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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함은 경로 우대증을 가진 사람이 지하철에 무임 승차하여 경로석에 앉는 특혜를 당당하게 사용하는 것처럼 윗사람으로서 먼저 좋은 땅을 가질 수도 있었는데 왜 아무 조건없이 롯에게 선택권을 양보했을까? 
어떤 희생이 따르더라도 가족의 화목과 평화를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었을까?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린 미묘한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그가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진입하기 위해 통과해야 할 또 다른 테스트였다. 그것은 롯과의 관계도 그렇지만 향후 아브라함이 어떤 지도자로 우뚝 설 것인가 하는 것과 직결되는중요한 문제였다. 그는 기근을 피해 애굽으로 내려갔고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아내를 바로에게 바치는 잘못된 선택을 함으로써 첫번째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롯이 더 큰 부자가 되는 지름길을 선택했다면 아브라함은 비록 가난하더라도 느리게 가는 길을 택했다.

오래 전 대학로에 있는 소극장에서 "바쁘다 바뻐"라는 연극을 본 적이 있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회전목마에 탄 것처럼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삶의 목적지와 방향을 잃어버린 채 바쁘게 사는 삶을 희화적으로 표현한 연극이었다. 바쁘고 분주한 일상의 삶에서 오히려 느리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그런데 바쁘게 달리는 사람들과 달리 한 템포 속도를 늦춰 느리게 살기 위해 '리빙 슬로우'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달리기보다 산책을 즐기고 비오는 날 '맥 다방'에서 천천히 커피 한잔을 음미하며 마시고 잃어버렸던 삶의 여유와 가치를 추구하며 소박한 삶에서 기쁨을 느낀다. '느림'이라는 단어는 게으르고 나태함의 이미지를 주기 쉽다. 그러나 느림은 게으름이 아니라 현재에 집중하는 삶을 강조하는 말이다.

밥을 먹을 때는 천천히 밥 알의 숫자를 세기라도 하듯 천천히 음미하며 쌀을 만들기 위해 땀을 흘린 농부들의 노고를 생각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는다. 화가 나고 울화통이 치밀면 내가 왜 화를 내는지 마음을 들여다보고 한 걸음 떨어져 나를 물끄러미 지켜본다. 잠시 시간이 지나면 비가 멈추고 해가 비치듯 화가 사라지고 오히려 사소한 일에 분개한 나를 보고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조바심을 가지고 서두르며 항상 마음이 바쁘게 움직이는 것은 어떤 이익이나 도움을 주지 못한다. 조금 느긋하게 여유를 가지고 차분하게 문제를 바라보고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슬로우 리빙'은 우리에게 그런 삶의 지혜를 준다.

인생에 지름길은 없다. "5분 빨리 가려다 50년 빨리 간다"는 말처럼 조금 더 빨리 가려고 하다가 뜻하지 않게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우리에겐 결과 못지않게 과정이 중요하고 그 과정 하나하나를 음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산에 급하게 올라갔다가 내려오면 온 몸이 흠뻑 땀에 젖어 운동은 되겠지만 산 주변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광경을 보지 못하고 그대로 지나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아브라함은 눈 앞에 보이는 기름진 땅에 현혹되지 않고 하나님이 주신 약속을 믿고 기다리는 편을 선택했다. 그리고 기름진 땅보다 화목한 가족을 더 소중히 생각했다. 땅 문제로 가족의 관계가 금이 가고 깨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는 갈등과 분쟁 대신 화목과 평화를 선택했다.

사람들이 돌대신 말을 던질 때 문명이 시작되었다고 지그문트 프로이드는 말했다. 대화와 교제는 내적으로 충만하게하여 건강하게 만든다. 서로 총을 겨누고 싸우는 것은 어느 한 쪽이 사는 길이 아니라 양쪽이 모두 죽는 길이다. 평화는 히브리어로 '샬롬'이다. 유대인들은 만날 때 그리고 헤어질 때 '샬롬!'하고 인사하며 상대방에게 평화를 빌어준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다른 사람의 집에 들어가면서 평안하기를 빌라. 그 집이 이에 합당하면 너희가 빈 평안이 거기 임할 것이고 만일 합당하지 아니하면 그 평안이 너희에게 돌아올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평화의 복을 빌어주고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 제자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다.

우리는 남들이 잘되기를 바라거나 남에게 평안을 빌어주는 일에 인색한 경향이 있다. 나와 경쟁관계에 있는 사람이 나보다 빨리 승진하였을 때 마음을 비우고 응원의 박수를 보낸 적이 있는가? 오히려 내 속에서 끓어오르는 시기와 질투심 그리고 마음 한 쪽을 서늘하게 만드는 패배감 때문에 괴로운 적이 더 많았는지 모른다. 평화는 공감과 소통을 통해 함께 공존하려는 의식과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샬롬은 적대감이나 미움 또는 증오심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사자와 양이 함께 있어도 상대방을 잡아먹거나 해치지 않고 각자의 삶에 충실하며 아무 문제없이 지낸다면 그것이 샬롬의 상태이다. 모자이크처럼 작은 부분들이 모여 함께 조화를 이루고 전체의 아름다움이 빛을 발하게 하는 것이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신 의도이고 목적이다.
                           

정기원 목사 (602)804-3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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