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들려오는 혼란스러운 소식이, 머나먼 이국땅, 아리조나 사막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마저 뒤흔들어놓고 있습니다. 어느새 올 한해도 저물어 가고 있지만 우리의 마음의 평정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아리조나 교회를 섬기는 목회자의 한 사람으로 여러분 모두의 가정과 교회와 또한 생업의 현장을 하나님의 크신 은총과 평강으로 지켜주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여러가지 들리는 소식중에 아직도 저의 마음을 견디지 못하게 하는 이야기는 우리의 자녀들을 차가운 바다 속에 잠기게 했던 세월호 사건에 관한 것입니다. 한국 국민이라면 어느 누구인들 그렇지 않겠습니까마는, 그 아픈 마음을 삭이지 못해서 절규하고, 탄식하면서도, 정작 진정 이 사건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깊은 교훈은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더욱 마음이 아픕니다.
지금에 와서 원망을 하고, 책임을 묻는 일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자식을 가진 모든 부모들이 또 다시 일어날지도 모를, 아니 지금 우리의 눈앞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물속에 잠겨가는 세월호와 같이 세파속에 잠겨가고 있는 우리 자녀들의 모습을 보고 깨닫는 일입니다. 세월호가 출항했던 부두를 떠나 아무 것도 모른 채 그 위태한 항해를 시작하고야 말았듯이, 눈 속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우리들의 자녀들도 이제 곧 그와 같은 항해를 시작해야만 합니다. 참으로 위험하고 위태하기 짝이 없는 이 험한 세파의 물결 속에서 말입니다.
생각해보면, 이러한 험한 인생의 항해를 앞두고도 우리 부모들은 자녀들이 이러한 항해를 잘 감당하고 견딜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일에 너무나 소홀하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도 지난 10년에 가까운 세월을 이 아리조나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함께 지냈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아이들에게 마땅히 바른 신앙과 굳건한 믿음 위에 설 수 있도록 잘 도와주지를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아이들의 그 귀한 세월을 그냥 보내버릴 수밖에 없었던 저 자신의 부족함이 지금 얼마나 저의 마음을 아프게하는지 모릅니다. 하물며 목회자인 저도 상황이 이렇다고 한다면, 우리 성도님들과 성도님들의 자녀들은 얼마나 어려운 형편이실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누구를 탓하며, 누구를 원망할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화살같이 지나가는 세월 앞에 거저 한숨만 쉴 따름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전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어려운 우리 가정들의 현실을 자각하고, 또한 그냥 한숨쉬며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우리의 아이들을 지켜줄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그들이 이 험한 세파 속에서도 넉넉히 견디며, 성공적인 신앙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먼저 이 일을 위해 우리 교민사회가 마음을 모을 수만 있다면, 비록 우리 가정이 자녀들을 위해 완벽한 신앙의 보금자리는 되지 못한다 할 지라도, 얼마든지 아이들을 믿음으로 세울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매년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평생 추억에 남을 수 있는 신앙캠프를 열어주는 일입니다.
저 역시 지난 날을 돌아보면 청소년 시절, 한 때의 믿음의 친구들과 선생님들과 함께 했던 추억의 시간들이 저의 평생의 신앙을 지켜왔던 것을 회상합니다. 지금도 그 때 그시절을 추억하며 저 자신의 신앙을 다시 확인하기도 한답니다. 바로 이러한 경험, 이러한 추억, 믿음의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만나 그들의 건강한 신앙인격과 경험을 갖게 해주는 것, 이보다 우리 아이들에게 더 귀하고 소중한 선물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저희 아리조나 교회협의회가 중심이 되어 매년마다 교단과 교파와 교회의 벽을 넘어 우리 아이들을 복음위에 든든히 세울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이 귀한 사역을 위해 아리조나주 한인회와 각 기관 그리고 모든 교회와 가정들, 그리고 모든 아리조나 교민 여러분들께서 후원위원회가 되어주시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께서 일년에 단 한 번만이라도 조금씩 후원해주신다면 그동안 참여하지 못한 많은 우리 이웃의 자녀들까지 참여할 수 있을 것이고,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은 여러분이 후원해주신 장학금으로 어려움없이 참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우리 자녀들을 믿음으로 지키고,바른 신앙가운데 세워줄 수 있도록, 그리고 나아가 우리 한인사화와 주류사회의 지도자들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여러분들께서 기도와 재정의 후원자가 되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존경하는 아리조나의 교민여러분,
우리의 자녀를 지키는 일이 어찌 남의 일이 될 수 있겠습니까! 기울어져, 점점 잠기어가는 세월호를 보기만 하면서, 땅을 치고 통곡하며, 원망하기만 하는 모습이 우리의 모습이 되어서는 결코 안될 것입니다.
혹 연말을 맞아 여러가지 송년모임과 가족모임을 가지실 때 우리와 우리의 이웃들의 자녀들, 손자녀들을 생각하며 이 사역을 위해 기금을 모아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티끌모아 태산을 만든다 했는데, 부디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과 후원이 우리의 아이들을 든든히 지켜주는 태산이 되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기금을 보내주실 분은 "KCCA (아리조나 교회협의회)"이름으로 7238 N. 61st Ave. Glendale, AZ 85301 오기현사관앞으로 보내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의 모든 가정이 복된 성탄과 대망의 새해를 맞이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