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게 부는 바람으로 인해 작은 불씨가 겉잡을 수 없이 큰 불길로 번지는 것처럼 나쁜 감정이 계속 자라게 내버려두면 상황은 점점 더악화되고 마침내 큰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
큰 싸움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극단적인 선택이 불가피하다. 그들은 언제나 함께 동고동락하며 한솥밥을 먹었지만 이제 헤어지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아브라함이 살던 가나안에는 가나안 사람과 브리스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그 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슬며시 자신들이 사는 땅으로 밀고 들어온 이민자들을 반기지 않았고 언제든 틈만 있으면 공격하여 쫓아내려고 하였다. 마치 서부 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인디언 원주민들과 백인들 간의 갈등을 보는 것처럼 그들은 각기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한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했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이런 미묘한 상황에서 아브라함과 롯의 갈등은 큰 구경거리가 되었다. "저 사람들이 내부분열을 일으켜 자기들끼리 싸우기 시작하네. 오래 가지 않아 하나는 정리가 되어 사라지겠군. 키득키득, 미리 힘 빼지말고 좀 더 지켜보자구!"
아브라함과 롯의 다른 선택
우리는 가진 돈이 조금 더 있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행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마치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우리는 더 좋은 집에서 살고 더 비싼 차를 갖고 싶어 한다. 쇼핑몰에 가서 명품 옷을 사 입고 일류 식당에 들어가 최고의 서비스를 받으며 고급 요리를 시켜 먹고 명품 포도주를 마시며 사치스러운 분위기를 즐기고 싶어한다. 그러나 품위를 유지하고 이런 여유와 안락함을 누리려면 절대적으로 돈이 필요하다. 돈이 있어야 큰 소리치고 돈을 써야 주변에 사람들이 꼬인다. 돈이 없는 자는 할 말이 없다. 한마디로 돈이 힘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돈 버는 일에 소비한다. 악착같이 돈을 벌려고 하는 생각의 밑바닥에는 돈이 있으면 좀 더 편하고 더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노후대책을 세우려면 돈이 있어야 하고 자녀들을 키우고 공부하는 것을 뒷바라지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신문에 보니 한국의 출산율이 0.78명을 기록해 OECD 국가 중 최악의 저출산국이 되었다고 한다. 인구가 줄어드니 많은 초등학교가 문을 닫고 소아과 병원이 폐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젊은이들이 돈 때문에 결혼을 미루고 결혼을 하더라도 내 집 마련과 엄청난 사교육비에 허리가 휘는 것이 무서워 선뜻 자녀를 갖지 못한다. 미래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그들을 지배한다.
돈이 없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편함을 감수하기에는 삶이 너무 힘들다. 그러나 돈 때문에 사람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돈에 관한 통념은 돈이 자유와 행복을 보장한다고 믿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돈을 벌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우리는 돈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다. 돈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견딜 수 있다고 믿는 믿음이 강할수록 강력한 돈의 지배를 받는다. 시인 최승호는 <자동판매기>라는 시에서 자본주의에 매몰된 종교와 삶을 예리한 눈으로 날카롭게 지적한다. 결국 우리는 돈을 경배하는 종교에 포로가 되어 돈의 노예로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돈만 넣으면 눈에 불을 켜고 작동하는/ 자동판매기를/ 매춘부라 불러도 되겠다/ 황금교회라 불러도 되겠다/ 이 자동판매기의 돈을 긁는 포주는 누구일까 만약/ 그대가 돈의 권능을 이미 알고 있다면/ 그대는 돈만 넣으면 된다/ 그러면 매음의 자동판매기가/ 한 컵의 사카린 같은 쾌락을 주고/ 십자가를 세운 자동판매기는/ 신의 오렌지 주스를 줄 것인가?
아브라함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즉각 롯을 소환했다. 그리고 그에게 최종 선택권을 주었다. "우리가 가진 땅이 많으니 이 곳에서 서로 싸울 필요가 없다. 네가 왼쪽을 선택하면 나는 오른쪽을 취하고 네가 오른쪽을 선택하면 나는 왼쪽을 택하겠다"고 제안했다. 네가 무엇을 선택하든 나는 상관이 없다. 네가 가지고 싶은 땅을 먼저 선택하면 나는 나머지를 갖겠다. 네가 떠나면 나는 남고 네가 남으면 나는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네가 먼저 좋은 것을 가지라는 말은 내 것이 없어도 괜찮다고 마음을 비운 상태가 아니라면 쉽게 할 수 없는 충격적인 말이다. 더구나 아브라함이 돌싱도 아니고 아내가 있는 사람이다보니 재산과 관련된 민감한 문제를 자기 마음대로 결정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정기원 목사 (602)804-30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