성하게 자란 수풀을 헤치면서 한발한발 앞으로 나아갔다. 일용품을 가득 실은 노새들의 가쁜 숨소리와 몰이꾼의 고함소리가 깊은 바다처럼 정적에 쌓인 깊은 산자락을 울렸다. 어렵사리 산모퉁이를 돌아서자 너른 황무지가 앞을 가렸다. 소노라 일대의 한여름 살을 태우는 듯 햇살은 무섭게 뜨거웠다. 황무지 한편에 늘어선 관목들도 조는 듯 늘어진 덤풀사이로 키노 신부는 길을 내듯 발걸음을 옮겼다. 광활한 황무지 끝에는 길게 늘어선 바위가 한여름의 햇살 사이로 괴기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산 정상에는 한 조각 구름이 느리게 흐르고 키노 신부가 지나온 황무지에는 뽀얀 먼지가 하늘을 가렸다. 석양이 붉게 먼 산에서 어른거릴 때 키노 신부는 저녁 연기가 하늘에 걸린 마을을 찾아들었다. 검은 망토에 말을 탄 키노 신부가 모습을 보이면 맨살을 드러낸 아이들은 강아지처럼 키노 신부 주위에 모여들고 수줍은 아낙네는 몸을 가렸다. 이처럼 키노 신부는 외지인들이 오가지않던 피멜리아 알타의 황무지를 찾아 하느님 말씀을 전하고 토착민을 위해 선교원을 세우고 또 이들에게 소나 양같은 가축을 나누어주는가하면 유럽산 밀같은 곡물과 과실수, 야채를 소개하고 사육법을 전수하여 생활의 질을 높였다.
황무지에 선교원 29개, 공소 73개 세우다 
키노 신부가 뉴스페인의 최북단 피마 (Pima)인디안의 땅 피멜리아 알타 (Pimeria Alta) 지역에서 선교를 시작한 것은 1687년 3월 13일. 뉴스페인의 예수회 관구에서 1685년 11월 20일 세리 (Seri) 부족과 구에이마스(Guaymas) 부족의 선교사로 임명된 지 근 1`7개월만이다. 뉴멕시코 소재 예수회 관구는 바하캘리포니아 산부르노에서 철수한 키노 신부에게 피멜리아 알타의 황무지 토착민 사목을 명했다. 적당한 임지를 알아보던 키노 신부는 마침내 소노라 사막  근처 쿠쿠르페 (Cucurpe)에서 북쪽으로 약 20마일 거리의 코사리 (Cosari) 마을에 '우리들의 슬픈 성모님' 선교원을 세웠다. 그가 방문한 코사리 마을 풍경이 한 때 그가 머물던 뉴멕시코에서 선물로 받은 성모님 초상화의 분위기가 코사리 마을 풍경과 흡사하다 하여 이 마을을 'dolores' 즉 '애처롭다'로 부르고 선교원도 '코사리의 슬픈 우리들의 성모님 (Nuestra Senora de los Dolores de Cosari)이라고 불렀다. 키노 신부는 1711년 천상세계로 떠나기 전까지 24년동안 피멜리아 알타를 지나 힐라강과 콜로라도강까지 정착민의 발길이 미치지않는 변방에 무려 29개의 선교원과 73개의 공소(* 필자주: 공소는 상주하는 목자가 없는 공동체)를 세워 토착민의 영혼을 구했다. (*필자주: 일부 사료에는 24개의 선교원과 공소를 세웠다고 했으나 역사서 'Arlzona'의 저자 마아샬 트림블 (Marshal Trimbl)은 29개의 선교원이라고 기록했다.
유달리 선교원 종소리를 즐기던 토착민들 
키노 신부가 1687년 3월 13일 코사리 마을에 선교원 신축을 서두르자 코사리의 피마 부족들은 자진하여 도움의 손길을 주었다. 누구는 스스로 흙벽돌을 굽는가하면 누구는 문짝을 짜고 또 창문을 달았다. 이렇게 시작한 선교원 공사는 4월에 들어서면서 미사를 볼 수 있는 성당이 들어선 선교원을 완공했다. 뒤이어 키노 신부는 이슬도 가릴 수 있는 소박한 사제관도 마련했다. 그리고 선교원 종탑에는 멕시코에서 보낸 종도 매달아 청아한 종소리는 널리 울려퍼졌다.   
6월경에는 번듯한 모습의 선교원을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선교원 봉헌미사에는 인근 선교원은 물론 예수회 관계자, 변방 수비대의 고위관료 등 지역 유지들이 모두 참석하여 새로 들어서는 '우리들의  슬픈 성모님 선교원' 봉헌미사를 함께  올렸다. 이처럼 곱고 청아한 선률을 처음 들어보는 토착민들은 선교원의 종소리를 즐겨 듣고 싶어했다. 
완공한 돌로레스 선교원은 1690년까지 선교원겸 주민들의 생활 터전인 목공소와 철공소까지 갖추고 주민들과 함께 희로애락을 함께 했다. 그러나 '우리들의 슬픈 성모님 선교원'은 세월따라 자연 쇠락하자 1744년경 선교원 소유 공동묘지만 남고 나머지 시설은 모두 폐허로 변했다. 
1695년 키노 신부는 알타 (Alta) 지역과 막달레나 (Magdalena) 지역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선교원을 신축했다. 키노 신부가 신축한 선교원은 그의 탐험길 과 이후 탐험가들이 이용하기 편리한 지역에 세워졌다. 1700년 4월 키노 신부는 오늘의 아리조나 투산 남쪽 8마일 지점 델 박 (del Bac)에 '산 하비에르 델  박 (San Xavier del  Bac)' 선교원 기공식을 가졌다. (* 필자주: del Bac은 냇물이흐르는 곳이라는 뜻) 그리고 1691년 1월 처음으로 오늘의 아리조나 땅에 발을 디딘 이후 계속해서 아리조나에 투마카코리(Tumacacori)와 구에바(Guebabi) 선교원을 신축했다. 이곳은 키노 신부가 탐험도중 방문한 마을이다. 이렇게 세운  선교원을 살피기 위해 순회방문하면서 그는 탐험을 계속했다. 키노 신부는 힐라강의 상류와 하류 그리고 콜로라도강 북쪽을 넘나들며 순박한 토착민들에게 유창한 피마부족 언어로 하느님 말씀을 전하고 토착민들에게 영세를 베풀었다. 그가 세운 선교원은 이후 후임자들이 관리하며 인근 마을에 하느님 말씀을 전했다. 그리고 키노 신부는 후임자가 관리하는 선교원도 자립할 때까지 뒤를 돌봐주었다. 그러나 그가 처음  사목을 시작한 쿠쿠르페와 레메디오스 그리고 이무리시와 돌로레스 선교원은 마지막까지 손수 관리했다. 
목장과 농장을 통해 서구식 곡물 과실수 전파
키노 신부는 자신이 설립한 선교원에 가축을 사육하는 목장과 수확이 풍성한 유럽산 밀이나 콩, 옥수수, 호박이나 양파같은 채소를 가꾸는 농장, 사과나 배, 포도를 수확하는 과수원을 잇따라 세웠다. 그리고 새로 꾸민 목장에는 기존 선교원에서 젖소나 양같은 가축을 100마리그리고 1,000 마리씩 분양받아 새로운 목장을 꾸렸다. 키노 신부는 토착민 중에서 신심이 깊은 주민에게 몸소 가축 사육 방법을 완전 도제식으로 전수했다. 그리고 일정 기술을 갖춘 목동은 다른 토착민에게 기술을 전수토록했다. 이같은 도제식 교육은 야채나 곡물, 과실수 등 농장운용에도 똑같이 적용했다. 그리고 실적이 좋은 목동이나 부지런하고 재능이 있는 주민에게는 가축이나 과실수, 밀, 콩같은 작물의 씨앗을 나누어 주었다. 얼마후 그가 세운 선교원의 토착민들은 능숙하게 가축을 다루고 그리고 농장이나 과수원에서는 언제고 풍작을 거둘 수 있었다. 선교원 주변의 너른 들에는 한 여름이면 잘자란 푸른 밀, 콩들이 바다처럼 출렁이고 가을철이 되면 잘 영근 밀이나 콩줄기가 가을 햇살을 받으며 황금 물결을 이루었다. 그리고 양상추, 시금치, 사과 , 포도, 석류, 무화과, 살구같은 과일을 넉넉하게 거두었다. 항상 배고파하던 토착민 마을은 배고픔에서 해방되어 울음대신 웃음으로 서로 친교를 누리는 평화로운 마을이 되었다. 키노 신부는 토착민을 하느님께 어린 양으로 인도하고 또 배고픔에서 구해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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